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눈썹 문신은 의료행위” vs “의사 문신도 내가 했다”

이채윤 2024. 5. 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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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의료행위인 '문신' 시술과 사회 인식 괴리 커
하급심마다 판결 엇갈려
대법원 합의체·국회 법제화 관건
▲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눈썹문신시술 의료법 위반 여부 관련 국민참여재판 무죄 촉구 집회’에 참가한 문신사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도, 판사도 눈썹 문신 내가 했다”

지난 9일 대구지법 앞에서 문신 시술 무죄를 촉구하던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이 들고 있던 손팻말에 적힌 구호다.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문신사 A씨가 의사면허 없이 일반인에게 눈썹 문신을 시술했다는 혐의(보건 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의료인(의사)이 아닌 사람이 눈썹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눈썹 문신 시술이 전문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사람 생명·신체 등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의료 행위’이라는 검찰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현행법상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자체가 불법인 만큼 정확한 통계 산출은 어렵지만, 문신을 의료인에게 받았다는 사례는 전무한 상황으로 보인다.

202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문신시술자는 35만 명, 문신 경험자는 1300만 명에 달할 만큼 문신은 대중화되고 있지만 법은 변화하는 사회 인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눈썹 문신이 의료행위(?)…오래된 찬반 논란

문신 시술은 국내에서 의료행위로 분류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2년 5월 대법원은 문신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신체 문신 뿐 아니라 눈썹·아이라인·입술 문신 등 이른바 ‘반영구 화장’과 두피 문신 역시 의료행위 범주에 묶여 의사만 시술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의료인만이 문신 시술을 하도록 허용하더라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대법원과 동일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의료계는 “문신은 의료 행위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시술할 경우 명백한 불법이며,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신체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문신에 사용하는 염료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고, 문신 부위에 화상을 입거나 감염 사례가 생기는 등 위험 요소가 있다”며 문신 시술을 의료인이 시행해야 할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

반면 문신사 측은 “미국·독일·영국·프랑스 등 해외 다수 국가에서는 비의료인도 일정 자격증을 획득하면 문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며 “국내에서 문신 시술을 받는데 특별히 보고된 중증 부작용 사례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문신사 측은 “문신을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보는 사회적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부분 문신을 시술하는 문신사들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받고 불이익받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문신을 법제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문신 시술 행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역마다 판결 제각각…대법원 합의체·의료개혁 관건

대구에서 ‘문신 시술’ 행위를 불법으로 봤던 국민참여재판과는 달리 부산·청주·의정부 지방법원에서 문신사가 의사 면허 없이 문신시술을 했다는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건당 6만~10만 원을 받고 눈썹 문신을 시술했다가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눈썹 문신은 미용 목적인데 이를 불법화하면 음지로 숨어들 우려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8월 청주지법도 눈썹 문신 시술을 한 C씨에게 “비의료인이 한다고 해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하급심에서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의료인의 문신·반영구화장 시술의 위법 여부를 심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재판부로,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거나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사건 등을 판결한다.

전원합의체에서 1992년 문신 시술 의료행위 인정 판례가 변경된다면 문신 행위를 불법으로 판결했던 하급심 결과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시대적 흐름’을 고려한 판결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비의료인도 국가 자격증을 따면 ‘문신 시술’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알려졌다.

지난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한국능률협회에 ‘문신사 자격시험에 관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현행법상 의료인만 할 수 있는 문신 시술을 비의료인도 자격증을 따면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 용역으로 결과는 오는 11월 말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와 의료개혁 추진에 따라 문신도 사회 인식의 변화에 맞춰 의료행위가 아닌 미용 행위로 변경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이 지난 2021년 6월 16일 국회에서 타투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사진 제공=류호정]

■21대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는 문신 법안

정치권에 따르면 21대 국회에 발의된 문신사법 제정안 등 현재 반영구화장·타투 등 문신 관련 법안 11개가 국회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오는 28일 예고돼 있지만 사실상 이 법안들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의사가 아니어도 문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문신사 면허를 받은 사람만이 문신 행위와 문신업소 개설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신사법 제정안 발의 당시 박 의원은 “국회만 해도 많은 의원들이 눈썹 문신을 받았다“며 ”타투가 부수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 버젓한 전문 직업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해야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엔 문신사·반영구화장사법안(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타투업법안(당시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 등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신 관련법을 앞서 지난 17, 18, 19대 국회에서도 김춘진 전 의원이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제20대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했으나 역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계류 중인 법안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발을 맞기도 했다.

의협은 지난해 10월 대한문신사중앙회가 대법원 앞에서 문신합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연 직후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의협은 문신 합법화 강행 시, 보건 위생 관련 위험성이 커진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지난 14일 오는 6월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신시술에 대해 높아지고 있는 관심에 힘입어 오는 22대 국회에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법제화 될지, 현행 그대로 유지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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