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위한 꼼수” 野 속내 의심하는 與… 정쟁에 발목 잡힌 연금개혁
野 “21대 국회 처리”, 與 “22대 국회서 논의“
21대 국회 종료(5월29일)를 앞두고 연금개혁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정쟁이 거듭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안 처리를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제안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21대 국회 처리를 전격적으로 주장하자 여권이 민주당 측의 저의를 의심하면서다.
민주당 이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정부가 제시했던 안”이라며 “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할 정권이 연금개혁안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무한회피’해서야 되겠느냐”며 “비록 여야가 서로 맞서는 상황이라도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만큼은 힘을 모으는 것이 정치의 도리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주장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안은 민주당의 입장일 뿐, 정부안도 국민의힘안도 아니다”며 “민주당 안을 정부안으로 거짓말까지 하면서 국민을 위하는 척, 개혁하는 척하는 위선을 멈춰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합의도 없는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방적인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 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나쁜 꼼수 정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연금개혁 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채상병 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보고 있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19개월 간 ‘빈손’
여야는 2022년 10월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의 비율 조정을 논의해왔다. 현재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조정)를 방치하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돼 미래세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높이는 데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3∼44%, 민주당은 45%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연금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 직전 영국, 스웨덴 등을 시찰하는 5박7일 해외 출장을 계획했다가 비판에 직면하며 출장을 취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안이 윤석열 정부안으로 둔갑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거짓말로 인해 연금개혁이 늦춰지는 것”이라며 “(여권이 요구했던) 소득대체율 44%의 대안에 대해 2주가 다 되도록 침묵하다가 이제야 21대 국회에서 개혁을 꼭 해야 한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반면 연금특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5%은 정부가 굉장히 진지하게 고려한 대안의 하나였다”고 반박했다.
◆野 속내는…정부∙여당 기회로 활용해야
이 대표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28일 예정)를 나흘 앞두고 갑자기 연금개혁안 처리 카드를 꺼내든 데는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한 전략적 노림수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해병대원 특검법뿐 아니라,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양곡관리법,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등 쟁점 법안들을 무더기로 상정해 강행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연금개혁 등 미래 과제를 챙기는 모습으로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고, 이를 반대하는 여권을 ‘불통 정권’으로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본회의가 특검∙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독주 무대’로 부각되는 걸 희석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 대표로선 윤 대통령의 거부 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고, 성사되더라도 연금개혁 진전의 공을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꽃놀이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의 저의와 관계 없이 21대 국회에서 19개월이나 특위를 운영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정부∙여당이 야권의 제안을 기회로 활용하지 않고 정쟁으로 일축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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