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과독증의 시선에서… ‘읽기’ 의 비밀을 파헤치다 [북리뷰]

김인구 기자 2024. 5.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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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문해력 논란이 최근에도 다시 불거졌다.

구독자 18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의 한 코미디 채널이 배우 모집 공고를 내면서 '모집 인원 : 0명'이라고 표시했는데, 일부 네티즌들이 "구체적인 인원수가 있어야지, 0명이라니낚시 글인가"라며 비난한 것이다.

통상 '모집 인원 : 0명'은 한 자릿수의 선발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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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지 못하는 사람들
매슈 루버리 지음│장혜인 옮김│더퀘스트

어처구니없는 문해력 논란이 최근에도 다시 불거졌다. 구독자 18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의 한 코미디 채널이 배우 모집 공고를 내면서 ‘모집 인원 : 0명’이라고 표시했는데, 일부 네티즌들이 “구체적인 인원수가 있어야지, 0명이라니…낚시 글인가”라며 비난한 것이다. 이는 철저한 오해에서 비롯한 촌극이다. 통상 ‘모집 인원 : 0명’은 한 자릿수의 선발을 의미한다. 즉 최대 9명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0명’을 활자 그대로 숫자 0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이 밖에도 웃지 못할 문해력 논란은 그간 종종 있었다. ‘심심한 사과’라고 할 때 ‘심심(甚深)한’을 ‘마음의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한’이 아니라 ‘지루한’으로 이해하거나,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일로 인식하고, ‘금일(今日)’을 ‘오늘’이 아닌 ‘금요일’로 해석하는 것 등이었다.

근본적으로 우리 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읽기’가 더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며, 또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저마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적’에 가깝다. ‘읽기’는 진화사적으로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독특한 사례와 증언이 등장한다. 영화 ‘레인맨’의 실제 주인공인 킴 픽은 동시에 책의 양쪽 페이지를 읽었고,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흑백 수식에서 색깔 글자를 봤으며,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특정 철자에 주의가 쏠린 나머지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했다. 이처럼 저자는 난독증, 과독증, 실독증, 공감각, 환각, 치매 같은 신경질환 때문에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읽기의 비밀을 파헤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읽기가 얼마나 복잡한 과정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408쪽, 2만2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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