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4가지 없으면 저출생 못 뒤집는다”…미래학자 프레이의 제안

곽노필 기자 2024. 5. 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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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워라밸·재정지원·양성평등·보육인프라 제안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가 한국의 저출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픽사베이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명의 3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최악의 상황이라 할 만하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숫자를 말한다. 지난해 4분기엔 0.65명까지 떨어진 걸 보면,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0.6명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계청은 이런 추세라면 50년 후 한국 인구는 360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1970년 3200만명에서 2012년 5천만명을 넘어섰다가 마치 일장춘몽에서 깨듯 원위치로 돌아가는 셈이다.

장기적인 사회 흐름의 대표적 지표 가운데 하나인 인구 부문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인구가 급등락을 하는 사례는 아마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노동력 감소를 초래해 경제를 위축시키고 사회보장 부담을 늘려 복지 체제의 기반을 흔든다. 또 인구 구조의 고령화와 사회 혁신 동력의 위축을 유발한다.

정부가 최근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그동안 천문학적 예산 투입에도 꿈쩍 않고 있는 저출생 흐름을 바꿀 묘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저출생을 고착시키는 3가지 요인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설립자 겸 선임연구원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저출생 흐름을 반전시킬 4가지 정책 전략을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 프레이는 아이비엠 엔지니어 출신의 미래학자로 2010년대에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활발하게 미래 강연 활동을 한 바 있다.

프레이는 “한국은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한 갈림길에 섰다”며 “출산율 하락 흐름을 뒤집고 인구의 활력을 다시 살리려면 복잡한 요소들을 다루는 다각적인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프레이는 저출생 흐름을 고착시킨 요인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건 치열한 취업 경쟁, 과다한 주거비 부담 등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경제적 불안정이다. 이어 과다한 노동시간이나 양성 불평등 등 사회문화적 압박, 그리고 치열한 교육 경쟁 시스템도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했다.

무엇이 가족 구성을 막는 장벽인가

이런 분석에 기반해 그가 제안한 저출생 반전 전략의 첫번째는 일과 가정 생활이 잘 조화를 이루는 ‘워라밸’이 가능하도록 가족 친화형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출산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다.

그는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육아 휴직 확대와 유연한 근무 시스템을 제시했다. 육아 휴직 확대는 휴직 기간을 늘리고 부성(아빠)의 육아 휴직을 적극 장려하는 것을 말한다. 프레이는 “이는 조기 직장 복귀로 인한 스트레스 없이 아이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니라 육아에서의 양성 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또 재택근무, 탄력적 근무 시간 적용, 시간제 근무 등 다양한 근무 시스템은 일과 가정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전 전략의 두번째는 재정적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가족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을 낮춰주기 위한 방안이다.

예컨대 주택보조금으로 청년 가정의 가장 큰 부담인 주거비를 줄여주는 한편, 자녀가 있는 가정엔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다양한 교육비 감면 혜택을 주라는 것이다.

출처=통계청

중대 변화의 문턱…반전 전략은 선택 아닌 필수

세번째 전략은 직장과 가정에서의 전통적인 일과 성 역할 규범을 바꾸는 것이다. 가족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다. 예컨대 근무시간의 지속적인 단축,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불이익 없애기, 공평한 가사 부담 등 새로운 사회 규범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네번째 전략은 탄탄한 육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하는 부모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다.

프레이는 이를 위해선 국가에선 잘 훈련된 보육 서비스 제공자를 양성해 양질의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기업에선 사내 보육 또는 육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자녀를 가진 직원들이 일과 가정 생활을 어려움없이 병행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이는 “인구 구조의 중대한 변화 문턱에 선 지금, 반전을 위한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러한 전략은 인구 구조를 안정시킬 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탄력적이고 번영하는 한국 사회를 만드는 기본 요소”라고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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