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서 소환된 ‘깨시민’…해석은 동상이몽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23일 정치권에서는 고인이 강조한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의 의미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이 추진하는 ‘당원 민주주의’가 깨시민과 참여정치의 연장선에 있다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지향했던 깨시민의 모습은 현재 민주당의 강성 팬덤처럼 특정인에 대한 무비판적 추종과는 달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믿고 성큼 앞서가셨던 노 전 대통령님의 발걸음이 있었기에, 권위주의·지역주의 기득권과 치열히 맞섰던 ‘노무현 정신’이 있었기에 퇴행했던 우리 민주주의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깨어 있는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참여정치의 시대부터 ‘당원 중심 대중정당’의 길까지,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할 미래”라 했다. 자신이 추진하는 당원권 확대가 노 전 대통령이 걸어간 길과 일치함을 주장하며 정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당원권 확대를 두고는 강성 팬덤의 목소리를 더 수용하고, 이들의 영향력을 더 키울 것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이날 노무현 정신과 최근의 당원권 확대를 연결짓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배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정당의 주인이 되는 ‘시민정당’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15주기가 있지만 시민 주권의 시대, 당원 주권의 시대라는 방향성은 분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노 전 대통령이 지향했던 시민들의 모습은 현재 이 대표가 힘을 싣는 당원들의 모습과 달랐다”며 무리한 연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팬덤이자 ‘깨시민’의 유래가 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향해 “노사모는 노무현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노무현을 버리고 역사 속으로 들어가라”라는 당부를 전한 바 있다. 노사모는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청와대가 추진한 이라크 파병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자신의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건강한 ‘초기 팬덤’이었던 노사모는 노무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앞으로 뭐 할 거냐고 물었을 때 그분들은 첫마디로 ‘노짱 감독’이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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