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에서 드론으로…일손 절감·생산성 향상 ‘일등공신’

박하늘 기자 2024. 5.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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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농업 60년 변천사] (3) 농기구의 진화
해방 후까지 재래식 기구 의존
1960년대 경운기 개발로 전기
이촌향도 심해져 기계화 화두
트랙터·건조기 등 보급 본격화
2010년대 들어 AI·로봇 적용
농작업 무인·자동화 기술 개발
농업용 드론을 활용해 양파밭에서 방제하는 모습. 농민신문DB

인류의 역사는 곧 농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산물 확보는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도구, 즉 농기구가 필요했다. 농업의 필수품인 농기구는 지난 60년여간 눈부신 발전과 진화를 거듭했다.

우리나라 전통 농기구인 호미. 주로 밭을 매는 데 쓰인다. 농협농업박물관

1945년 해방 직후 우리 농촌에서는 여전히 호미·낫·쟁기 등 재래 농기구를 주로 사용했다. 1950년대 들어 한발 진보한 ‘양수기’ ‘발동기’ ‘제승기(새끼 꼬는 기계)’ ‘인력탈곡기’ 같은 농기계가 소량 생산됐다. 그러나 여전히 재래 농기구와 인력·가축에 의존하는 형태였다.

재래 농기구 중심의 농촌 사회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건 1963년 ‘동력 경운기’의 개발이다. 대동공업이 일본 업체와 기술 제휴를 해 일명 ‘딸딸이’라고 불린 동력 경운기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것이다.

경운기는 땅을 갈고 골을 타는 일뿐만 아니라 지게·달구지 대용으로도 썼다. 경운기에 부착된 엔진을 이용해 양수기·분무기로도 활용했다. 사람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자동차 역할까지 하며 농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급격한 산업화로 이촌향도 현상이 나타나며 1970년대 농촌엔 노동력 부족문제가 대두했다. 대안으로 농기구 기계화가 추진됐다. 정부는 1972년부터 ‘농업기계화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현장에 적용했다. 축력을 동력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경운기는 땅을 갈고 골을 타는 일뿐 아니라 다양한 농작업에 활용되며 농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농민신문DB

농업기계화 5개년 기본계획의 핵심은 경운기를 벼농사분야에 획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1974년부터 3년간 경운기 10만대 공급에 나섰다. 트랙터를 비롯해 고성능엔진을 부착한 석유발동기, 병충해 방제용 미스트기·동력분무기·인력분무기와 자동탈곡기·수확기·건조기·도정기가 보급된 것도 이 시기다. 이들 농기계는 농촌 일손을 절감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80년대에 들어선 바인더를 비롯해 콤바인·이앙기까지 보급됐다. 1982년부터 5년간 진행된 5개년계획에선 ‘평야 100% 기계화, 산간 50% 기계화’라는 목표가 설정되기도 했다. 이즈음 원예·축산의 기계화를 촉진하고자 관리기와 과수용 방제기, 예초기 등이 공급됐다.

1990년대 농업 기계화사업의 핵심은 ‘농기계 반값 공급 계획’이다. 정부가 농가에 200만원 한도 내로 농기계 구입비 50%를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벼농사 기계화율은 1992년 88%에서 1997년 98%로 껑충 뛰었다. 이른바 ‘벼농사 일관 기계화’ 꿈이 완성된 것이다.

이 시기 시설원예농업이 확대 보급돼 온실산업과 관련 있는 ‘농업용 난방기’ ‘시설 기자재’ ‘과일 선별기’ 같은 농기계도 활발히 공급됐다.

축산분야에선 ‘베일러’와 같은 기종이 보급되기도 했다. 보행이앙기가 승용이앙기로 교체되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다.

2000년대엔 ‘환경친화’ ‘첨단 농기계’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농촌진흥청은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원격 조종이 가능한 인공지능(AI)형 트랙터를 4년에 걸쳐 개발했다. 이때 ‘친환경 멀칭 이앙기’가 국내 업체에서 개발됐다. 생분해성 멀칭 종이를 깔면서 이앙하는 기계로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주목받기도 했다.

농기계산업은 2010년대로 들어서며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 4차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뜻한다. ‘빅데이터’ ‘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대표적으로 활용된다. 이런 기술을 사용한 스마트팜이 시설농업 현장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스마트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창문 개폐, 냉난방 장치 조절,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졌다.

2020년 이후엔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해 무인 농작업이 가능한 농기계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트랙터에 해당 기술이 적용돼 주행 중 자동 변속이 이뤄지거나, 작업 중 장애물을 발견해 피하는 등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졌다. 자율주행기술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농업용 드론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2010년대만 하더라도 농작물 병해충 공동 작업에 무인 헬기가 주로 투입됐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에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드론을 활용해 병해충 방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노동력을 절감하는 동시에 방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참고자료=▲‘농기계조합 60년사’(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2022년) ▲‘한국의 농업 기계화와 농업발전’(디자인월드, 2018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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