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에식 문제' 달고 다녔던 천재유격수…"더 신중히, 진중하게" 이학주의 다짐, 이제는 진짜 달라졌다 [MD부산]

부산 = 박승환 기자 2024. 5. 2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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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신중히, 진중하게 야구를 해야 될 거 같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는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5차전 홈 맞대결에 유격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2홈런) 2타점 2득점으로 활약, 무려 1862일 만에 롯데가 KIA를 상대로 '스윕승'을 거두는데 큰 힘을 보탰다.

이학주의 방망이 대폭발한 것은 두 번째 타석이었다. 롯데가 4-2로 근소하게 앞선 4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IA의 바뀐 투수 윤중현과 맞대결을 가졌다. 윤중현은 초구로 몸쪽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서 139km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때 이학주가 있는 힘껏 공을 퍼올렸다. 이 타구는 무려 172.5km의 속도로 뻗어가더니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올 시즌 1호 홈런으로 연결됐다.

이후 세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이학주의 방망이는 경기 막판 타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학주는 8-4로 앞선 8회말 이번에도 1사 주자 없는 타석에 들어섰고, 이번에는 KIA의 김민재가 던진 5구째 145km 직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 타구도 164.4km의 속도로 비행한 뒤 사직구장 외야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학주가 가장 최근 멀티홈런을 터뜨렸던 상대는 롯데였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이었던 지난 2019년 3월 27일. 그런데 이번에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무려 1884일 만에 한 경기에서 2개의 아치를 그렸다. 롯데는 이학주의 홈런을 바탕으로 사실상 승기에 쐐기를 박았고, 롯데는 2019년 4월 16~18일 이후 무려 1862일 만에 KIA를 상대로 3연전을 모두 쓸어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이 승리로 롯데는 한화 이글스를 끌어내리고 단독 9위로 올라섰고, 7위 KT 위즈와 격차도 1경기로 줄였다.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이학주는 '얼마만에 멀티홈런을 친 줄 아는가?'라는 질문에 "2019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요즘 경기 시작부터 방망이가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 수비에 더 많이 집중을 했었다. 스트레스를 수비에 풀어야 할 것 같았다. 덕분에 타석에서 스트레스를 덜었다. 오늘 첫 번째 홈런은 사실 홈런인 줄 모르고 열심히 뛰었는데 넘어가서 기분이 좋았다. 감독님과 타격 파트 코치님들이 내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오늘도 임훈 코치님과 1대1로 레슨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이학주는 올해 매 타석의 타격폼이 모두 다를 정도로 많은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그만큼 이학주는 절실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4월 중순, 5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학주는 자세를 매우 낮추고, 방망이를 눕힌 채 레그킥이 없이 타격에 임했다. 그러나 조금씩 감이 떨어지면서 다시 레그킥을 하기 시작하더니, 이날 2홈런을 치는 과정에서는 최대한 짧은 레그킥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이학주는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 타격 연습에 임하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레그킥을 하는 것보다, 간결하게 공을 칠 수 있는 방법을 주문하셨다. 한 번에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노력하고 배팅 칠 때 노력했던 것이 오늘 나왔다. 오늘 투수와 타이밍을 맞출 때도 그렇고, 이 방향으로 좋은 결과가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약 5년 만에 멀티홈런 경기를 펼쳤지만, 그의 얼굴에서 미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이유로 이학주는 "홈런을 2개 친 것보다 나는 수비에서 투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경기 중간에 콜플레이에서 3루수 (김)민성이 형에게 죄송한 마음도 있고, 윌커슨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며 "나로 인해 투수들의 투구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비를 할 때 섬세한 플레이를 통해 투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4월을 보낸 롯데는 5월부터 조금씩 승률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학주의 역할도 크다. 물론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롯데의 센터 내야를 잘 지켜나가고 있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학주의 집중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나로 인해서 팀이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팀이 이기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노력할 뿐이다. 절대 주전 유격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보여준 것도 없고, 아직 한 것도 없기 때문에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 어떻게든 뛰어다니며,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는 '특급유망주'로 평가받았고, 큰 부상을 당하면서 KBO리그 무대로 돌아왔을 때에도 이학주를 향한 팬들의 기대감은 분명 컸다. 그런데 이학주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워크에식' 문제였다. 하지만 올해 이학주는 '정말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군에서도 1군에서도 이학주가 정말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리고 그 절박함이 경기에서도 묻어 나오고 있다. 즉 이타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이날 자신보다 동료들에게 미안해 하고, 칭찬하는 등의 모습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는 취재진의 말에 이학주는 "조금 남다른 것도 없지 않아 있다. 이제 나이도 들어가고, 밑에 후배들도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히, 진중하게 야구를 해야 될 것 같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고, 방심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학주가 정말 진지하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본 황성빈은 '울겠다. 울겠어'라며 이학주를 놀렸는데, 전날(23일) 경기가 끝난 뒤 황성빈에게 혼(?)이 났다고. 이학주는 "경기가 끝나고 (황성빈에게) 많이 혼났다. 방망이가 앞으로 나와야 하는데, 뒤에서 나온다고 혼을 내더라. 그래서 잠을 잘 때까지 스윙 연습을 했다"며 '혼난 보람이 있다'는 말에 "잘하니까. 잘하는 선수에게 혼나면 기분도 좋고, 시너지 효과도 있는 것 같다. 홈런 세리머니도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세게 때리던데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비로소 웃었다.

끝으로 이학주는 "오늘 경기 전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서 임훈 코치님께 가서 '레슨 좀 해주십시오'라고 했는데, 좋은 레슨을 해주셔서 타석에서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편하게 칠 수 있게 타격폼에서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이번 3연전에서 한 게 하나도 없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했다. 투수들이 정말 잘 던졌고, 야수들의 수비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3연승을 할 수 있었다"며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우리 팀이 5강에 가는 것이다. 가을야구에 꼭 가고 싶다"고 외쳤다.

철없던 시절의 잘못과 실수들로 인해 좋지 않은 이미지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던 이학주.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처럼 거짓 없이 구슬땀을 흘리고, 모든 것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자신을 향한 '색안경'을 조금씩 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이학주는 발걸음을 뗐고, 조금씩 자신을 바꿔나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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