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식 안전’ 이식 협력사 “5년째 무재해, 안전상생 확산돼야”

2024. 5. 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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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대·중소社 안전보건 상생사업’ 결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 포이스 안전혁신 실현
대기업 컨설팅...현장 곳곳의 위험요인 제거
포이스 봉경환 대표이사가 22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반월단지 내 자사 공장에서 올해 1월 새롭게 구축한 ‘자동화물류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용훈 기자
포이스 직원이 올해 2월 설치한 틸팅리프트와 보행식 전동지게차를 시현하고 있다. 김용훈 기자

“만약 이 사다리를 계속 썼다면 포이스에서도 큰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22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 용기, 장비 생산업체인 포이스의 개선 전 클린룸 조립공정을 살펴보면서 “얼마 전 30㎝ 높이의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한 산재사고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산업현장에서 사다리 작업 중 발생한 중대재해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사다리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해 사망한 사고는 대부분 1~2m 내외의 높이에서의 추락이었다.

사소해 보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재해를 포이스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 덕분이었다. 이 사업은 대기업이 가진 산업안전 노하우를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에 전수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해당 사업에 99억원을 쓴 고용부는 올해 118억원으로 약 20% 늘렸다. 포이스를 도운 건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작년 포이스 같은 협력업체 114곳을 도왔고, 올해엔 63곳을 돕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이천캠퍼스 협력업체 안전보건 지원 예산으로 전년보다 3억6000만원 많은 총 12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SK하이닉스가 중소 협력업체에 ‘안전’을 이식하는 첫 과정은 ‘진찰’이다. 협력업체 지원 전담조직 SHE상생협력팀을 꾸린 SK하이닉스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컨설팅을 통해 현장 유해위험요인을 발굴한다. 최 정책관 말처럼 포이스에 대한 SK하이닉스의 진찰 결과, 이 회사의 유해·위험기계기구 목록엔 클린룸 내 이동식 사다리도 포함됐다. 이동식 사다리의 산재발생 가능성(빈도) 정도는 ‘2(최대 5)’, 중대성(강도)은 ‘3(최대 4)’, 위험성은 ‘6(최대 20)’으로 측정됐다. 포이스는 진찰 결과에 따라 클린룸 내 유틸리티 조립공정 내 산재발생 위험요인이던 이동식 사다리를 걷어내고, 고정식 작업발판을 설치했다. 위험성은 ‘2’까지 떨어졌다.

고정식 작업발판 설치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재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선 제법 큰 돈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포이스의 경우 재고 창고가 그랬다. SK하이닉스는 정부 지원금을 포함해 포이스에 5억5000만원을 지원해 재고창고에 ‘자동화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 봉경환 포이스 대표이사는 “시스템 설치 전 사람이 직접 고소 작업대를 활용해 3m 높이에서 30~40㎏에 달하는 자재를 옮기다 보니 추락, 깔림 등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그럴 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자동화물류시스템 앞에 선 이 회사 직원이 필요한 자재를 컴퓨터에 입력하자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제법 무게가 나갈 법한 자재가 노란 바구니에 담겨 배송 됐다.

올해 2월 산재 위험성이 무려 ‘12’에 달했던 작업 과정을 제거한 것도 포이스 입장에선 천만다행이다. 그 전까지 이 회사는 평균 250~300㎏에 달하는 자사의 생산품을 직원 6명이 직접 달라 붙어 포장했다. 생산품을 기울여 포장할 때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늘 ‘깔림’ 사고의 위험에 노출됐다. 회사가 취한 조치는 안전화와 이너캡 착용이 전부였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한 한삼남 고용부 산재예방지도과장은 “얼마 전 충북 청주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 설비 이설 공사 현장에서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하다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포이스에선 그럴 일이 없어졌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틸팅리프트를 설치하고 보행식 전동지게차를 구비해 기계로 포장하도록 환경을 개선했다.

최광문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 협력업체의 ‘위험성평가 실행수준 평가’ 결과 전체 평균점수 82.3점을 웃도는 92점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49곳은 위험성평가 ‘인정’을 받았고, 지난해 SK하이닉스 협력업체 114곳에선 단 한 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가 전체의 94.4%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상생협력사업의 수혜자인 협력업체의 만족도는 무척 높다.

다만 해당 사업의 수혜기업이 더 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5년째 무재해를 이어가고 있는 포이스 봉경환 대표는 “창업 전 22년간 근로자로 일했지만 안전에 대해 그렇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없었다”며 “사실 지금도 안산반월공단의 태반이 그렇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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