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황'의 꾸지람→잘 때까지 연습→5년 만의 멀티포, '천재유격수'의 다짐 "이제 신중히 야구하겠다"
이학주는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팀의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2회 첫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났던 이학주는 돌아온 공격 기회에서 일격을 날렸다. 4회 말 1사 후 등장한 그는 KIA 2번째 투수 윤중현의 초구 바깥쪽 낮은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냈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중견수 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이 됐다.
이 홈런은 이학주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타구 속도 172.5km의 날카로운 타구로 비거리는 125m가 측정됐다. 1루까지 빠르게 뛰어가던 그는 공이 담장을 넘어간 걸 확인한 후 그라운드를 돌았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를 동료들이 격하게 환영하며 같이 기뻐했다.
6회에는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됐던 이학주였지만, 경기 막판 다시 한번 그의 방망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8회 말, 8-4로 앞서던 상황에서 4번째 타석에 나선 그는 KIA 김민재의 몸쪽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이번에는 오른쪽 펜스를 빠르게 넘어가면서 또 홈런이 됐다. 홈런임을 직감한 듯 이학주는 스윙을 한 뒤 타구를 확인하며 천천히 앞으로 갔다.
이학주가 한 경기 2개의 홈런을 기록한 건 정말 오래된 일이었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지난 2019년 3월 27일 3회와 8회 멀티홈런을 터트렸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롯데였고, 장소도 사직야구장으로 같았다. 이학주는 KBO 통산 1, 2호 홈런을 하루에 기록했다.
경기 후 김태형 롯데 감독은 "타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타격에 임해 빠른 득점으로 연결되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학주 선수의 2홈런을 포함, 나승엽, 유강남 선수의 홈런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로 롯데 입단 3년 차가 되는 이학주는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3월 31일 1군에 합류해 맹타를 휘둘러 한동안 5할대 타율을 유지하기도 했지만, 점차 페이스가 떨어져 4월 22일 다시 말소됐다. 19일 동안 2군에 있었던 그는 지난 11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게임 승리 후 만난 이학주는 "요즘 방망이가 좀 안 맞고 있어서 수비에서 집중을 했다. 스트레스를 거기다가 풀어야 했다"며 "그러다 보니 타석에 나가서 스트레스가 덜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타격 파트에서 너무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 오늘도 임훈 코치님과 1대1 레슨을 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의 조언도 한몫을 했다. 이학주는 "감독님께서 레그킥 하는 것보다 바로 간결하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주문해 주셨다"면서 "한 번에 되지 않았지만 계속 노력하고 타격연습 할 때 열심히 집중했던 게 오늘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학주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유격수 수비였다. 그는 "홈런 2개 친 것보다 수비에서 투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비할 때 작은 것을 섬세하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이학주는 호수비와 평범한 실책이 공존한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본인은 침착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학주는 "이제 나이도 들어가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야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각오를 드러냈다.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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