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5조' 시프트업, 고난도 IPO 고려해 주관사단에 두둑한 성과 보수 제시

최석철 2024. 5. 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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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수수료 수준의 성과수수료 제시...수수료 총액 최대 88억
게임사 IPO 향한 부정적 인식, '서브컬쳐'·'콘솔' 앞세운 첫 사례
국내 게임사 PER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PER 39배 적용
이 기사는 05월 23일 13: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기업공개(IPO) 주관사단에 인수수수료와 동일한 성과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국내 IPO 시장에서 게임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비주류로 여겨지던 서브컬쳐 장르 및 콘솔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고난도 작업으로 평가되어서다. 게임업계에서 내린 시프트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IPO 시장으로도 이어질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주류로 거듭난 '서브컬쳐', IPO 시장에도 통할까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주관사 및 인수회사에 인수수수료로 공모금액의 1%를 지급하고 공모 성적에 따라 성과 수수료로 공모금액의 1% 지급한다. 한국투자증권, JP모간, NH투자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사, 신한투자증권이 인수회사다.

통상 조단위 기업가치 IPO의 경우 인수수수료로 0.8~1%를, 성과 수수료로 0.2~0.5%를 지급하던 것과 보다 높은 수수료율이다. 최근 조단위 IPO 기업을 살펴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인수수수료로 0.8%, 성과 수수료로 0.3%를 제시했다. 지난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인수수수료 1%와 성과 수수료 0.3%, 두산로보틱스는 인수수수료 1%와 성과 수수료 0.5%였다.

시프트업 주관사단은 인수수수료로 공모가 희망 가격(4만7000~6만원) 하단 기준 34억원, 상단 기준 44억원을 받게 된다. 성과 보수 지급 시 전체 수수료가 두 배 늘어나는 구조다.

국내 IPO 시장에서 게임사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더 높은 성과 수수료를 약속했다.

한때 국내 증시에서 게임업종은 중소형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IPO에 나서며 꾸준한 인기를 얻던 분야였다. 하지만 기존 게임업종 상장사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 및 주가 하락을 겪자 투자자의 관심이 낮아졌다.

지난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은 공모가 49만8000원에 상장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며 게임사 IPO에 대한 거품론이 불거졌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 역시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힘쓰지 못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상장한 게임회사와 장르가 다른 게임을 주력으로 하고 있단 점도 IPO 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프트업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비주류로 분류되던 서브컬쳐 장르 및 콘솔 게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서브컬쳐는 주류가 아닌 하위문화를 칭하는 말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미소녀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수집하는 형태의 게임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국내에선 넥슨의 '블루아카이브',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이 서브컬쳐 장르로 분류된다. 최근 해당 게임들이 잇따라 흥행하며 서브컬쳐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대세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장르적 측면뿐 아니라 콘솔 게임 불모지라 불리던 국내에서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조짐을 보인다는 점도 게임업계에서는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비교기업 일본 상장사 3곳 선정

이런 분위기가 게임업계를 넘어 IPO 투자자에게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프트업은 서브컬쳐 장르 및 콘솔 게임을 토대로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을 선정했다. 스퀘어에닉스, 사이버에이전트, 카도카와 등 일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 3곳이다. 기존 게임사 IPO가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등 국내 대표 게임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한 것과 다른 행보다.

비교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39.25배로 산출됐다. 국내 게임사 PER이 통상 20배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를 적용했다.

게임 관련 매출이 100%에 가까운 시프트업과 달리 이들 기업의 주력 사업은 출판업이나 IT 미디어 광고 등으로 사업영역이 다각화됐다. 각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게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스퀘어에닉스 70%, 사이버에이전트 25%, 카도카와 10%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선 적절한 비교기업을 찾지 못한 결과란 설명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비교기업의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요인이다.

시프트업과 주관사단은 신주모집 물량을 상대적으로 줄여 흥행을 노리겠단 전략이다. 이번 공모에서 모집하는 신주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12.5%다. 통상 유가증권시장 IPO 기업이 공모하는 물량의 절반 수준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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