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안법 개정안 대안으로 ‘수입안정보험’ 꺼낸 정부… “재정 부담 확 줄어”

세종=김민정 기자 2024. 5.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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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안법 개정안 땐 5개 품목에만 1조2000억원 재정 소요 전망
정부, 내년부터 수입안정보험 본격 시행… 품목도 늘린다
올해 수입안정보험에 81억원 투입, 매년 예산 확대할 듯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야당이 추진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으로 ‘수입안정보험’ 확대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농안법 개정안은 일부 농산물 품목의 값이 떨어졌을 때 의무적으로 가격을 보전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입안정보험은 미리 보험을 든 작물에만 가격을 보장해 준다는 점이 다르다.

학계에서는 농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5대 채소에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수입안정보험에 81억원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이 제도를 확대할 경우 농가 소득을 지키면서 재정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정부는 다음 달 중 수입안정보험 확대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24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야당은 오는 28일 개최될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이에 맞서 정부는 농산물 수급과 농가 소득 안정을 유도할 대안으로 현재 시범 사업 중인 수입안정보험을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입안정보험은 수량과 가격을 같이 고려해 농가 수익을 보험 방식으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농안법과 다른 건 농가가 자기 보험료를 부담하기 때문에 책임을 나눠 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수입안정보험은) 농가에 책임성을 부여하면서 수입도 보장할 수 있어 농산물 수급 안정과 소득 안정 두 가지 다 잡을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농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보장 수준이 높은 품목은 과잉생산 되고 보장이 없는 품목은 과소 생산돼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해지고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농작물 재해보험을 운영 중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 등으로 피해를 본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로 보험금은 농협손해보험이 지급한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수입안정보험을 운영해 농가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자유롭게 가입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입안정보험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도 경작자의 수입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농식품부는 2015년 콩, 포도, 양파를 시작으로 올해 보리, 옥수수까지 품목을 넓혀 현재 총 9개 작물에 대해 수입안정보험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보험료는 정부가 보험료의 50%, 지방자치단체가 30~40%를 지원하도록 해 농가는 총보험료의 10~20% 정도만 내면 된다.

정부는 수입안정보험에 대한 예산을 올해 역대 최대 수준으로 편성했다. 올해 수입안정보험에 투입된 예산은 81억원으로 작년(25억원)보다 224% 늘렸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시범 사업으로 운영하던 수입안정보험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내년에는 수입안정보험 품목도 더 늘어나고, 예산도 증액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 동안 총 1만2511농가에 보험금 891억원이 지급됐다. 작년에만 농협손해보험은 총 1346농가에 보험금 58억6000만원을 줬다. 손해율은 연도별로 재해 여부에 연동된다. 태풍이 농가를 휩쓴 2019년에는 손해율이 185.6%에 달했지만, 기후가 안정된 2017년에는 31.5%였다. 지난해 손해율은 105.9%로 집계됐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수입안정보험을 시행할 경우 농안법 개정안보다 재정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농안법 개정안으로 무, 배추, 마늘, 양파, 고추 등 5대 채소에 대해서만 연간 1조1906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가락시장 기준으로 거래되는 농산물 품목 코드만 548개에 달한다. 품목을 늘릴 때마다 재정 소요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안정보험은 농가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고, 보험금은 농협손해보험이 지급하는 구조”라며 “농안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세금 투입이 상당한데, 수입안정보험은 예산이 훨씬 적게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입안정보험 확대를 위해 농가 소득을 보다 촘촘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전공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수입안정보험을 도입해 정부와 생산자 조직, 개별 농가가 함께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추세”라며 “정책 방향성은 맞지만, 개별 농가 단위 소득을 파악해야 보험 상품을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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