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흉작[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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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쌀이 주식인 아시아에선 각기병으로 수백만 명씩 죽어 나갔다.
김치에 들어간 마늘을 통해 부족한 티아민을 보충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피로해소용 '마늘 주사'도 마찬가지다.
수액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속설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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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쌀이 주식인 아시아에선 각기병으로 수백만 명씩 죽어 나갔다. 영국 식민지였던 스리랑카가 대표적이었다. 쌀을 찧는 편리한 증기 방앗간이 도입되면서 두드러졌다. 그 전에는 도정하지 않은 현미를 먹다가 백미를 먹는 바람에 쌀겨 속의 티아민 섭취가 부족해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100년 넘게 영문을 몰랐다. 20세기 초 네덜란드 군의관이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면서 비밀이 풀렸다. 백미를 먹고 쩔뚝거리던 닭이, 주인이 현미를 주자 멀쩡하게 걸어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자바섬 교도소를 조사한 결과도 놀라웠다. 백미를 먹은 죄수들의 각기병 발병률이 현미를 먹은 쪽보다 300배나 높았다.
1911년 폴란드 화학자인 캐시미어 풍크가 쌀겨에서 티아민을 처음 분리해낸 뒤 비타민이라 명명했다. 생명(vital)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민(amine)이란 뜻이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이후 절반 가까운 군인이 각기병으로 고생했다. 군국주의가 대두하면서 당시로선 귀한 백미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도 백미를 먹었지만, 각기병은 드물었다. 그 비밀은 김치에 숨어 있었다. 김치에 들어간 마늘을 통해 부족한 티아민을 보충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피로해소용 ‘마늘 주사’도 마찬가지다. 수액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속설 때문만은 아니다. 마늘에 풍부한 비타민을 푸르설티아민이란 성분으로 보다 활성화시켜,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이 몸속에 축적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원리다.
‘금(金) 사과’에 이어 마늘 흉작으로 농민과 소비자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도부터 전남까지 ‘벌마늘 사태’가 북상하고 있다. 잦은 비와 일조량 감소로 마늘쪽이 자잘하게 갈라져 제대로 여물지 않는 것이다. 올봄 남녘엔 평년 대비 배 이상인 239.5㎜의 비가 내렸다. 2∼4월 일조량은 평년보다 24% 적은 159시간에 그쳤다.
이런 이상기후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아라비카 커피 최대 산지인 브라질의 이상기후로 국제 원두 가격이 전년 대비 80%나 뛰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아예 30년 뒤 아라비카 커피 경작지 75%에서 재배가 어려워질 것이라 경고했다. ‘기후 인플레’로 인해 언제 ‘모닝커피’마저 사치스러운 기억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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