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2명 다음주 조사… 강경책 꺼내는 정부

조백건 기자 2024. 5.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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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 처벌은 본격화
23일 대구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전공의 집단 이탈과 관련해 경찰이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정부는 일부 의사에게 강경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경찰이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등과 관련해 전공의들을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의협 등에 따르면, 최근 전공의 2명이 경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1명은 이달 30일 출석하고, 나머지 1명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에 앞서 지난 20일 임현택 의협회장의 변호를 맡은 의협 A법제이사(변호사) 등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대형 병원의 업무를 방해(업무방해 등)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법제이사 등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이 환자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사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전공의 집단 이탈과 관련해 의협 전·현직 회장 등 수뇌부를 조사한 데 이어 그 밑의 실무자, 전공의까지 수사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2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귀한 전공의가 극소수에 그친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부 차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총리실 등에서도 “배후에서 전공의 복귀를 가로막는 일부 ‘강경 전공의’에 대해선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를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은 크게 형사 고발과 행정처분(면허정지)이 있다. 정부가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 ‘강성 전공의’를 의료법 위반(업무 미복귀) 혐의 등으로 고발하면, 검경이 이를 수사하게 된다. 만일 전공의가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그래픽=백형선

전공의가 형 집행 기간을 다 채우고 면허를 다시 받으려 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면허 재교부는 복지부 산하 관련 소위원회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정부가 ‘집단 이탈 전공의’의 면허 재교부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지침을 만들면 면허 재취득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도 의사 면허 재교부율은 10% 선으로 낮다.

정부는 또 직권으로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 최장 1년간 할 수 있으나, 정부는 ‘3개월 정지’를 검토해 왔다. 그런데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기 전에 당사자에게 이 사실을 미리 고지하는 절차가 있어 실제 처분을 내리기까진 3~4개월이 걸릴 수 있다. 처분을 내리더라도 면허정지 시작일을 6개월 뒤쯤으로 할 수 있다. 실제 면허정지가 내년에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일부 3~4년 차 전공의는 ‘수련 기간 미달’로 내년뿐 아니라 후년 전문의 자격 시험까지 못 볼 수 있다.

정부 내에선 이렇게 해서 소수 ‘강성 전공의’를 압박하면 돌아오고 싶어 하는 전공의들의 복귀 부담이 낮아지고 복귀율이 올라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전공의 처벌은 더 큰 역풍을 부를 것이란 지적도 많다. 전공의 전체를 자극해 ‘파업 응집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복지부 고위 인사는 “더 큰 문제는 진료 현장에 남아 있는 교수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이탈로 대형 병원의 중환자 수술·입원이 반 토막 났지만 이 수준을 지난 3개월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교수들이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 단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제자(전공의)들이 피해를 당한다면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교수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고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상당수 교수는 짧지 않은 기간 집단 휴진을 한 뒤 사표를 내고 바로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교수도 “현 상황에서 교수 일부라도 빠지면 대형 병원은 가동이 중단된다”고 했다.

복지부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최근 법원도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정부는 의사들을 적대시하지 말고 품어야 한다”며 “의료계가 어떤 조건을 내걸든 일단 만나야 한다. 서로 얘기를 자주 할수록 타협 지점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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