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특히 명절에는 친정에 오지 말라 하시네요"…미혼모들 눈물

윤근영 2024. 5.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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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로 가진 아이 낙태않고 잘키우는 엄마도 있어"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의 주인공처럼 미혼모들 당당하게"

[※ 편집자 주=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의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세 차례로 나눠 송고하기로 했는데,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10일 [삶] "일부러 월세 살고, 車 파는 아빠들…미혼모에 양육비 안주려고"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기사는 16일 [삶] "인사해도, 친했던 엄마들이 모르는 척하네요…내가 미혼모라고"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바닷가에서 20대 시절의 김민정 대표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미혼모와 그 자녀들은 명절에는 더욱 외롭고 쓸쓸합니다. 갈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이 친정에도 갈 수가 없습니다. 친정 부모님은 명절에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오기도 합니다. 친지들이 많이 오니 남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설날에는 우리 미혼모와 자녀들끼리 모여 떡국도 끓여 먹고 세배도 합니다."

김민정(50)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연합뉴스와 지난달 25일과 30일 대면 인터뷰, 이달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미혼모들은 직장과 사회뿐 아니라 기존 가족과도 단절돼 외로운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미혼모는 생명을 버리지 않고, 책임지고 키운 사람들"이라면서 "미혼모가 주눅 들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1974년 경남 합천에서 2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 대표는 아버지가 스님이 되고, 엄마가 집을 떠나는 바람에 홀 할머니 아래에서 성장했다. 그는 야간 고등학교와 야간 대학교에서 주경야독으로 공부했다.

그가 서른살의 나이에 아이를 가졌을 때 남자 친구가 낙태하라고 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낳아서 홀로 키웠다. 그는 2013년부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일했고, 작년부터 이 단체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미혼모들 도웁시다" 8년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회원들을 위해 기부활동을 하는 코리아채리티라이드(KCR-Korea Charity Ride)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제공]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 많이 먹지 않는다. 밥은 하루에 두 끼 정도만 먹는다. 점심은 협회 사무실에서 상근자들과 같이 밥을 해서 먹는다. 점심때 외식하지 않는 것은 돈을 절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 존경하는 사람은.

▲ 돌아가신 할머니다. 그분은 묵묵히 저희 자매를 키워주셨다. 힘들다는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김미경 강사님도 존경한다. 현재 사단법인 그루맘을 통해 미혼모들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지지해준다. 매사에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우리 엄마들을 만나면 이모처럼, 큰 언니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신다.

김민정 대표의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린 가족 그림 [김민정 대표 제공]

-- 미혼모의 자녀는 엄마가 슬퍼할까 봐 일부러 아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 그런 경우가 많다. 우리 집 아이도 내 앞에서 아빠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빠에 대해 말하면 엄마가 슬퍼하고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 미혼모와 가족들은 명절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 갈 데가 없다. 명절에 친정에 갈 수 있는 엄마들이 별로 없다. 설날에는 더욱 쓸쓸하고 외로워서 협회가 1박 2일의 캠프를 연다. 강화도 등에 가서 만두도 빚고 떡국도 끓여 먹는다. 엄마들은 아이들한테 세뱃돈도 준다. 추석에는 날씨가 좋으니 가족 단위로 놀러가는 경우가 있어서 별도의 단체 행사를 하지 않는다.

-- 명절 때 왜 친정집에 못 가나.

▲ 친정 부모와의 관계가 아직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부모님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오기도 한다. 명절에는 친지들이 오는데 남부끄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등목을 시켜주는 김민정 대표 [본인 제공]

-- 친정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듯한데.

▲ 우리 협회는 '원가족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의 가족여행을 지원한다. 미혼모 중에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하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친정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사례가 많다. 아이는 여행 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아주 생기발랄해지고, 기가 살아서 돌아오는 경우가 꽤 있다.

-- 미혼모협회가 단체 행사를 진행하면 분위기는 어떤가.

▲ 엄마들이 엄청나게 좋아한다. 평소에 많이 외롭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형, 누나, 언니, 동생들을 만나니 즐거워한다. 겨울에 스키 캠프를 가기도 하는데, 고등학생과 대학생 형, 누나들이 동생들을 잘 챙겨준다. 별도의 자원봉사가 필요 없을 정도다. 어릴 적부터 서로 봐왔기 때문에 우애가 남다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엄마들은 뿌듯하다.

-- 유치원이 주최하는 아빠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는 어떻게 참여하나.

▲ 아쉽지만 참여할 수 없다.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 같은 행사가 있는데, 아빠가 아닌 부모와 함께하는 행사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마주 보고 선 낙태죄 찬반 단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앞둔 2019년 4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찬성측(위)과 반대측 단체 회원들(아래)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낙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 개인적으로 낙태에 반대하지만 여성들이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우리 선조들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1살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태아를 생명으로 봤기 때문인가.

▲ 그렇게 알고 있다. 이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는 임신 여성과 상담할 때 먼저 낙태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게 우리의 원칙이다. 그분이 낙태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면 관련 상담 기관에 연결해준다.

-- 낙태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나.

▲ 지금은 애매모호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국회가 이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 낳아서 키우면 좋겠지만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낙태하는 것이 아닌가.

▲ 사람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 나는 낙태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니다. 여성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나는 어떤 성공보다도 아이 하나 잘 키우는 것이 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 일에서 성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사진]

-- 성폭행 피해에 의한 임신의 경우, 모두가 낙태를 선택하나.

▲ 그렇지 않다. 어떤 엄마는 성폭행당해서 아기를 갖게 됐지만 낙태하지 않았다. 태아도 생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성폭행범의 핏줄이라고 생각해서 출산 후 입양을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아기가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기의 핏줄이기도 하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엄마는 아기를 입양 보내는 대신에 직접 키우고 있다. 직장에도 잘 다닌다.

-- 그 엄마의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 처음에는 친정 부모들이 출산을 반대했겠지만, 태어난 아기를 보고는 달라졌다. 아기를 예뻐하고 잘 대해주신다고 한다.

-- 나중에 엄마는 아이에게 탄생의 비밀을 이야기해줘야 하나.

▲ 미혼모들이 자녀들에게 탄생의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있다. "아빠가 낙태하라고 했으나 내가 낳았다", "처음에는 입양 보내려 했으나 직접 키우게 됐다"고 말한다. 성폭행 피해에 의한 탄생의 경우, 그 엄마가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할지는 모르겠다. 당사자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민정 대표 [이은도 촬영]

-- 낙태가 많은 것은 우리 사회의 성 개방과 관련성이 있다고 봐야 하나.

▲ 성 개방이 확대된 것은 맞는 듯하다. 극히 일부이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이들도 성관계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엄마는 홀로 중학생을 키우고 있는데, 낮에 일하러 간 사이에 아들이 여자친구를 불러 성관계를 해서 고민스럽다고 했다. 아들과 그 여자친구는 사랑하는 사이도 아닌데, 쿨하게 성관계를 가진다고 했다. 이런 일로 고민하는 엄마들이 종종 있다.

-- 클럽 등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원나잇'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원나잇으로 아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내가 아는 30대 여성도 원나잇으로 임신했다. 그는 아이 아빠의 이름과 전화번호도 모른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프랑스로 입양 보냈다. 아이 아빠는 자기 자식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를 것이다. 나는 이런 문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 성 개방이 확대된 이유는.

▲ 우리 사회에는 성적(性的) 자극이 너무 많다. 유튜브 등에는 선정적인 내용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문제다. 이런 환경이 성 개방 확대의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

-- 성교육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초등학교 6학년생의 딸을 둔 어느 엄마의 이야기다. 어느 날 외부 강사가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했는데, 바나나를 놓고 콘돔 착용하는 방법을 시연했다고 한다. 그 딸은 그걸 보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이런 식의 성교육은 없었다. 나는 좀 더 책임을 강조하는 성교육이 됐으면 한다. 성행위를 했으면 어떤 결과가 따르고,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지는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방문한 스웨덴 교수들 [김민정 대표 제공]

-- 아이를 낳은 후 입양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어떤 여자분과 상담을 한 일이 있었다. 그 여성은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돼서 입양 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힘들긴 하겠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으니 혼자 키울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 여성은 그래도 입양 보내겠다고 했다. 자기만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으니, 입양 보내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겠다고 한다.

--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엄마들이 많은가.

▲ 자신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보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를 입양 보내면 좋은 양부모를 만나 행복하게 살 것으로 믿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해외 입양이 좋은 쪽으로 많이 홍보된 듯하다. 입양의 결과가 좋은 사례도 있지만 나쁜 사례도 있다.

-- 입양 가서 힘들게 된 사례들은 어떤 내용인가.

▲ 나는 '뿌리의 집' 게스트 하우스에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이 게스트 하우스는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에 와서 머무르는 곳이다. 어떤 분은 미국으로 입양을 갔는데, 양아빠가 중국집을 운영했다고 한다. 그분은 어린 시절부터 매일 양파를 까고 파를 다듬는 일을 해야 했다. 양부모는 아이가 18세가 됐는데도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걸 신청하면 약간의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분은 미국에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고, 결국 한국으로 추방당했다.

-- 입양된 아이들이 성폭력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 여자아이가 양아빠와 양오빠들에 의해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성폭행은 여자아이들만 당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아이들도 그런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 입양 가서 좋은 결과가 있는 아이들도 많지 않은가.

▲ 물론 모든 입양아가 이런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에는 입양 가서 성공한 사례들 중심으로 소개됐다고 본다. 내가 알기에는 힘들게 살아온 입양인들이 꽤 많다.

한국미호모가족협회 사무국 방문한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원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제공]

-- 한국의 미혼모 지원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미혼모를 돕는 정책은 하나도 없다. 미혼모는 한부모 지원책,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책에 해당돼 그 지원을 받을 뿐이다.

--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 그렇다.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가지면 누군가와 상의하기가 어렵다. 가족에게 알리기 어려우니 부모나 형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우유와 기저귀도 없는 상황이어서 아주 막막하게 된다. 미혼모들이 극단적 선택도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 출산 전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임신 7∼8개월이 되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다. 그때 무엇보다도 주거 지원을 해줘야 한다. 미혼모들은 갈 데가 없어서 주거가 안정되지 않으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이 탄생 후 36개월까지는 직장 다니기도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지원해줬으면 한다.

-- 아이 아빠로부터 양육비를 받으면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 미혼모가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제도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 아빠가 매달 50만원씩 양육비를 보내오면 미혼모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받는 돈이 줄어든다. 받은 양육비를 소득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시청앞 광장에서 미혼모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는 협회 회원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제공]

-- 불합리한 이유로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 어떤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경차를 구입했는데, 갑자기 미혼모가 됐다. 한부모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더니 담당 기관은 경차가 출고 10년 미만이어서 자격이 안 된다고 했다. 차를 팔아야 하는데, 담보로 잡혀서 그것도 안 됐다. 결국, 이 미혼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어떠한 한부모 지원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사각지대의 미혼모 가정이 적지 않다.

-- 양육비를 안 주고 도망가는 아이 아빠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나.

▲ 한국에서는 미혼모를 비난하면서도, 도주한 아이 아빠에 대해서는 관대한 듯하다. 이는 남성 위주의 유교 문화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 이러니 도주한 남자들은 양육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양처럼 형사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운전면허 취소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는 양육비를 안 주면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

-- 양육비를 제공하라는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이 낮으면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던데.

▲ 아이 아빠의 수입이 월 200만원 미만이면 법원의 판결에도 양육비를 안 줘도 된다. 이 액수가 아이 아빠의 기본 생활비라고 보는 것이다. 나는 이게 잘못됐다고 본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의 급여는 2인 기준 117만원이다. 이는 2명이 이 정도의 돈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책정된 것이다. 양육비 제공기준으로 아이 아빠의 월수입 200만원은 너무 높다.

보호출산제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민정 대표(왼쪽에 두번째) [본인 제공]

-- 7월부터 보호출산제가 시행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보호출산제라고 부르지만 그건 익명출산제다. 엄마의 신원을 숨겨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보호출산제가 시행되면 아이를 낳고는 그냥 버리는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엄마가 출생신고를 해줘야 아이가 입양을 갈 수 있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출생신고를 하고, 아이가 단독 호적을 갖게 되므로 입양 가는 절차가 훨씬 수월해진다. 상당수 엄마가 양육할지, 입양 보낼지를 고민하지 않고, 쉽게 입양을 결정할 것이다. 게다가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출산관련 병원비까지 국가가 모두 제공하니 엄마로서는 더욱 이쪽으로 기울게 된다.

KBS 연기대상에 공효진…'동백꽃 필 무렵' 12관왕 '2019 KBS 연기대상'에서 배우 공효진이 대상을 수상했다.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슴 아픈 일이 있다면.

▲ 아이들이 아픈 경우가 있다. 우리 회원의 아들인 어느 중학생은 갑자기 백혈병에 걸렸다. 이런 일을 당하면 엄마와 본인의 고통이 너무 크다. 엄마들이 유방암, 갑상샘암, 위암 등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어떤 엄마는 걷지도 못하는 장애 아이를 키운다. 아이에게 계속 석션(Suction)을 해주지 않으면 아이가 숨넘어가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마들이 아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몇 년 전에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주인공(배우 공효진)이 미혼모였고, 아이 아빠는 야구선수였다. 그 드라마에서 미혼모는 당당했다. 포차(포장마차) 같은 음식점도 운영하면서 아이를 밝게 키웠다. 드라마는 '미혼모도 저렇게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고, 예쁘게 사는구나'하는 인식을 만들어줬다. 우리 협회가 10년 고생한 것보다 그 드라마 한 편이 인식개선에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 협회는 그 드라마 작가와 PD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 정부와 국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저출산 대책 예산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미혼모는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예산을 책정할 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 주셨으면 한다.

(취재 지원 이은도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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