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법' 하나로 20Kg 뺐다…요요 되풀이 끝에 찾은 '마인드풀 이팅' [치유 레시피]

손성원 2024. 5. 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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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유 시즌3 : 치유 레시피] <4>마음을 다스리는 식사
편집자주
음식 하나를 만들 때도 다양한 레시피가 있습니다. 하물며 복잡다단한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요. 생채기가 생긴 내 마음을 돌보며 살아가고 싶은 분들께 다채로운 치유·회복 비법을 소개합니다.
'마인드풀 이팅'은 2004년 발간된 틱낫한 스님의 책 'How To Eat 먹기명상-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힐링 명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음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먹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돌아온 건 요요 현상. 끼니마다 반주를 곁들인 결과였다. 발로 뛰는 '영업맨'부터 세일즈 코칭 회사를 이끄는 현재까지, 이상훈(47)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술과 음식으로 풀었다. '열심히 해야 한다' '성과를 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압박은 그를 주 3회 이상 '소맥(소주+맥주)'과 안주 앞으로 불렀다. 직장 생활하는 16년을 그렇게 살았다.

그러다 4년 전, 사진에 찍힌 자기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사람이 아닌 웬 황소가 있었다"고 돌이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때마침 즐겨 찾던 서울 종로의 심리책방 '서가는'에서 '감정식사' 홍보 글을 봤다. 음식과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신청했다.

난생처음으로 식사일기란 걸 써봤다. 식단 기록 정도로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달랐다. '감정식사' 프로그램에선 외려 음식이 아닌 기분이나 마음에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약 두 달 후 그의 몸무게는 20㎏이 줄어 있었다. 별다른 운동도 하지 않았다. 휴식에 대한 갈망은 반주가 아닌 15분의 낮잠, 그리고 멍때리기로 채우게 됐다. 소맥과 안주가 당길 때는 먹기 전에 잠시 멈춰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자연스레 '브레이크'를 걸 수 있게 됐다. 그는 3년이 지난 지금도 감량 후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직장인 이선영(45)씨도 웬만한 다이어트 보조제는 물론, 전기치료, 한방치료, 무작정 굶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본 '프로 다이어터'다. 30대 중반부터 여러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거의 매일 야식과 술을 찾았다. 그 역시 '감정식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술을 곁들인 폭식을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줄였다.

이런 식욕 조절 방법을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이라고 한다. 2004년 발간된 틱낫한 스님의 책 'How To Eat 먹기명상-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힐링 명상'으로 국내에 알려졌다.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를 인지하면서, 먹는 행위 그 자체와 감각에 집중하는 식사법이다. 예를 들어, 건포도 한 알을 먹을 때도 의식을 집중해 감각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진짜 식욕(신체적 허기)과 가짜 식욕(심리적 허기)을 구분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폭식은 마음의 문제…음식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2021년 심리책방 '서가는'에서 열린 감정식사 워크숍. 참여자들과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가는' 제공

심리책방 '서가는'의 '감정식사' 프로그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유은정 서초좋은병원 원장이 함께 운영한다. 유 원장은 "폭식은 마음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신체적으로 배고프지 않고 생물학적으로 영양이 충분한데도 계속 음식을 찾게 되는 건 뇌에서 나오는 신경 전달 물질의 변화 때문"이라서다.

사람이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치는 높아지고, 식욕을 억제해 주는 렙틴의 작용은 둔해진다. '그만 먹으라'는 렙틴의 신호를 받지 못하니 필요량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 극단적 다이어트를 반복하면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외려 고열량의 음식에 집착하는 중독 현상이 일어난다. 신체적 허기가 아니라 심리적 허기에 따라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유 원장 역시 마인드풀 이팅의 도움을 받았다. 인턴 시절 과도한 스트레스로 급격히 8㎏가 늘었던 경험 때문이다. 스트레스만 받으면 붕어빵을 몇 개씩 먹었다. 그는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걸 그 당시 깨달았다"며 "이후 2011년 미국의 음식심리학자인 수잔 앨버스의 저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50가지 이유'를 통해 마인드풀 이팅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부터는 마인드풀 이팅을 적용한 '감정식사'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파하고 있다.

마인드풀 이팅은 그래서 음식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하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음식 명상과 식사일기가 주된 방법이다.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가부좌 상태로 눈을 감고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음식 명상은 조금 다르다. 음식 명상은 미각·시각·후각 등 오감을 총동원한다. 음식 맛을 보는 '지금, 현재'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서다. 음식에 대한 만족감과 포만감의 신호를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먹기 전 오감을 동원해 음식을 느껴보는 것

식습관 코치인 김설희씨가 진행하는 '나를 돌보는 마음챙김 식사' 워크숍에서는 참여자들 모두 다같이 간단한 식사를 하면서 음식 명상을 한다. 김설희씨 제공

음식 명상을 해보고 싶다면? 우선 수저를 들기 전 음식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냄새를 맡아본다. 그런 뒤 내가 얼마큼의 양을 현재 원하는지 생각한다. 다음엔 음식을 입안에 넣고 맛과 식감을 음미한다. 수저를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씹고 삼킨다. 다 먹고 난 뒤 어떤 감정과 생각이 들었는지 살피고 기록한다.

음식 명상은 '내가 왜 음식을 먹는지' 근본으로 돌아가게 한다. '나를 돌보는 마음챙김 식사'를 통해 마인드풀 이팅을 알게 된 뮤지컬 배우 이다교(26)씨는 "작품이 없을 때 공허함을 느껴 배달 음식으로 마음을 달랬다"며 "폭식하고 후회하고 또 먹는 반복되는 패턴이 결국 공허를 채우기 위한 잘못된 습관이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같은 모임에 참여한 직장인 정수지(29)씨도 "이전의 내게 식사는 유튜브를 틀어놓은 채 위를 채우는 행위였지만, 음식 명상을 하면서 '먹는 행위 자체는 결국 날 위한 행위'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빵 한 조각을 먹더라도 '이것은 날 위한 행위'임을 충분히 느끼고 생각하면서 맛을 음미한다.

'나를 돌보는 마음챙김 식사'를 이끄는 식습관 코치 김설희(35)씨는 "나 역시 다이어트 컨설팅 업체를 다닐 때 회원들의 식단을 관리해 주며 쌓인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푸는 후유증을 경험했다"며 "마인드풀 이팅을 접하면서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려면 결국 내 몸과 마음을 함께 돌봐야 한다는 방향으로 관점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전의 다이어트 관리 방식과는 다른 마인드풀 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다.

2021년 심리전문책방 '서가는'에서 진행된 식사일기 온라인 챌린지의 참여자가 남긴 후기와 식사일기. '서가는' 제공

식사일기도 도움이 된다. 음식 메뉴와 칼로리, 양, 영양소를 적는 보통의 식단 기록과는 다르다. 마인드풀 이팅의 식사일기는 감정의 실체를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스트레스 수준 체크 ▲심리 상태(기쁨, 우울, 즐거움, 불안, 평온, 분노 등) ▲신체 상태(활력, 불면, 근육 긴장, 상쾌함, 얕은 호흡, 피로 등) 등을 살피는 것이다. 이어 식사 시간과 장소, 공복감 수준, 식사 메뉴 등과 함께 식사 결정이 즉흥적이었는지, 식전 기분과 식후 기분을 되짚고 기록한다.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는 마인드풀 이팅을 하다 보면 자신의 스트레스 요소를 직면하게 된다. 그러면서 오랜 트라우마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성미옥 '서가는' 대표는 "식사일기를 통해 상처받은 자아의 한 부분을 발견하고 회복해 가는 걸 자주 본다"며 "참여자들이 이런 문제가 자신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위로도 많이 받곤 한다"고 말했다.


일과 시작 전 식사 계획 짜는 것도 도움

마인드풀 이팅은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의대 교수가 1979년 만든 '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이 기반이다. MBSR은 고대 불교 명상 수행법에 뿌리를 두지만, 종교적 색채를 배제하고 의학·과학과 접목해 현재 전 세계 병원 800여 곳과 클리닉에서 활용되고 있다.

만약 마인드풀 이팅을 시도할 겨를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 원장은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를 미리 정해보라"고 조언한다. 이런 여유나 계획만으로도 자기 조절감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해진 대로 먹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왜 계획대로 먹지 못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병리적 수준의 식이장애라면 전문의의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유 원장은 "일반 비만 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폭식장애는 스트레스 상담 정도로도 빠르게 호전되기도 하지만,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정신 질환의 경우엔 흔히 우울, 불안, 대인 기피 등 정신병리가 동반돼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작=이정화 디자이너

※ '치유 레시피' 시리즈는 전문가 자문을 거친 자가 진단 또는 회복의 방법을 디지털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공합니다. 링크를 누르면 한국판 식사태도 검사를 통해 직접 섭식 문제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링크가 열리지 않는다면, 주소(https://touchyou.hankookilbo.com/v/2024052401/)를 포털 주소창에 복사해 넣으시면 됩니다.

기자의 목소리로 제작된 인터랙티브 오디오 콘텐츠 '에코 라디오'를 통해 직접 마음챙김 식사법을 체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주소창에 다음 주소(https://touchyou.hankookilbo.com/v/2023060201/)를 복사해 붙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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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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