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반포주공1단지, 이주 3년 만에 공사비 합의할까

신유진 기자 2024. 5. 24. 05: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포 대장' 노리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사비 협상 8월에 완료 예정
[편집자주] '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5월2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 공사 현장 모습. 게이트 문 사이로 미콘 차량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대표하는 반포동 일대가 잇따라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대를 한몸에 받는 사업장은 단연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다. 반포 아파트를 대표하는 최고가 단지의 하나인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와 '아크로리버파크'(1612가구) 등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2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의 게이트 사이로 레미콘 차량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1톤(t) 차량들과 행인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반포주공아파트는 1973년 입주한 서울의 대표 노후단지 가운데 하나다. 50년이 넘었다. 반포주공1단지는 반포동 810번지 일대에 지상 35층 50개동, 5388가구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브랜드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클래스트'다.

디에이치 클래스트 현장 맞은편에 반포주공1단지(3주구)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래미안 트리니원'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총 4개 주구로 나뉘어져 1·2·4주구는 반포주공1단지로, 3주구는 세계은행 차관을 받아 '에이아이디차관주택'으로 등기됐다. 1·2·4주구는 중대형 주택형들로 이뤄진 반면에 3주구는 소형 평형이다. 3주구만 따로 재건축을 진행한다.

반포주공1단지는 반포 일대 노후 단지 가운데 규모가 커 사업성이 좋고 한강과 맞닿아 있는 입지를 자랑한다. 시공사 선정 당시에도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 현장을 도보로 이동하려면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현장 인근에는 '반포프라자종합상가'와 '한신종합상가'가 있다. 한신종합상가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이듯 낮은 층수에 외벽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었다. 두 개 상가에는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신종합상가에는 '흔들려서 못살겠다. 이주 대책 세워라!' '서초구청 행정폭력 입주민 다 죽는다!'는 문구가 보였다.

반포프라자상가에도 상인 일동이 쓴 '무질서한 재건축 공사, 소음·분진 위생환경 악화로 영업환경 불안하다!'는 불만이 표출돼 있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일반적으로 상가 조합원들의 반대율이 높은데 이유는 영업활동 보장이나 보상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반포프라자종합상가 건물에는 재건축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2003년 추진위 구성 후 20년 만에 착공 신고


반포주공1단지는 지난 3월29일 착공에 돌입했다. 해당 사업은 2003년 9월 추진위원회 구성을 이뤘으나 조합설립 인가는 10년이 흐른 2014년 12월에 진행됐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까지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조합설립 3년 후인 2017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거쳐 같은 해 현대건설이 GS건설과 경쟁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후 2021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2022년 7월 철거, 2023년 3월 착공신고를 거쳐 공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착공 이후에도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다. 조합과 현대건설은 공사비 증액 협상을 매듭짓지 못했다. 조합과 시공사는 계속되는 사업 지연으로 발생되는 피해를 우려해 선 착공 후 협상에 합의했다.


수주전 당시 금품 살포 벌금 5000만원… 2심 결과 남아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수주 과정에 당시 조합장 등 집행부에 현금 약 1억4000만원 등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1월 1심에서 현대건설은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대건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협력업체 3곳은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직원들도 각각 벌금 200만원에서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금품 살포 문제가 불거지며 조합장과 임원 연임에도 문제가 생겼고 사업이 한동안 중단됐다. 현재는 2심을 앞두고 있다.

공사현장 2-2 게이트 문 사이로 보이는 공사 현장 모습. 공사 차량을 통제하는 관계자 모습이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새롭게 구성된 집행부는 사업 지연으로 발생한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 착공 후 협상'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공사비 협상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다.
현대건설이 조합에 요구한 총공사비는 4조776억원으로 3.3㎡당 829만원이다. 기존 계약금액인 2조6363억원(3.3㎡당 548만원)보다 1조4400억원이 높다. 현대건설 측은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라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현대건설-조합 공사비 협상 조만간 마무리할듯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협상으로 착공이 늦어지면 비용이 더 오를 수 있어 조합에는 가장 큰 리스크"라며 "초기 공사는 공사비 변동이 크지 않은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도 공사비 문제에 대한 검토를 마친 후에 회사와 협상하고 합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조합 측도 공사비 상승에 대해 불가피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금액 문제는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증액 요청한 부분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분석하고 있다"며 "공사비 분석은 거의 완료됐고 현대건설과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이 한 번에 끝나지는 않고 여러 차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8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합 측은 선 착공 후 협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공사비를 확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주 3년이 되어가는 시점으로 이주비 대출 이자만 해도 큰 비용이어서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