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 2.5%로 높였다…'내수 서프라이즈' 정부지출 덕?

박광범 기자, 김주현 기자 2024. 5. 24. 05: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올려잡았다.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진 데다 소비 흐름도 당초 예상보다 개선됐다는 판단에서다.

1분기 '깜짝 성장'을 둘러싼 내수 미스터리는 결국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영향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수치로 나타난 내수 반등이 '1분기 한정'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눈높이를 크게 높이면서도 그 배경으로 내수 등 대내요인보다 글로벌 IT(정보기술) 경기 호조 등 대외요인을 주목한 이유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2.1%→2.5% 상향
한은은 23일 '2024년 5월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한국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발표한 전망치(2.1%)에서 0.4%포인트(p) 상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분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됐다"며 "수출 호조와 수입 감소로 순수출이 크게 늘었고 양호한 기상 여건, 이전지출의 조기 집행, 휴대폰 신제품 조기 출시 등으로 소비와 건설투자가 예상보다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에는 내수에서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다 3,4분기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2월 전망과 비교해 볼 때 글로벌 IT경기 호조와 미국경제의 강한 성장세 등 대외요인이 0.3%p 상향조정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또 내수 부진 완화 등 대내요인이 0.1%p 높이는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부문별로 보면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지난 2월 전망(1.6%)보다 높은 1.8%로 제시했다. 내년에는 2.3%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1분기 민간소비는 양호한 기상 여건과 휴대폰 조기 출시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2분기 조정 기간을 거친 다음 회복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IT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올해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전망과 비교해서는 0.7%p 내려잡았다. 지난 1분기 설비투자가 AI(인공지능)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 차질에 따른 항공기 도입 지연 등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건설투자는 그동안의 신규착공 위축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2%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1분기에는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대규모 공사가 빠르게 진행돼 일시적으로 큰 폭 증가 전환했다. 다만 향후에는 주거용·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한 입주물량 축소와 신규착공 부진 지속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상품수출은 IT 경기의 견조한 회복세와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각각 2.4%,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한은은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긴축기조 장기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성장률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우선 이스라엘·하마스간 종전 협상이 타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도 진정되는 경우 부정적인 공급충격이 완화되면서 올해 성장률은 기본전망 대비 0.1%p 상승하고 물가상승률은 0.1%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동지역 분쟁이 악화되고 러·우 전쟁 규모가 확대된다면 주요 원자재가격 상승과 금융여건 악화로 성장률이 0.2%p 하락하고 물가상승률은 0.3%p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시나리오에 따르면 글로벌 긴축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이 0.1%p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은 환율상승과 국내 경기둔화의 영향이 엇갈리게 작용하면서 기본전망에 부합할 것으로 봤다.

1분기 '깜짝성장' 정부 이전지출 증가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사진=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은 최근 국내외 기관들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2.2%에서 2.6%로 높여 잡았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수준 자체는 이들 기관보다 0.1%p(포인트) 낮지만 상향폭(+0.4%p)은 같다.

올해 초만해도 2%대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180도 바뀐 셈이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달 25일부터다. 당시 한은은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전분기 대비 1.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가 0.5~0.6%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물론 정부 안팎에서도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왔다.

1분기 GDP 성장(1.3%)을 뜯어보면 내수 기여도가 0.7%p, 순수출 기여도가 0.6%p로 나타났다. 1분기 우리 경제 성장에 수출보다 내수가 더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다. 체감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이같은 내수 지표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확대됐다. 정부와 한은이 내수 서프라이즈의 배경으로 야외활동 증가와 신규 휴대전화 출시 등을 꼽았지만 내수 미스터리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 조사국은 예상치를 크게 웃돈 내수 지표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고 이번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한은은 "양호한 날씨로 인해 대외활동이 증가하고 대규모 건출공사가 빠르게 진척된 데다 이전지출의 조기집행, 휴대전화 신제품의 조기 출시 영향도 가세했다"고 밝혔다.

기존 설명과 달라진 점은 '이전지출 조기집행'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이전지출이란 실업수당, 재해보상금, 사회보장기부금과 같이 생산활동과 무관하게 대가 없이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을 의미한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5월호)에 따르면 지난 3월 정부 총지출은 85조1000억원으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3월 누적 총지출은 212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조4000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이전지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조3000억원 증가한 15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이전지출 진도율은 33.7%로 나타났다.

경기 진폭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정하는 예산운용의 재량권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총선을 앞둔 1분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총재는 한은 전망치와 실제 1분기 GDP간 오차가 컸던 부분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출 자료는 저희가 거의 마지막에 받기 때문에 이전지출이 많이 늘어나 소비에 영향을 준 것들을 조금 놓쳤다"며 "정부와 좀 더 얘기를 해서 자료를 더 빨리 받아볼 수 있는지, 또 통관자료도 다른 프록시(Proxy·대리 변수)를 써서 볼 수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1분기 성장에 정부 이전지출 증가 등 일시적 요인이 상당부분 작용했던 만큼 2분기 경제성장률이 조정국면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1분기 깜짝성장의 기저효과와 여전히 강한 수출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연간 2.5%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 2.6% 유지…경상수지 흑자규모 전망 520억달러→600억달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사진공동취재단)
한편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은 기존대로 2.6%를 유지했다.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지만 연간 전망치를 조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은은 당분간 물가가 2%대 후반을 유지하고 하반기 중 2.5%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 전망치는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제시한 520억달러보다 80억달러 많은 600억달러를 제시했다. 경상수지 가운데 서비스수지는 248억달러 적자를 예상했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26만명으로 기존 전망보다 1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실업률은 2.9%, 고용률은 62.8%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