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만의 문제 아냐”…합성물 성범죄 대책은?

안경준 2024. 5.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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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사진 범죄에 악용 경각심 가져야
딥페이크 성범죄에 무방비…대책 필요

서울대 졸업생 2명이 2021년 7월부터 대학 동문 등 여성 수십명을 상대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접근이 쉬운 졸업 사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 등이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범행은 서울대 출신 남성들이 동문 여성을 상대로 합성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던 강모(30)씨는 2021년 7월부터 피해자들의 졸업사진이나 SNS 사진으로 합성물을 제작한 후 피해자 신상정보와 함께 같은 학교 출신 박모(39)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각각 48명, 28명을 대상으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단순 합성물 제작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의 범행은 합성물을 타인에게 유포하고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접근하는 행위까지 이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SNS 사진만으로 성범죄 피해자 될 수 있는 시대

이번 사건은 고도화된 이미지·음성 합성 기술로 인해 일상 사진만으로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규 서울대 교육부총장도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며 전국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실제로 많은 피해 사례가 지인으로부터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여성가족부의 성폭력안전실태조사에 따르면 촬영물이나 허위 영상물 등의 유포 피해 경험을 묻는 문항에서 여성 응답자의 경우 36%가 가해자는 ‘친구’였다고 답했다. 직장 동료, 학교 선후배, 애인 등 지인이 가해자인 경우를 합산하면 84.1%에 달했다. 

성적 허위 영상물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한 시정 요구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9006건으로 집계됐다. 방심위는 2020년 6월 25일부터 불법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해왔는데, 심의 건수는 2020년 473건에서 2022년 3574건으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8월까지 진행된 성적 허위 영상물 관련 심의만 3046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 기간 삭제된 영상은 410건으로 전체 심의의 약 4.55%에 불과했다.

허위 영상물에 대한 대처도 미진하다. 경찰청이 2021∼2022년 집계한 허위 영상물 유포 범죄는 316건, 지난해 8월까지 관련 범죄는 96건이었다. 이 기간 피의자가 검거된 경우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74건과 75건, 2023년 8월까지 50건으로, 검거율은 약 48.3%에 그쳤다. 피해자들도 속수무책이다. 여가부의 성폭력안전실태조사에서도 허위 영상물 피해를 당했을 때 남녀 전체 응답자의 50.4%, 여성 응답자의 30.6%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신고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11.1%에 불과했다. 여성의 경우에도 24.1%만이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딥페이크 처벌법 있지만…선제적 대응 필요

‘딥페이크 처벌법’으로 알려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14조 2항은 특정인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가해자를 빠르게 특정하기 어려운 범죄 특성상 수사가 쉽지 않아 보다 적극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등을 위한 TF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TF는 지난 22일 첫 회의를 열고 학생사회에 효과적인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방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성범죄 피해자를 법률적·심리적으로 지원할수 있도록 신고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여가부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디성센터는 2018년 4월 여가부 산하 진흥원에 설치된 이후 피해 촬영물 삭제 지원, 365일 24시간 상담,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피해자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 영상물을 탐지한 후 온라인 사업자에게 삭제를 자동 요청하는 시스템을 2025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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