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겹친 ‘파타야 살인’…용의자, 어느 법정에 세워야 할까

이지혜 기자 2024. 5.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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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지난 12일 훼손된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면서 드러난 '파타야 살인사건'은 타이에서 벌어졌지만, 용의자 3명과 피해자가 모두 한국인이다.

심지어 현재(24일)까지 붙잡힌 용의자 2명 중 한 명은 한국에서, 다른 한 명은 제3국인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구금된 상태다.

이 사건은 특히 용의자 중 1명이 제3국인 캄보디아에서 붙잡혔다는 점에서 관할권 논의가 한층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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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국제적 흉악범죄 관할권은?
‘파타야 살인사건’ 용의자 이아무개씨가 지난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창원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이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지난 12일 훼손된 피해자 시신이 발견되면서 드러난 ‘파타야 살인사건’은 타이에서 벌어졌지만, 용의자 3명과 피해자가 모두 한국인이다. 심지어 현재(24일)까지 붙잡힌 용의자 2명 중 한 명은 한국에서, 다른 한 명은 제3국인 캄보디아에서 붙잡혀 구금된 상태다. 이런 경우 용의자들을 어느 나라 법정에 세워 처벌해야 할까?

원칙적으로 두 나라 모두 이 사건에 대해 사법적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타이는 자기 나라에서 벌어진 흉악 범죄라는 이유로 ‘속지주의’ 원칙을, 한국은 용의자가 자국민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속인주의’ 원칙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여기에 더해 자국민이 피해자인 범죄에 대해서는 범인이 어느 나라 국민이든 국외에서 벌어진 범죄든 관계없이 자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보호주의’ 원칙도 적용할 수 있다.

관할권에 관한 각 나라의 원칙이 충돌할 경우 누가 용의자를 데려가 법정에 세울지 정해진 국제 규범은 없다. 법보다 정치·외교 사안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범죄자를 어디에서 처벌할지는 범인 신병 확보를 어디에서 먼저 했는지, 피해자가 어디 사람인지 등에 따라 그때그때 다를 수 있다”며 “통상은 자국민 피해가 없을 경우 외국인 범죄자를 출신국에 인도해 기소하도록 하지만, 범죄자 신병을 먼저 확보한 쪽에서 인도 요청을 거절하고 처벌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특히 용의자 중 1명이 제3국인 캄보디아에서 붙잡혔다는 점에서 관할권 논의가 한층 복잡하다.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용의자 이아무개(27)씨의 신병 확보를 두고 두 나라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타이 경찰은 방콕 형사법원에서 용의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피의자들을 타이로 송환해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타이에서 처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국 경찰도 “우리 국민에 대한 흉악 범죄는 국경을 초월해 끝까지 추적해 단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씨에 대한 검거 근거가 한국 경찰이 인터폴에서 발부받은 적색수배서였다는 점을 내세워 캄보디아에 범죄인 정식 송환도 요청했다. 이미 또 다른 용의자 이아무개(26)씨를 한국 경찰이 전북 정읍에서 검거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이씨에 대한 송환 논의는 검거 열흘이 지난 23일까지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캄보디아 경찰은 타이 경찰과의 조율을 이유로 송환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공조를 담당하는 경찰청 관계자는 “어디에서 수사해 기소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더 효과적이냐가 문제 핵심이고, 우리가 먼저 피의자 1명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문제를 풀기 위해 외교부와 함께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송환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조심스러운 평가도 나온다. 범행 현장과 증거가 모두 국외에 있는 사건을 국내로 가져와 수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강력범죄 수사로 잔뼈가 굵은 한 경찰은 “현장도 증거도 다 타이에 있는데 피의자를 여기로 데려와 수사했다가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경우 무척 곤란해진다”며 “타이에서 처벌한 뒤 그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또 처벌해도 된다”고 했다.

한국 경찰은 우선 전북 정읍에서 체포한 용의자 이씨를 지난 22일 강도살인·시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경범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이씨도 국내에 송환되는 즉시 조사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현재 용의자 3명을 주범과 종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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