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채 때문에 우리가 죽겠다”…대부업계 “생활금융으로 상호 변경을”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4. 5.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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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채 때문에 합법 대부업자까지 비판
“이제는 불법사채와 명칭 구분해야”
우수대부업자에 ‘생활금융’ 상호를
불법사채 전단지.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최근 연 16만7900%의 살인적인 고금리 불법대출을 일삼은 대부업자들이 구속된 가운데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들, 이른바 합법 대부업체들이 불법사채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상당수 합법 대부업자들은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준수하고 있지만 불법사채업자와 합법 대부업자의 명칭이 ‘대부업체’, ‘대부업자’로 함께 혼용되면서 이미지가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금융당국이 이미 대부업체를 제도권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 인정한 점도 명칭 변경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24일 대부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취임한 금융감독원 출신인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 신임 회장이 대부업 명칭 변경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저신용자에게 대출 문턱을 낮춘 우수대부업체에 대해서는 ‘대부업’ 대신 ‘생활금융’과 같은 명칭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이 대부협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우수대부업체를 선정해 은행 차입 허용 등 인센티브를 주는 ‘대부업 프리미어리그’ 제도를 도입했지만 명칭 변경은 국회 입법 사항이다.

협회가 대부업 명칭 변경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것은 법정 최고금리 문제 등 업계가 직면한 여러 가지 현안이 있지만 대부업계의 신뢰회복 등 이미지 제고가 먼저 진행되지 않으면 다른 숙원 과제 역시 해결이 요원하다고 봐서다.

대부업 명칭 변경은 법안으로도 발의됐지만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 2021년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우수대부업자에 ‘대부업’ 대신 ‘소비자신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사진 제공 = 한국대부금융협회]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만 ‘대부’ 상호를 쓸 수 있으나 불법사채업자들도 버젓이 대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종종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이자율을 받는 사채업자들의 사건 대부분이 불법사채업자, 불법사금융업자인데 모두 대부업자로 혼용되는 데다 이들 사업자 역시 정식 명칭에 ‘대부’를 사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1월 금감원에서 열린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불법사채를 “독버섯”,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대부업이 서민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는 게 대부업계의 판단이다. 과거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게 가장 쉽고 빠르게 자금을 공급해 온 대부업의 순기능을 생각하면 대부업체는 이미 제도권으로 들어왔다”며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대부업계는 다른 제도권 금융과 비교해 이자율이 유독 높지 않다는 점도 주장하고 있다. 이미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된 상황에서 대부업만 ‘대부’ 꼬리표가 계속 붙어있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다.

실제 민간 부문인 카드사, 캐피탈사 대출이나 심지어 서민정책금융상품과 비교해서도 대부업체들의 금리는 크게 높지 않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주관하는 소액생계비대출 금리는 연 16%(15.9%)에 달한다. 또, 여신금융협회 최신 공시에 따르면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지난달 신규 취급한 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는 연 18% 수준이다. 높은 곳은 연 19.87%에 이른다. 법정 최고금리 수준이 꾸준히 내려오면서 2금융권 금리 수준이 대부업체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됐다.

대부업 명칭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대부협회에서는 명칭 변경을 위한 공모전도 진행했다. 2018년 관련 공모전에는 총 2366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당시 대상에는 ‘생활금융’이, 최우수상에는 ‘소비자 여신금융’과 ‘편의금융’이, 우수상에는 ‘서민생활금융’, ‘생활 여신금융’, ‘더불어금융’이 각각 선정됐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라는 명칭이 불법사채와 합법 대부업자의 금융소비자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며 “우린 악마가 아니다. 이제는 대부업 명칭을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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