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터·석파정·정릉… 51개 테마로 본 ‘서울 속 조선시대’ [북리뷰]

서종민 기자 2024. 5. 24. 09: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용산은 조선조 첫 '독서당'을 세운 지역이다.

용산의 한 폐사(廢寺)를 리모델링하고 군왕·신하 소통을 위한 독서 및 학문 연구의 공간으로 성종 23년(1492년)에 마련됐다.

1099년 숙종이 당시 '남경'(南京)이라고 부른 서울에 대한 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조성했던 궁궐이 바로 청와대 터에 있었다.

조선 건국 2년째였던 1394년 한양 천도에 따라 건립했던 경복궁 인근 왕실의 휴식처로 청와대 자리가 활용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서울의 자서전
신병주 지음│글항아리

서울 용산은 조선조 첫 ‘독서당’을 세운 지역이다. 용산의 한 폐사(廢寺)를 리모델링하고 군왕·신하 소통을 위한 독서 및 학문 연구의 공간으로 성종 23년(1492년)에 마련됐다. 국정 협의를 하는 경연 자리를 가장 빈번하게 열었던 왕으로 기록돼 있는 성종의 성향도 한몫했던 조치다. 그 취지는 “국가를 경영하는 자가 미리 어진 재주를 기르는 것”(독서당기)이라고 기록돼 있다.

용산 독서당의 이야기는 이 책 제목대로 오늘 서울까지 이어진다. 군신 소통은커녕 학문 탄압을 했던 연산군에 의해 문을 닫았던 독서당은 중종 때 지금 성동구 옥수동 자리로 옮겼고 ‘동호 독서당’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독서당의 흔적은 옥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동호대교 이름에도 남아 있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51가지 주제로 시·공간을 오간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연려실기술’ 등 사료 인용으로 구체성을 확보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지난 2022년 5월 9일까지 있었던 청와대 터를 다룬 대목은 고려 시대까지 되돌아본다. 1099년 숙종이 당시 ‘남경’(南京)이라고 부른 서울에 대한 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조성했던 궁궐이 바로 청와대 터에 있었다. 이곳을 수도로 삼으려 했던 구상이 시도되지 않은 것은 개경 세력의 반발 때문으로 해석된다. 조선 건국 2년째였던 1394년 한양 천도에 따라 건립했던 경복궁 인근 왕실의 휴식처로 청와대 자리가 활용됐다. 저자는 “고려와 조선의 왕이 거처하는 궁궐을 거쳐 가장 가까운 시기까지 최고 집권자가 영욕을 보낸 곳”이라고 청와대 터를 짚었다.

최고 권력자의 힘은 공간 변화로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시각이다. 종로구 청운동에서 중랑천으로 흘러드는 청계천 광통교를 걷다 보면 오래된 석축이 눈에 띈다. 이는 ‘정릉’(신덕왕후의 묘) 옛터에 있던 돌을 가져다 쓴 것이다. 저자는 “왕릉 돌을 석교로 쓴다는 것은 태종의 의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썼다. 태종 자신보다 앞선 신덕왕후 아들(이방석)의 세자 책봉과 관련한 반감이 배경이었다는 것이다. 덕수궁 근처에 있던 정릉이 성북구 정릉동의 현재 위치로 이전된 것 또한 태종의 지시였고, 이는 조선조 첫 파묘로 기록됐다. 올해 흥행한 영화 ‘파묘’를 관람한 독자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권력 무상을 보여주는 곳들도 다뤄진다.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 내부의 예스러운 한옥으로 남아 있는 ‘석파정’(石坡亭)은 흥선대원군이 안동 김 씨 가문의 김흥근에게서 빼앗은 별장이었다. 1863년 섭정으로서 최고 권력자가 됐던 그는 이곳을 빌린 후 고종이 하룻밤 머물도록 했다. 왕이 머문 장소는 왕의 소유로 했던 당시 규범을 이용했던 것이다. 10년 만에 권력을 잃었던 흥선대원군의 거처는 마포구 염리동의 서울디자인고 자리에 위치한 ‘아소정’(我笑亭)이었다. 그 이름은 흥선대원군이 말년에 지은 시 ‘아소당’에서 따왔다고 한다.

‘내가 날 저버렸으니 그 책임 가볍지 않구나/나랏일 물러나 한적한 날 술잔만 기울인다/지난 일들 모두가 꿈이었구나’(아소당 중). 360쪽, 2만20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