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시’를 만나고 싶다면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4. 5.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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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교양으로서의 시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유유출판사 펴냄

“시인의 시는 나 자신의 언어보다 더 나와 가까이 있다.”

시(詩)를 읽으려면 나름 큰 결심이 필요한 편이다. 시집을 펼 때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는 게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시 읽기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우연히 ‘인생 시’를 만나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왜 시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할까? 가령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은 시가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기에,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연약한 경험과 심정을 보존할 수 있다. 또 끊임없는 ‘생략’은 달리 말하면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일과 같다. 시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기 전, 마지막으로 망설이는 이에게 권한다.

 

붉은 인간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이야기장수 펴냄

“어떻게 물건이 사상과 말의 가치를 대체했는지에 대하여.”

1990년대 초 소련 해체는 단지 억압적 권위주의의 몰락뿐만이 아니었다. 이기주의보다 우호적 인간관계에 기반한 사회·경제가 더욱 빠르고 완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위선적이지만 긍정적인 세계관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했다. 20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이 책은, 소련 해체로 느닷없이 돈과 개인적 이익 추구의 세계로 던져진 ‘옛 소련인’들이 붕괴 이후 혁명적 전환기를 각자 어떻게 살아냈는지 성찰적으로 묘사했다. 어떤 사람들은 소련과 사회주의를 그리워하지만, 이들을 위선자라고 비웃으며 자본주의적 탐욕에 기꺼이 몸을 담그는 인물들도 나온다. 작가는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 애쓰기보다, 그들의 분노와 환호를 그대로 담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손웅정 지음, 난다 펴냄

“애들 교육, 저는 무조건 역지사지로 접근했어요.”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 FC)의 아버지 손웅정씨를 인터뷰한 책이다. 그 직설적 어법과 다부진 용모(?)만 아는 이는 손웅정씨를 엄하기만 한 아버지로 상상하기 쉽다. 책에서는 의외의 지적이고 사려 깊은 면모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유능한 자식을 길러내는 코치’가 아니라, ‘좋은 아버지’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한 이력이 보인다. 본래 자신의 성격은 ‘스라소니’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양육 철학은 계도보다는 자율, 감독보다는 신뢰에 가깝다.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참고 생각한 결과다. ‘자식에게 여지를 줘야 부모가 파고들 공간도 생긴다’ ‘우리 어린 시절을 돌이켜봐야 한다’ 등 엄한 체육지도자의 예상 밖 양육관이 신선하고 흥미롭다.

 

당신이 속는 이유

대니얼 사이먼스·크리스토퍼 차브리스 지음, 이영래 옮김, 김영사 펴냄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속을 수 있다.”

인간은 쓰레기 같은 정보를 마구 주입하면 금세 혼란에 빠진다. 어수룩한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두뇌의 인지능력이 우리 생각만큼 전능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뇌의 한계를 알린 심리학자들의 후속작이다. 취약점을 파고드는 속임수 기법과 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 대응하는 요령을 다뤘다. “6만2400회의 반복은 하나의 진실을 만든다”라는 〈멋진 신세계〉 구절에 6만2399회 오차가 있다고 저자들은 적는다. “어떤 것을 단 한 번 듣거나 읽기만 해도, 다시 접하면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 책에 적힌 여러 실험 결과들은 흥미로우면서도 등골이 서늘하다. 덜 속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스스로 잘 속는다는 걸 인정하고, 무엇이든 입증될 때까지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다.

 

바디 뉴트럴

제시 닐랜드 지음, 임혜진 옮김, 옐로브릭 펴냄

“모든 사람이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

‘내 몸은 아름답다’라는 긍정 캠페인이 유행하고 있다. 고정된 심미관을 더 이상 강요받지 않겠다는, 일종의 사회적 반작용이다. 기업도 동참한다. 마르고 창백한 광고모델이 줄고 정반대 모습을 한 사람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개인 헬스 트레이너 출신으로, 몸에 대한 감정을 함께 코칭해온 저자는 이런 ‘신체 긍정’ 운동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실패 사례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몸의 모든 주름과 출렁이는 살을 사랑한다는 건 필요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목표”라고 그는 적었다. 대신 ‘나는 더 작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건 별 문제가 아니야’처럼,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되 대수롭지 않은 자세가 낫다고 썼다. 완전히 새로운 착상은 아니다. 어린 시절 가졌던 타고난 마음가짐이 이랬다.

 

걱정 중독

롤란드 파울센 지음, 배명자 옮김, 복복서가 펴냄

“이 책의 목표는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 수준이 높아졌지만 현대인은 끊임없이 불안하다.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 탓일까? 사회학 박사이며 노동, 의료사회학, 문화 등을 연구해온 저자는 마음의 원리를 문명사적으로 해부한다. 지금 우리가 발 디딘 세계는 우리의 마음을 주조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이 내다보는 ‘미래’는 불과 몇 세기 전만 해도 감히 추측할 수 없었던 긴 기간을 아우른다. 그만큼 걱정거리를 찾아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은 신체 질병을 밀어내고 가장 많은 이들이 겪는 건강 문제 1위에 올랐다. WHO는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는데, 2030년쯤으로 예상한 사태가 2017년 벌써 닥쳤다고 보고한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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