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에어 인천행 비행기에 함께 오르는 ‘맛있는 것들’의 뒷얘기

강예신 여행플러스 기자(kang.yeshin@mktour.kr) 2024. 5. 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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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핀란드 최대 국영 항공사 핀에어는 2010년부터 13년간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북유럽 최고 항공사’다.

핀에어의 허브 공항인 헬싱키 반타 공항에는 한국어 안내문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 이용객이 많다. 타 항공사에 비해 짧은 비행 거리 및 시간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유럽 여행객 사이 ‘환승 메카’로 잘 알려져 있다.

​헬싱키 반타 공항 인근에는 한국 승객들과 함께 핀에어 비행기에 오르는 맛있는 음식들의 비밀이 펼쳐지는 공간이 두 곳 있다. 연어, 킹크랩 등 대서양 수산물을 핀에어 항공기 화물로 한국에 빠르고 신선하게 운반하는 화물 터미널 ‘쿨 카고’와 기내식을 담당하는 ‘핀에어 키친’을 낱낱이 파헤쳤다.

노르웨이 연어를 하루 반나절만에 한국으로... ‘핀에어 쿨 카고’
헬싱키의 한 시장에서 판매 중인 노르웨이산 연어. /사진= 강예신 기자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섭취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수산물로 연어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소비하는 연어 90% 이상이 대서양에서 왔다.

노르웨이에서 연어를 잡아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놀랍게도 단 이틀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비법은 핀에어의 화물 터미널, ‘쿨 카고’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핀에어 쿨 카고 내부 모습. /사진= 강예신 기자
​핀에어는 매일 오후 5시 35분 헬싱키를 출발하는 인천행 항공기를 운항한다. 매일 오전 10시 연어를 실은 트럭이 쿨 카고에 도착해 창고로 연어를 옮기고, 인천행 항공기에 옮겨 그대로 한국에 보낸다.

연어를 잡아 쿨 카고에 도착하기까지 최대 20시간, 카고에서 항공기로 옮겨 출발하는 데 7시간, 인천까지 12시간 비행까지 합해도 총 40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사진 왼쪽부터 밀라 니홀름 핀에어 마케팅 및 지속가능성 부문 팀장, 가브리엘라 히톨라 핀에어 수석부사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노르웨이에서 바로 한국으로 수산물을 보내는 것보다 헬싱키를 거쳐 보내는 것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 헬싱키 반타 공항의 안정적인 항공 운항 스케줄과 쿨 카고의 로봇 공학과 창고 자동화를 활용한 효율적인 화물 수송 체계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가브리엘라 히톨라 핀에어 수석부사장과 밀라 니홀름 핀에어 마케팅 및 지속가능성 부문 팀장의 안내를 받아 쿨 카고를 둘러봤다.

(좌) 로봇을 활용해 화물을 옮기는 장면 (우) 쿨 컨트롤 센터 / 사진= 강예신 기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빈틈없이 화물을 쌓아올리는 장면이었다.

히톨라 부사장은 “화물간의 빈틈을 최소화해 한 번에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한다”며 “의약품 등 온도에 민감한 고부가가치 화물까지도 운송 중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쿨 컨트롤 센터’를 갖춰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을 싣는 모습. 안전사고를 대비해 천장에 볼록거울을 여러 개 비치했다. /사진= 강예신 기자
​쿨 카고는 작업 과정의 정교한 디지털화와 혁신적인 운영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고객의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총 10만㎏의 화물을 운송해 1억9200만 유로(약 2822억2600만 원)의 수입을 내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 한다.
비닐, 끈 등을 재활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강예신 기자
​지속가능한 운영 측면에서도 쿨 카고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쿨 카고를 둘러보면서 현장에서 나온 비닐, 끈, 상자, 플라스틱 등이 단 하나도 따로 버려져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모두 카고 곳곳에 비치한 통에 한데 모아 재활용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화물 터미널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쿨 카고에 연간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의 37%를 발전시켜 사용하고 있다.

트럭에서 화물을 꺼내고 있는 모습. /사진= 강예신 기자
​니홀름 팀장은 “핀에어의 장기적 목표는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자동화, AI 등 최첨단 기술 활용으로 폐기물 최소화, 최단거리 노선 이용, 화물 포장재 무게 최소화, 지속가능한 연료(SAF) 활용 증대 등을 통해 쿨 카고 역시 핀에어의 장기 목표 달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내식 제조만큼 중요한 것이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 ‘핀에어 키친’
핀에어 헬싱키~인천 노선 비즈니스석 기내식. /사진= 강예신 기자
‘승객들이 특정 메뉴를 얼마만큼 고를 걸 어떻게 예측하고 실었을까’, ‘먹고 싶은 메뉴나 음료가 다 떨어져 못 먹은 적이 거의 없는데, 무작정 기내에 많이 싣는 것일까’….

​비행 중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담은 카트를 끌고 조금씩 다가올 때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의문이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헬싱키 공항의 기내식 공급 업체인 핀에어 키친으로 향했다.

(좌) 마리카 니에미넨 핀에어 키친 부사장 (우) 타르야 코스키 핀에어 지속가능성 부문 수석 매니저 /사진= 강예신 기자
​핀에어 키친은 헬싱키 공항의 기내식 공급업체로, 핀에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동, 유럽에 이르는 다양한 항공사의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다.

마리카 니에미넨 핀에어 키친 부사장과 타르야 코스키 핀에어 지속가능성 부문 수석 매니저의 안내를 받으며 핀에어 키친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차가운 음식을 만드는 쿨 키친과 불을 활용하는 메뉴를 만드는 핫 키친. /사진= 강예신 기자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400여 명의 직원들이 기내식을 제조, 분석, 운반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곳에서 하루 평균 1만2000여 개의 기내식을 생산하고 있다.

핀에어 기내식은 심플함과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며, 현지에서 난 건강한 재료 활용을 우선시한다. 각 목적지의 음식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운항 노선에 따라 메뉴에 차이가 있다. 인천 왕복 노선의 경우 상시 메인 코스 선택지로 한식을 제공한다.

니에미넨 부사장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한식의 양념과 조리 방식을 북유럽 요리에 접목한 퓨전 메뉴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핀에어 대표 음료인 블루베리 주스와 시그니처 칵테일 노던 블러쉬. /사진= 강예신 기자
​핀에어는 기내식 사전 주문 서비스 및 특별식도 제공한다. 특별식은 아동용 식단, 당뇨식, 무슬림식, 채식 등 17가지 다양한 옵션을 갖췄다. 특히 코스키 매니저는 “무엇보다도 음식물 폐기물 감소를 위해 많은 고객이 기내식 사전 주문 서비스 이용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내에서 소비되지 않은 음료를 분류하는 작업 중인 직원. /사진= 강예신 기자
일회용품이나 음식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등 핀에어 키친에서는 기내식을 준비하는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표적인 예로 비행을 마친 뒤 비행 중 승객에게 제공하지 않고 남은 음료나 술 등을 다시 분류하고 통계를 내 국가, 노선마다 승객들의 선호도를 파악한다. 추후 비행기에 싣는 물건들의 무게를 최소화하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함이다.

기내식 메뉴 변경으로 인해 기내에서 제공하던 와인을 바꿀 경우 기존 와인을 라운지에 비치하는 등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방침이다.

기내에서 활용하는 식기. 최근 가벼운 제품들로 모두 교체했다. /사진= 강예신 기자
또 최근 기내에서 제공하는 식기나 컵 등을 기존 대비 20% 가벼운 제품으로 교체했다. 기존 사용하던 제품들 역시 폐기하지 않고 직원들의 식당에서 재사용 중이다.

​코스키 매니저는 “승객 1명당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0.25㎏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지난해 0.21㎏를 기록했다”며 “폐기물 재활용 비율도 목표로 한 26%를 뛰어넘은 27%를 기록했을 정도로 핀에어 키친은 지속가능한 운영 부문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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