워싱턴에서 사라진 친중파[뉴스와 시각]

김남석 기자 2024. 5. 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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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무역법 제301조에 의거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나마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각료로 꼽혔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1일 독일 방문에서 "중국 저가수출 공세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미국·유럽의 대중국 공동전선 구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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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조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무역법 제301조에 의거해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현재 25%에서 100%로 인상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다음 날 15일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중국산 커넥티드카 규제를 올가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6일에는 중국은 물론 우회수출 가능성이 있는 동남아 국가들까지 묶어 양면형 태양광패널 관세 부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등 요즘 워싱턴DC에서는 매일같이 대중국 규제 발표·발언이 쏟아진다.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미 의회 역시 틱톡 금지법, 바이오 보안법 등 중국을 겨냥한 법안만은 초당적 발의, 압도적 가결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 쏟아지는 ‘중국 때리기’ 법안·정책보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 행정부·의회에서 친중파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나마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각료로 꼽혔던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21일 독일 방문에서 “중국 저가수출 공세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미국·유럽의 대중국 공동전선 구축을 촉구했다. 부통령 재임 당시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오랜 인연을 맺은 바이든 대통령 역시 14일 미국 내 투자·일자리 관련 연설에서 “중국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2022년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중국을 미국의 글로벌 패권을 위협하는 유일 경쟁자로 정조준했던 미 행정부의 위기의식이 해를 더할수록 커진다는 방증이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것은 정치권만이 아니다. 퓨리서치가 미국 성인 3600명을 조사해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42%가 중국은 ‘적국’이라고 답했고, 중국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응답은 81%에 달했다.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 국방부를 취재하다 보면 공식 문서·연설 등에서 중국을 ‘China’가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의 약자 ‘PRC’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체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기다. 15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나온 미·중 간 첫 인공지능(AI) 관련 회담 성명 제목은 ‘AI 위험과 안전에 관한 미·PRC 회담에 대한 NSC 대변인 에이드리언 왓슨의 성명’이다. 최근에는 아예 ‘중국 공산당’이라는 표현으로 중국 정권에 대한 거부감을 더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점점 커지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짧은 시차를 두고 곧장 동맹에 대한 대중국 견제 동참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는 반도체 수출통제 및 공급망 탈동조화, 군사적으로도 오커스(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동맹체)·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자 정보동맹체) 협력 확대 등으로 중국에 대한 단일대응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균형외교’라는 용어를 내세워 한미동맹도 중시하지만, 중국과 관계 역시 경제나 대북 영향력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고 진짜 친구 가르기에 나선 미국 앞에서 줄타기식 ‘셰셰(謝謝·고맙다) 외교’가 설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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