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체 범주 확대·세분화로 영농 변화 반영해야

김소진 기자 2024. 5.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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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직불금 등 정책수혜 기준
농가쪼개기로 가짜농민 늘어
실경작인은 오히려 배제 지적
고령화·기술발달도 못 담아내
기준 넓혀 ‘전후방산업’ 포괄
은퇴이양 이끄는 방안도 필요

‘농가=농업경영체.’ 지금까지 농가는 농업경영체의 동의어처럼 여겨지곤 했다. 이전까지는 한국의 농업생산이 전적으로 가족농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인구 감소, 고령화, 과학기술 발달로 영농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농업지원의 수혜 대상이 되는 ‘농업경영체’가 이런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농업경영체가 농업의 미래 산업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농업경영체는 공익직불금·농민수당 등 농업정책에서 수혜의 기준이 된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어업경영체법)’에서는 농업경영체를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정의한다. 농업인은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 농업법인은 ‘농어업경영체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농업식품기본법’에 따르면 ▲1000㎡(300평) 이상 농지를 경영·경작하거나 ▲농업경영을 통해 연 120만원 이상의 농산물 판매 실적을 내는 등 요건 가운데 하나만 충족해도 농업인으로 인정한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문제점은 영농 승계 저해다. 공익직불금 수혜 기준으로 농업경영체가 자리하며 경영체수가 급증했다. 통계청·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2023년 농가는 102만2797가구에서 99만9022가구로 감소했지만, 농업경영체는 같은 기간 181만1377곳에서 182만2483곳으로 되레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농업경영체 증가 현상에 공익직불제 도입에 따른 은퇴농의 재유입과 고령농의 은퇴 지연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GS&J 인스티튜트가 최근 내놓은 ‘농산업 경영체 개념 변화와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정현출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은 “고령으로 사실상 영농에서 은퇴해도 가구주라면 법률상 농업인·농업경영체로 계속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고령농 증가로 이어져 순조로운 영농 승계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농업경영체 쪼개기로 이른바 ‘가짜 농민’은 증가하는 반면, 실경작인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업법인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농업법인은 고령화와 절대인구 감소 속에서 농지 규모화를 이끌고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킬 주체로 주목받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업법인은 2019년 2만3315곳에서 2022년 2만6104곳으로 12% 증가했다. 법인 종사자도 같은 기간 약 16만명에서 18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농업법인 취업자는 농업경영체(농업인)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농협 조합원 가입도 안되고 영농 경력도 무용지물이 된다. 대표와 등기임원도 농업인으로 인정되지 않아 혜택에서 제외된다.

가공·체험·관광 사업 등 농촌 융복합산업을 포함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언급된다. 농촌 융복합산업은 농업소득이 저조한 상황에서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가의 농업소득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농업생산과 연계된 다각적 활동이 경영체 유지·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농업경영체는 융복합산업을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정 총장은 “현재의 농업경영체 정의는 생산분야를 중심으로 경직적으로 좁게 설정돼 농업 전후방산업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농업경영체의 범주를 확대·정교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보고서는 ‘농업경영체’를 ‘농산업 경영체’로 개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포괄성과 신축성을 높이자고 제언했다. 또 ‘농업인’을 ‘농업경영인’과 ‘농업종사자’로 세분화해 농업법인 취업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실경작인을 포함하는 방안도 담았다.

농업인의 발전단계를 고려해 은퇴 이양을 이끄는 방안도 제시됐다. ‘예비농업인’ ‘은퇴농업인’을 농업인 유형으로 명시하는 방식이다. ‘예비농업인’에게는 창업 준비 자금, 농지 구입 자금 등 각종 정책 대상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은퇴 농업인은 건강보험료 감면, 교통수단 지원 등 생산 비연계 농업인 복지 대상자로 법적 지위를 확립하는 구상이다.

농업정책 수혜 대상을 농업인·농업경영체라는 경직된 정의가 아닌, 행위를 기준으로 하자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일본은 정책 수혜의 바탕을 활동에 두고 있다. 일본형 직불제로 불리는 다면적 기능 지불 제도가 대표적이다. 다면적 기능 지불금은 농지 보유·소유가 아닌 수로 관리 등 농지 유지, 농촌 자원 향상을 위한 활동에 방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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