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민에게 법은 무섭다?

관리자 2024. 5.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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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법률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농민 법률상담봉사활동을 한 지도 4년이 넘었다.

농기센터에서도 농업경영에 필요한 법률교육을 하고 있지만, 법률교육이라는 이유로 무슨 법, 몇조, 몇항을 읊으며 법과대학 강의를 방불케 하기에 농민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나의 농업법률 강의 시간에 농민들에게 법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어렵다' '무섭다'와 같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는 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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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법률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농민 법률상담봉사활동을 한 지도 4년이 넘었다. 전국 농업기술센터에 출강하며 상담이 늘다보니 어떤 행사에 가면 기억나지 않는 분들로부터 지난 상담이 고마웠다는 인사를 종종 받는다. 수박 순 따느라 바쁜데도 농민들이 법률분쟁에 관해 마음 편히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거절하지 못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농업도 법으로 시작해서 법으로 끝난다. 농지를 취득하고 농산물을 생산하며 판매하는 모든 단계에 법을 모르면 후회할 일이 생기지만 후회해도 때는 늦는다. 농기센터에서도 농업경영에 필요한 법률교육을 하고 있지만, 법률교육이라는 이유로 무슨 법, 몇조, 몇항을 읊으며 법과대학 강의를 방불케 하기에 농민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 다른 형태의 법률교육은 분쟁 사례를 소개하는 것인데 이 또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에서 A, B, C 세가지의 사례를 배웠다고 하더라도 농업현장에서 겪는 분쟁은 D와 같이 전혀 다른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일은 교육에서 배웠던 사례와 유사하게 보이는 유사 사건을 겪는 경우다. 실제로 법률상담봉사활동을 하다보면 다른 교육에서 배운 사례를 통해 스스로 법률분쟁을 해결하려다 그르치고 상담을 요청하는 농민이 적지 않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표류하다 농업을 모르는 법조인이나 브로커를 만나 큰 손해를 보는 일이 많다.

나의 농업법률 강의 시간에 농민들에게 법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어렵다’ ‘무섭다’와 같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는 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료과를 선택하는 것은 의학적 지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료부터 처방까지의 여러 경험으로 병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법원, 검찰, 경찰서는 어려서부터 나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배웠고 “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며 법조 영역을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기에 법률분쟁 속에서 앞으로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민들에게 필요한 법률교육은 특정 법률이나 그럴싸한 사례 소개가 아니라, 법조 영역의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친숙한 교육이어야 한다. 법률분쟁이 생기면 본인의 전생을 탓하며 사돈의 팔촌까지 ‘아는 변호사’를 찾아 헤매는 농민들에게 “당황하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 가면 되는 일이고, 그저 환절기 감기에 걸린 것처럼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정진혁 애띤 농업법률연구소 대표·청년농 유기농업 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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