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앞날 어둡다”는 서구 전문가들 말 맞을까

이강국 2024. 5.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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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일본화’가 우려된다. 그러나 서구 전문가들의 비관적 예측이 들어맞은 적은 별로 없다. 맞딱뜨린 경제위기를 중국이 어떻게 돌파할지 여러 예측이 나온다.
4월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베이징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샤오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6%(연율)였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서도 5.3% 성장했다. 이 정도면 선방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엔 제조업 생산 및 투자 증가의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성장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기조의 성장은 중국의 수출이 확대되어야 지탱된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 확대는 세계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4일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연설에서 “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 확대가 세계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경제는 국내적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와 총수요 위축으로 ‘일본화’가 우려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이 강화되었다. 중국 정부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강조하며 첨단 제조업의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촉발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5~2019년에 6~7%대를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때문에 2.2%로 떨어졌다. 2021년에는 8.1%로 회복되었지만 그다음 해엔 다시 3%로 하락했다. 지난해는 5.2%였다.

이러한 중국의 성장 둔화는 팬데믹 봉쇄를 배경으로 한 소비 저조 및 최근 부동산 시장 급락과 관계가 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은 중국의 성장률이 2024년 4.6%, 2025년 4.1%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급락과 총수요 둔화로 인해 중국 경제가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급속히 하락하여 2022년 1.09명, 2023년에는 1명을 기록했다. 지난 2년 동안 연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경에 정점을 기록한 후 하락하여 2022년에는 약 5% 줄어들었다. 중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에 불과했고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1년 반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청년실업률이 21%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하자 중국 정부는 발표를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이 이토 다카토시 교수(컬럼비아 대학 국제공공문제대학원)의 연구에 기초해 산출한 ‘일본화 지수’에 따르면, 현재 중국 경제는 1995년 일본 상황(저성장과 저물가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과 비슷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뉴욕 시립대학)는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중국의 미래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마이클 페티스(베이징 대학 재무학과 교수)나 브래드 세처(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마틴 울프(〈파이낸셜타임스〉 논설위원) 등 서구의 저명한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중국 경제의 문제는 과도한 투자와 수출, 그리고 ‘억압된 소비’로 대표되는 구조적인 거시경제의 불균형이다.

수출 늘리면 지정학적 갈등 심화될 수도

중국 경제는 소비 부족과 국내 수요 정체로 인해 ‘과잉 저축’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투자는 2022년 약 44%에 달했는데, 총저축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반면 GDP에서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7%에 불과하다. 이러한 과잉 저축은 만성적인 물가상승 정체와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과잉 저축이 해소되려면 소비나 투자가 촉진되어야 하는데, 소비는 정체 중이고 투자는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라 더 오르기 어렵다. 최근까진 부동산 부문 과잉투자가 총수요와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적으로 과잉 저축(소비 부족, 수요 정체) 상태가 계속된다면, 중국은 더 많은 재화를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팔아야 하고 이는 무역수지 흑자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는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서구 전문가들은 케인스주의 관점에서, 민간소비 확대에 기초한 국내 수요 확충이 중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가계소득 증가와 소득분배 개선 그리고 사회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더욱이 임금인상과 국내 소비를 억제하고 수출에 의존하는 중국의 성장전략은 무역분쟁 같은 세계경제 차원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마이클 페티스가 경제 평론가 매슈 클라인과 함께 쓴 〈무역 전쟁은 계급 전쟁이다〉(2020)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3월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리창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오른쪽). ⓒAP Photo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5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국내와 국제 순환을 포괄하는 ‘쌍순환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적으로는 민간소비 확대 및 중국 내 공급망 구축, 국제적으로는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 확대를 지향한다. 사회보장, 도시화 촉진 등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인프라와 핵심 부품·소재 등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기술개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도 쌍순환을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혁신주도성장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2021년부터는 분배를 강화하는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플랫폼 기업, 사교육, 부동산 분야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경제봉쇄, 부동산 버블 붕괴 등으로 내수 촉진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9월 헤이룽장성을 방문했을 때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라는 의제를 제시했다. 올해 3월 열린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소비 부진이나 부동산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부양보다 지속적인 성장과 기술혁신을 위한 산업정책이 더욱 강조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등 미래지향적 첨단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발전시켜 산업 혁신과 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생산, 공정 산업 전반에 활용해 제조업을 혁신하고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소비보다 첨단 제조업 육성과 투자, 과학기술 발전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2024년 중앙정부 예산에서 과학기술 관련 지출이 약 10%나 증가했다. 이는 한편으로 최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 같은 압박 강화를 돌파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다.

서구는 중국의 이런 전략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시진핑의 계획은 근본적으로 틀린 방향이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필요한 소비의 촉진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과 건강보험 확대 등이 필요하지만 시진핑은 오히려 “청년들이 고통을 경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전략을 실현하려면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심지어 신흥경제 국가들도 중국의 수출 확대를 우려한다. 전 세계 제조업에서 이미 31%를 차지하는 중국이 수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특히 값싼 중국산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상품의 수출 확대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2000년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와 불평등에 악영향을 미친 ‘차이나 쇼크’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입장은 더욱 복잡하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EU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했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방중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독일과 중국의 협력 및 상호 의존을 강조했다. 중국의 시장은 물론 ‘중국 내 생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 산업계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봉쇄 기간에도 중국은 성장했다

중국의 과잉설비(투자)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근거가 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중국 산업의 설비가동률은 수년 동안 약 76%를 유지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올해 1분기에 약간 하락했지만 최근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설비에 지나치게 투자했다면 가동률이 하락해야 한다). 더욱이 중국 기업 전체의 이윤은 최근 증가하고 있으며, 저렴한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을 수출해도 수익성이 낮아지지 않아 덤핑 수출로 규정하긴 힘들다.

최근 이 산업들에서 중국의 수출 증가는 오히려 중국 기업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반영하는 현상일 수 있다. 과학기술 논문을 분석한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64개 핵심기술 분야 연구 중 53개 분야에서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세계 혁신지수를 봐도 중국은 소득수준에 비해 훨씬 높은 세계 12위를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중국의 경제구조도 서구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해왔다. 중국 정부가 소득배증계획을 통해 임금인상, 사회복지 확대 등으로 불평등을 개선해 국내 소비를 촉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구 소비지출’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 40% 중반대에서 2010년엔 34.6%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이후 다시 조금씩 높아져 2019년에는 39.1%를 기록했다. 무상교육 등 정부의 ‘사회적 현물이전 형태 복지지출’을 포함한 소비의 비중도 높아져 2022년에는 GDP 대비 44%에 달했다.

2022년 3월28일 코로나19 발생으로 폐쇄된 중국 상하이의 지하 터널 앞. 경찰관들이 방호복을 입은 채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AP Photo

하지만 GDP 대비 가구 소비의 비중은 2019년 이후에 약간 하락했다. 불평등 개선을 위한 공동부유 같은 정책들이 제시된 것도 이러한 최근의 소비 정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경제성장 기여도에서 최종소비 증가분이 80% 넘게 차지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의 수출의존도 및 수출 관련 제조업 비중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0년대 중반까지 크게 높아졌지만, 이후에는 계속 하락했다. GDP 대비 수출의 비중은 197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 2006년 36%까지 올라갔지만 그 뒤에는 떨어져 2022년 20.7%를 기록했다. 또한 2006년 이후에는 중국 제조업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의 증가율이 생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다. 즉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나타난, 극단적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모델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의 제조업 무역흑자가 증가하긴 했지만, 중국의 전체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2023년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4.6% 감소했다. 201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1~2월에는 2023년 같은 시기보다 7.1% 증가했지만, 3월 수출은 7.5% 하락했다. 또한 2023년 미국의 GDP 대비 대(對)중국 상품수지 적자도 2794억 달러를 기록해 2022년(3823억 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중국 거시경제의 불균형과 수출 확대에 관한 서구의 비판과 우려는 어느 정도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사실 서구의 중국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중국 경제에 관해 매우 비관적으로 예측해왔지만 별로 들어맞지 않았다. 팬데믹과 봉쇄를 거친 2019~2023년 사이에도 중국은 여전히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의 1인당 실질 GDP는 약 20%나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의 약 5% 그리고 독일의 0.5%보다 훨씬 더 높았다. 다만 팬데믹 이후 GDP에서 소비의 비중이 다시 하락하고 수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엔 유의해야 한다.

중국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첨단 제조업 중심의 투자만으론 한계가 크다. 중국 정부는 불평등 개선 및 사회복지 확대로 소비를 촉진하고 거시경제의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 청년의 삶을 개선하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진된 정책 전환(임금인상 및 국내 소비 촉진) 및 ‘쌍순환’에서 ‘국내적 순환’ 부분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는 길이다. 특히 생산성 상승을 촉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나 과학기술을 포함한 생산적 투자의 확대도 필요하겠지만, 바이든 미국 정부가 보여주듯 총수요 확장으로 ‘공급 측면’을 자극하는 방향도 고려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중국 경제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은 ‘총수요를 강조하는 주류 케인스주의적 관점 대(對) 투자와 공급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급진적 관점’ 사이의 이견일 수도 있다. 두 입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대륙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 수요와 공급의 양 날개가 모두 필요하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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