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로 본 도량형 변천사는?…‘섬·가마니’ 대신 ‘㎏·t’으로 정착

조영창 기자 2024. 5. 24. 05: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59년 정부가 국제미터협약에 가입하고 2007년 7월1일부터 법정계량단위인 '미터법'을 의무화하며 도량 단위를 통일했지만 일상 곳곳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단위가 혼용되고 있다.

쌀 한섬은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44㎏으로 한말의 열배를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됐다.

2005년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해 '양곡관리법' 제10조 3항에 따라 쌀을 '섬'에서 '㎏' 단위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터법 의무화 불구 단위 혼용
소비량 줄며 포장기준 세분화

“예년에는 논 한마지기에서 쌀 석섬을 수확했는데 올해에는 넉섬반을 수확해 수확량이 50% 늘었어.”(본지 2015년11월6일자 1면 보도).

1959년 정부가 국제미터협약에 가입하고 2007년 7월1일부터 법정계량단위인 ‘미터법’을 의무화하며 도량 단위를 통일했지만 일상 곳곳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단위가 혼용되고 있다.

‘섬’은 과거에 조선시대까지 홉·되·말 등과 함께 사용하던 부피를 재는 단위다. 쌀과 콩 등의 곡물로 조세를 내던 조선시대에 세종은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도량형 규격을 표준화했다. 섬은 ‘섬틀’이라는 기구를 사용해 짚으로 짠 곡물을 담는 용구이기도 했다. 쌀 한섬은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144㎏으로 한말의 열배를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됐다. 한섬은 지금의 도량형으로 환산하면 180ℓ로, 곡식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벼는 200㎏, 보리쌀은 138㎏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농촌에선 쌀 계량 단위를 섬이 아닌 가마니로 쓰기 시작했다. 러일전쟁(1904년) 이후 일제는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한국에서 쌀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식 자루인 ‘가마니(일본어로 가마스)’를 들여와 수출용 쌀을 담았다.

쌀 무역량이 늘어나면서 조선에서도 가마니를 1907년부터 제조했다. 가마니는 섬보다 부피는 작지만 한사람이 운반하기에 비교적 적당한 80㎏을 담을 수 있다. 또한 두께가 두껍고 사이가 촘촘해 곡물이 흘러나오지 않는 장점이 있어 단위로 굳어지게 됐다. 현대에 들어서도 쌀에 관한 통계나 기록을 여전히 80㎏ 단위로 나타내는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형성된 관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가마니는 1960년대로 접어들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40㎏ 단위인 폴리프로필렌(PP) 마대와 종이 포장지인 지대가 보급되며 ‘㎏’과 ‘t’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다. 2005년 정부는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해 ‘양곡관리법’ 제10조 3항에 따라 쌀을 ‘섬’에서 ‘㎏’ 단위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부는 벼를 매입할 때 벼 800㎏들이를 뜻하는 ‘톤백’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2t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벼 수매통이 현장에서 많이 쓰인다.

현재 통계청은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반영해 산지 쌀값을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20㎏ 단위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1인가구 증가와 쌀 소비량 감소로 1㎏·2㎏·5㎏·10㎏ 단위 등 다양한 무게의 소포장품이 유통현장에 선보이고 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