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를 관조하다…오페라 '죽음의 도시' 한국 초연

임순현 2024. 5. 24. 10: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삶과 죽음의 세계는 갈라져 있어. 냉혹한 철칙이지."

죽은 아내 마리를 드디어 떠나보내며 읊조리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가슴에 '훅' 박힌다.

23∼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죽은 아내에 집착하는 한 남성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현실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자칫 섬뜩하고 기괴한 이야기로만 해석될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죽음의 도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사람들의 상실감을 위로한 이야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3∼26일 예술의전당서 공연…"상실감 위로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오페라"
한국 초연 후 무대인사를 하는 '죽음의 도시' 제작진과 출연진 (서울=연합뉴스) 오페라 '죽음의 도시' 제작진과 출연진이 23일 예술의전당에서 첫 공연을 마친 뒤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24.05.23 hyu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삶과 죽음의 세계는 갈라져 있어. 냉혹한 철칙이지."

죽은 아내 마리를 드디어 떠나보내며 읊조리는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가 가슴에 '훅' 박힌다.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불 꺼진 극장을 나오니 눈앞에 생생한 삶의 현장이 펼쳐졌다.

23∼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죽은 아내에 집착하는 한 남성이 이를 극복하고 다시 현실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파울은 아내의 머리카락과 유품을 전시실과 같은 공간을 마련해 보관할 정도로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우연히 만난 아내를 닮은 유랑극단의 무용수 마리에타를 사랑하게 되지만, 아내의 환영을 보며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급기야 마리에타를 목 졸라 살해하는 꿈까지 꾸게 된다. 이후 정신을 차린 파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 '죽음의 도시' 브뤼주를 떠나기로 한다.

자칫 섬뜩하고 기괴한 이야기로만 해석될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죽음의 도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사람들의 상실감을 위로한 이야기다. 1920년 12월 독일 함부르크와 쾰른에서 초연됐고 이번이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다.

오페라 '죽음의 도시' 리허설 모습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다루지만,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에리히 볼프강 코릉골트의 낭만적인 음악이 이를 상쇄한다. 23살에 이 작품을 작곡한 코릉골트는 무조성과 불협화음이 득세하던 당시의 신(新)음악에 동참하지 않고, 후기 낭만주의 연장선에서 음악을 작곡했다.

1막에서 파울과 마리에타가 함께 부르는 '내게 머물러 있는 행복', 2막에 나오는 바리톤의 아리아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등은 아름다운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다.

이 작품에 드라마투르그(공연 전반에 걸쳐 연출가의 의도와 작품 해석을 전달하는 역할)로 참여한 이용숙 음악평론가가 "우울하면서도 활력이 넘치고, 로맨틱하면서도 스릴러의 긴장을 품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오페라"라고 작품을 소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 하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독일 출신의 지휘자 로타 쾨닉스의 열정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쾨닉스는 복잡한 음악을 한 음도 놓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오페라 음악가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CBS소년소녀합창단이 무대음악에 참여했다.

파울 역에는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 마리·마리에타 역에는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와 오미선이 출연한다. 또 바리톤 양준모, 최인식,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등도 캐스팅됐다.

오페라 '죽음의 도시' 리허설 모습 [국립오페라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yu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