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둘레길 끊김 없게… “사유지 사들여 정비합니다” [심층기획]

김주영 2024. 5.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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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협의매수 대상지 공모사업
2022년부터 전국 첫 공개모집 진행
도시자연공원구역 內 지주 신청받아
산책로 등 공원 간 연결토지 우선 매입
2023년 숲길 18만㎡ 협의매수로 확보
2025년 대상지 5월 말까지 구청서 접수
“토지 지속 확보해 흩어진 공원 이을 것”
서울시, 협의매수된 사유지 일부 활용
시민 누구나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계절별로 꽃 심어 도심 녹지공간 조성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 중 등산로와 둘레길을 중심으로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사유지의 경우 산책로가 훼손되거나 끊겨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도 시와 자치구가 손을 쓰기 어려웠다. 이에 시가 나서서 토지를 매입해 정비하고, 공원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22년부터 전국 최초로 공개모집을 통해 토지 소유자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대상지를 선정, 협의매수하는 방식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를 매입하고 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실효제’에 따라 사라질 위기에 놓인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중 일부를 용도구역으로 지정해 공원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 구역이다. 시는 2020년 6월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도시자연공원 68곳, 69.2㎢를 신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사유지는 36.7㎢다.

시는 2030년까지 2조2801억원을 들여 공원 간 연결 토지와 정형화가 필요한 토지 6.3㎢를 협의매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원 간 연결 토지는 공원과 공원을 잇는 등산로, 둘레길 등을 가리킨다. 정형화가 필요한 토지는 공원 관리 또는 시민의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땅이다.
서울의 한 산림에서 시민들이 여가활동을 하고 있다.
◆사유지 협의매수 절차는

협의매수 절차는 크게 전년도와 당해년도로 나뉜다. 전년도에는 우선 시가 공모계획을 수립한 뒤 자치구별로 매수신청서 공모를 접수한다. 3단계에선 공모에 접수한 토지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각 자치구(사업소)의 평가 결과를 송부한다. 이어 시가 평가 결과를 검증한 뒤 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한다. 종합점수를 참고해 심층심의 후 매수 우선순위를 선정한다. 이후 예산을 확정한다.

매수를 진행하는 당해년도에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선정 여부 안내문을 통보한다. 이어 예치금과 철거·말소·원상복구계획서를 접수하고 현황 파악·분할 측량을 실시한다. 분할계획을 보고한 뒤 시행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예산(재배정)을 요청한다. 소유권 이전까지 마치면 매수가 완료된다.
◆올해는 예산 403억 투입

2022년엔 18개 구역의 38필지 12만8000㎡ 협의매수를 완료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2023년엔 32개 구역 103필지 18만㎡로 매수 규모가 늘었으나, 일부 대상지가 철회해 예비 24번까지 추가해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협의매수 소요 예산은 2022년 617억원, 지난해 829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올해는 403억원을 들여 12월까지 백련산 등 23개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 46필지 9만4000㎡를 대상으로 협의매수에 나선다. 주동선이 7만4000㎡(25필지), 둘레길은 5000㎡(3필지), 보조동선 등은 1만5000㎡(18필지)다. 시는 사업 대상지 매수 후 잔여 예산이 발생할 경우 잔여 예산 범위 내에서 예비대상지를 추가 매수할 방침이다. 매수액은 토지분할과 감정평가를 통해 산정한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2023년)에는 18만㎡, 약 12㎞에 해당하는 숲길을 협의매수로 확보했으며 사유지 중 시민 이용이 많은 등산로, 둘레길 등 6.3㎢를 연차적으로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대상지 접수 중”

2025년도 협의매수 대상지는 지난달 29일부터 공개모집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접수는 이달 말(31일)까지다. 시는 토지 소유자의 자발적인 매수 참여를 유도하고자 일간지와 시 홈페이지 등에 공고를 냈다. 내년도 매수 평가·심의 대상에는 2024년도 공모가 마감된 이후 수시 접수된 토지와 2024년도 공모에 접수했던 토지 중 매수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토지도 포함된다고 시는 전했다.

등산로, 산책로 등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는 공원 간 연결 토지를 예산 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매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는 6월1일부터 14일까지 각 자치구(사업소)의 현장검토와 평가를 거쳐 같은 달 14일부터 28일까지 검토를 진행하고, 이후 7∼8월에 자치구(사업소)에 최종 평가 결과를 송부한다. 8월부터 10월까지 보상심의위 심의를 하고, 12월에 내년 예산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협의매수를 신청하고자 하는 토지주는 신청양식을 서울의 공원(http://parks.seoul.go.kr)에서 내려받거나 토지 소재지 관할 자치구에서 받아 작성해야 한다. 함께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토지 등의 매수신청서, 협의매수 면적 조정 동의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감정평가의뢰 등 동의서, 토지 등의 매수신청서에 기재된 구비서류, 주민등록등본, 신분증(사본) 등이다. 방문 접수는 소재지 자치구 담당 과로 하면 된다. 대리인 접수시 인감증명서(본인발급분) 위임장과 본인 신분증 사본, 대리인 신분증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우편 접수는 5월31일 오후 6시까지는 서류가 도착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토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부분적으로 흩어져 있는 공원을 연결하고, 시민들이 숲·공원 같은 녹지를 어디서나 가깝게 향유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숲속 산책로를 거닐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애물단지 땅이 ‘사계절 매력정원’으로

서울시는 협의매수를 통해 확보한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사유지 일부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뒷받침할 ‘사계절 매력정원’으로 조성할 생각이다.

23일 시에 따르면 시민들이 평소 자주 이용하지만 사유지라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 등을 이유로 나무계단 하나를 설치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던 산책로와 배수로 등을 협의매수해 안전하게 정비하고, 계절별로 꽃을 식재해 숲속 매력정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시는 매수한 사유지를 누구나 편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만들고자 인근 공원과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통합관리를 실시하겠다고도 전했다.

정원도시 서울은 ‘비움’, ‘연결’, ‘생태’, ‘감성’이라는 4가지 핵심 전략을 통해 도심 속 회색 구조물을 비우는 데 속도를 내고, 단절된 녹지를 연결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공원을 만들고, 감성 있는 정원·문화시설을 조성해 세계적 녹색도시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지난해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월엔 ‘매력가든 프로젝트’를 통해 3년 내로 ‘동행·매력가든’ 1000곳을 조성한다는 실행계획을 내놨다.

지난 16일부터는 뚝섬한강공원에서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개막 6일 만인 지난 21일 기준 방문객이 114만명을 넘어섰다. 10월8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오후에는 뚝섬한강공원 피크닉무대에서 ‘정원도시 서울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서울, 정원으로 치유를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선 오 시장이 정원도시 서울의 청사진을 밝힌 뒤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 미국 롱우드가든 등 다양한 정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실장과 함께 도시·건축·조경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는 사계절 매력정원을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수연 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도시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서울 어디서든 정원을 만날 수 있는 정원도시 서울을 완성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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