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불청객 모기, 치즈 냄새·빨간색 좋아해

이병철 기자 2024. 5. 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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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노산, 젖산 포함 카르복실산으로 흡혈 대상 찾아
모기는 못 보는 빨간색, 몸 숨길 안전 장소로 인식
지구온난화로 20년 새 모기 활동시기 60일 길어져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여름의 불청객 모기도 벌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모기의 활동 시기는 지난 20년 사이 60일가량 길어졌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모기의 개체수도 최근 크게 늘었다.

모기를 피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어두운 밤에 활동하는 모기를 잡다가 잠까지 달아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모기를 피하려면 모기의 취향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와 색깔을 파악해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다. 과연 모기는 누구를 먼저 찾아갈까.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시아 얼룩날개모기(Anopheles stephensi). 모기는 동물이 신체 대사로 만들어내는 물질인 카르복실산을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카르복실산은 아미노산, 젖산에 풍부한 물질로 땀이나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미 CDC

◇치즈 냄새의 카르복실산에 즉각 반응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는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말라리아연구소 연구진은 지난해 6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모기가 카르복실산 냄새를 추적해 흡혈할 동물을 찾아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가로·세로 길이가 20m인 사육장을 짓고 다양한 물질을 이용해 모기가 어떤 냄새에 반응하는지 확인했다. 생명체가 대사 과정에서 배출하는 물질 6종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카르복실산에 가장 많은 모기가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르복실산은 아미노산과 젖산을 포함하는 물질로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아미노산과 젖산을 분해한 물질이 땀이나 호흡기를 통해 방출하면 모기가 감지해 흡혈 대상 동물을 찾아낸다.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뤄진 치즈 냄새도 카르복실산이 만든다.

모기는 카르복실산 외에도 인간의 대사 과정에서 방출되는 부틸산, 이소부틸산, 이소발레르산에도 반응했다. 반면 미생물이 만드는 메틸 케톤 아세토인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았고, 식물인 유칼립투스에서 추출한 유칼립톨은 오히려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 전문가인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모기는 시력이 퇴화한 대신 냄새를 맡는 감각이 발달해 있다”며 “동물이 대사활동을 하면서 분비하는 물질을 감지해 흡혈 대상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모기 기피제로 사용하는 디에틸톨루아미드는 강한 모기 퇴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토 성분인 토마틴, 계피, 오렌지 계열 식물 추출물도 모기 기피 효과가 있다.

모기가 공격 대상을 찾아가는 과정은 여러 단계로 나뉜다. 모기가 냄새로 다른 동물을 찾을 수 있는 거리는 15~20m 수준이다.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냄새를 맡고 접근한다. 다음에는 동물이 호흡을 하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공격 범위를 더 좁힌다. 이후에는 체온과 습기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1m 이내로 접근한다. 모기는 마지막으로 후각이 아니라 시각으로 공격 대상을 결정한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바닥에 여러 색의 점을 만들고 모기가 반응하는 색을 확인했다. 모기는 빨간색, 검정색, 청록색 같은 어두운 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카일리 리펠

◇모기 피하려면 노란색, 파란색 옷이 좋아

모기가 좋아하는 색에 대한 연구도 이미 이뤄졌다. 사람은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가시광선 영역을 볼 수 있지만 곤충인 모기는 인간과 시각 시스템이 달라 볼 수 있는 파장 영역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파장이 긴 빨간색 계열은 볼 수 없고 주황색부터 자외선 영역인 파장 375㎚(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까지가 모기가 볼 수 있는 영역이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2022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모기가 선호하는 색을 찾아내 발표했다. 연구진은 바닥에 여러 색의 점을 칠하고 모기의 반응을 살폈다. 실험 결과 모기는 빨간색·주황색·검정색·청록색에 특히 더 많이 반응했다. 반면 녹색·파란색·보라색은 눈에 보이더라도 계속해서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모기를 피하려면 빨간색과 검정색 옷은 피하고 노란색, 파란색 같이 밝은 색 옷을 입을 것을 권하고 있다.

이동규 고신대 교수는 “모기가 볼 수 없는 어두운 색과 빨간색 계열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반응하지만, 밝은 색에서는 자신의 모습이 쉽게 드러나는 만큼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말라리아 매개 모기 개체수가 전년보다 2배 가량 증가하며 정부에서 감염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사는 기생충에 의해 유발하며, 감염시 오한, 고열이 반복되고 심한 경우 두통, 구토, 설사를 동반하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올해 모기의 활동 규모를 속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모기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기도 전인 겨울과 봄 기온이 오르면서 모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은 약 60일가량 늘었다.

이 교수는 “1990년대에는 5월 중순에 들어서야 일본뇌염 모기가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2020년 이후에는 3월 말부터 관찰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11월 말부터 월동에 들어가던 모기가 작년에는 12월 초까지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j.cub.2023.04.050

Nature Communications(2022),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2-2819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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