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뒤 도산 위기”…흔들리는 대학병원, 정부 수습책은
“대학병원, 인건비 조정과 유보금 활용 시급” 목소리도
정부, 건강보험 선지급…의료개혁특위 “저평가 분야 수가 인상”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대형병원들이 유례없는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도산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그동안 값싼 인력인 전공의에 의존해온 병원들에 대한 '책임론'도 쏟아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대책 없이 전공의들의 복귀만 호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귀 시한'인 지난 20일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 출근한 전공의는 지난 17일보다 31명 증가한 659명에 그쳤다. 이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 명의 5.1% 수준이다.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이탈 이후부터 입원과 수술을 대폭 줄여왔다. 서울시내 주요병원인 '빅5' 병원의 수술·입원은 전공의 이탈 전의 50~60% 수준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빅5 병원은 전공의 이탈 전 하루 약 200~250건씩 진행한 수술이 현재 100건 초반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입원·수술은 줄었지만 인건비나 기존 진료량에 맞춰 늘려놓은 병상 운영비는 그대로라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정난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가운데 도산 위기에 처한 대학병원도 나왔다.
대전 소재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은 본격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조강희 병원장은 전날 내부 임직원 대상 공지를 통해 "매출이 급감하며 운영 자금이 2개월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존립 자체가 위기"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비상경영 운영 방침을 전달하며 조직을 축소하고 무급 휴가·휴직을 확대하는 등 병원 운영을 비상진료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충남대병원은 전공의 이탈 이후 현재 하루 평균 입원 환자가 36.4%, 외래 환자는 약 20% 줄면서 매달 100억원~15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또 몇 해 전 세종 충남대병원을 개원하면서 금융권에서 빌린 3000억원을 포함해 차입 규모가 총 4200억원대인 상황이다. 조 원장은 현재 남아있는 차입금 400억원을 고려하면 2개월 내로 통장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길어야 5월 한 달 아니겠느냐"면서 "여름부터 지방 의료를 중심으로 수많은 의료원이 도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서울, 나중엔 빅5 병원까지도 곤란한 지경에 처하거나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간 전공의에 의존해온 병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전공의 이탈은 일차적으로는 병원의 책임"이라며 "병원이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었던 건 전공의들의 값싼 노동력이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도 이제는 유보금을 활용하거나 인건비를 조정하는 등 현실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러한 병원의 노력을 전제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궁극적으로 전문의 중심 구조 개편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건강보험 선지급…의료개혁특위, '수가' 논의 본격화
대학병원이 도산 위기에 처하자 정부도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방안은 아직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건강보험 급여를 선지급 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인건비 지급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7월까지 3개월간 이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임시방편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선지급 계획도 지연되는 분위기다. 당초 지난 20일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 후 이르면 5월 내 1차 선지급을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기준 안내는 5월 중, 선지급은 6월 중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기준 마련을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전국 211개 수련병원 가운데 요건을 충족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선지급한다. 해당 수련병원에겐 전공 이탈 이후 진료량·급여비 추이 등을 확인한 뒤 각 병원별 전년 동월 지급받았던 급여비의 30%를 우선 지급한다. 이는 2025년 1분기부터 각 기관이 청구한 급여비에서 균등하게 상계하는 방식으로 정산된다.
선지급의 대상은 ▲2024년 3~4월 중 의료수입이 급감해 인건비 지급 등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했고 ▲필수진료 유지를 위해 금융기관 자금차입 등 경영난 자체 해결을 위한 자구노력을 실시하고 있으며 ▲중증환자에 대한 외래·입원 등 진료를 더이상 축소하지 않고 유지하는 기관이다.
한편 대통령 직속 사회적 합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특위)에선 본격 수가제도 개편,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을 논의했다. 전날 열린 특위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전문위)의 1차 회의에선 필수의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보장성 개선 방안, 의료비용 분석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저평가된 분야 등 보상이 시급한 분야의 수가를 집중 인상하는 방안을 의논했다.
전문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형선 교수는 "이번 특위는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각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석하는 만큼 정책이 결정되면 예산이 배정되도록 구성돼 있어 (정책의) 실효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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