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희정·충청남도, ‘성폭행 피해’ 前비서에 8300만원 배상하라”

박강현 기자 2024. 5. 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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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피해자인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 등에게 위자료 등을 요구하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결과가 나온 건 소송을 제기한 지 약 3년 10개월만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뉴스1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는 24일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충청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안 전 지사는 8347여만원, 충청남도는 안 전 지사와 공동으로 이 돈 가운데 5347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안 전 지사와 김씨 모두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씨는 2018년 3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일하던 중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지사는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2019년 9월 징역 3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됐고, 복역하다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김씨는 2020년 7월 범행과 수사·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다며 위자료와 치료비 총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아울러 직무수행 중 벌어진 범죄인만큼 충청남도 역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안 전 지사 및 충남 측은 “사건과 피해의 관련성이 없다”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관련 형사사건과 증거에 의하면 피고 안희정의 강제추행,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 원고가 주장하는 2차 가해 중 안희정의 배우자가 형사 기록에 포함된 진료기록 등을 유출해 비방글 게시를 방조한 책임도 인정된다”며 “피고 충청남도는 2차 가해를 제외한 안희정의 강제추행 등 불법 행위에 직무 수행 관련성에 있어 국가배상법의 책임이 있다. 신체 감정에 의하면 피고들의 불법 행위로 (김씨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 사건 1심 재판이 지연된 것은 김씨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의료 감정 등이 지연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 측이 김씨가 제출한 각종 진료·진단 기록만으로는 성폭력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신체 감정을 요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병원에서 감정을 하지 못했고 한 곳에서만 ‘정신적 피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가 회신됐지만, 이마저도 재감정을 요구해 재감정이 반복됐다.

이날 판결 이후 김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민사소송을 통해 그동안 성폭력의 피해를 입고도 정작 고통의 시간을 돌려받지 못했던 많은 분들께 작은 희망이 되길 바랐다. 재판부에서 안희정의 책임과 더불어 도청과 주변인들의 잘못에 대해서도 인정해주신 부분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이 먼 지금의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 안희정과 충남도청 그리고 2차 가해자들과 끝까지 싸워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딛겠다”고 말했다.

김씨 측 소송대리인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는 특정됐는데, 피고 측에서 형사 사건 자체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주장하면서 다투고 신체 감정 등이 오래 걸리다보니 (판결이) 4년 가까이 걸렸다”며 “판결문을 받아 상세히 검토한 뒤 추후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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