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라"…실질 근로소득 감소세 집계 이래 최대폭

권애리 기자 2024. 5. 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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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혜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새로 나온 통계에서 빠듯해진 살림살이가 눈에 띄게 확인됐죠. 우리나라 가구의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고요?

<기자>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고 물가는 계속 많이 올랐습니다.

물가까지 반영한 실질소득 1.6%나 줄어들어서 1분기 기준으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얘기 여기저기서 요새 많이 합니다.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실제가 그랬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로소득 임금 가구당 월평균 329만 1천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가구당 세전 소득이고요.

1인 가구, 월급이 안 들어오는 집, 도시 근로자 가구나 농가, 어가 다 합쳐서 평균을 낸 거기 때문에 우리 집 근로 소득과 차이가 너무 크다고 느껴지신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평균입니다. 

액수 자체보다 그 추이를 보는 게 더 의미가 있는데요.

1년 전 1분기의 332만 6천 원에서 1.1%가 줄어들었습니다.

1분기는 매달 나오는 월급 외에 상여금이 집중되는 시기죠.

올해 1분기에 받은 상여 지난해 초보다 줄었다는 분들 많았을 겁니다.

지난해 우리 경제가 워낙 침체됐다 보니 실적에 따른 상여금을 연말, 연초에 많이 주는 대기업들에서 나오는 상여가 특히 줄어들면서 직장인들의 근로소득 평균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앵커>

배경도 짚어주시죠. 일단은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거죠.

<기자>

소득이 월급만 있지 않죠. 

사업해서 벌어들인 돈, 연금이나 보험금 들어오는 거, 또는 내 주식에서 나온 배당금 모두 소득입니다.

이런 소득까지 모두 합쳤을 때는 1분기에 가구당 월평균 512만 2천 원을 벌었습니다.

이건 1년 전보다 1.4%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농가들이 대체로 사업소득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짐작하실 겁니다. 농산물 가격이 워낙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같은 연금 수급액도 올랐고요.

영유아 키우는 집에 나라가 지급해 주는 부모급여 같은 것도 올랐습니다.

이전소득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주는 돈 같은 게 계속 늘어나면서 전체 소득은 증가세를 유지한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물가를 반영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가구당 쓰는 돈 1년 전보다 평균 3%가 늘었는데요.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돈을 더 쓴다고 살림살이가 윤택해진 게 아닙니다.

살던 대로 살고 있는데 나가는 돈만 늘어난 정도라고 할 수 있는 증가폭입니다.

특히 찬거리 장 보는데 쓴 돈, 식료품 사는데 쓴 돈이 가구당 매달 평균 40만 4천 원입니다.

1년 전보다 7.2%나 늘었습니다.

과일에 쓰는 돈이 18.7%, 채소 사는데 쓰는 돈 10.1%나 늘었을 정도로 먹거리 물가가 오른 영향이 큽니다.

그래서 물가까지 감안한 실질소득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년 전보다 1.6% 줄어들었습니다.

3년 만에 처음이고요. 감소폭도 2017년 이후로 7년 만에 가장 큽니다.

만약 다른 소득 없이 정말 월급만 갖고 사는 집이다, 물가까지 반영한 실질근로소득은 3.9%나 줄어들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앵커>

경제 얘기하면 요즘 답답한 소식이 많은데, 좀 나아진 거는 없었나요?

<기자>

자산까지 함께 살펴본 건 아니지만 소득만 보면 양극화는 좀 누그러진 모습이 나왔습니다.

소득이 가장 적은 20% 가구는 1년 전보다 벌어들이는 돈이 7.6% 늘어나면서 115만 7천 원을 기록했고요.

상위 20%는 1천125만 8천 원이었습니다.

평균적인 근로소득이 줄어든 게 대기업들의 상여금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고 앞서 말씀드렸죠.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상위 20%에 많이 속해있다 보니 이 소득구간에서 근로소득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던 겁니다.

반면에 하위 20%는 정부 보조금 같은 이전소득이 늘었고, 근로소득도 약간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실질소득이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위 20%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소득이 하위 20%의 5.98배, 6배 가까이 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커다란 차이죠. 하지만 그나마 이게 줄어든 겁니다.

1분기 기준으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6배 밑으로 내려간 게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입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1분기에 대기업 상여금이 줄어서 나타난 상위 20%의 소득 감소 영향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분배가 개선된 모습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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