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권 강화' 어디까지…'딜레마' 빠진 민주당

김주훈 2024. 5.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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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우원식 분노' 빠진 당원 달래기
'연쇄 탈당' 당원들 가리켜 '중도층 민심'
원내대표·의장단 선출에 당심 반영 검토
일부 의원들 "대의 정치 원칙상 맞나"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추미애 당선인(경기 하남갑)의 국회의장 후보 낙마 후폭풍이 몰고 온 '당원권' 강화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당원 탈당 행렬에 당장의 불을 꺼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국회의원 고유의 권리까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차량으로 이동 중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현재 (당원이) 2만명 넘게 탈당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당원 중심의 대중 정당으로 확실하게 변모시키자"라고 밝혔다.

우원식 의원이 '당심'이 쏠린 추 당선인을 꺾은 지난 16일 이후 22대 국회 당선인들의 선택에 반발해 탈당한 당원이 무려 2만명에 달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이 총 500만명인 만큼 2만명은 적은 숫자지만, 문제는 당심(당원의 마음)에 반하는 선택에 따른 여파라는 점이다. 당장은 2만명에 그칠 수 있지만, 향후 똑같은 논란이 불거질 경우 탈당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당대표부터 지도부, 당내 인사까지 나서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외치는 것도 후폭풍 여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전열 정비를 위해 당선인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것은 '당원권' 강화였다. 민주당은 이날 '당원 중심 정당'으로서의 방향성을 강화하기 위해 당원 의사 반영을 위한 시스템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

공당의 핵심 기반이 당원인 만큼, 의사 반영 확대를 위한 방향성 논의는 정당마다 꾸준히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번 민주당의 당원 권리 향상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당초 이번 연쇄 탈당은 강성 지지층의 반발로 치부됐지만, 당은 이들을 '중도층'이라고 규정, 당심이 곧 중도층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전날(22일) 워크숍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민주주의에 당심을 반영하겠다는 것이 중도층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500만 당원을 가진 플랫폼 정당으로서 당원의 의지·의견이 반영되는 것이지, 강성 지지층 (주도)라는 표현은 왜곡된 표현"이라고 했다. 성난 당심을 추스르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지난 제22대 국회 당선인들이 22일 오후 충남 예산군 스플라스 리솜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4.05.22. [사진=뉴시스]

당원들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당의 방침은 명확하다.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당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탈당 당원 2만명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 운영과 당내 선거, 공천,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원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강화하는 방안, 당원국 설치 등 당원과의 일상적 소통 참여 창구를 만드는 방안까지 모두 열어놓고 제안받고 검토하고 토론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 방안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국회의원 고유 권한인 원내대표·국회의장단 선출에 있어서 당원 표심 반영이 거론되고 있다. 나아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시도당위원장 선출에도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당내 선거에도 당원 표심을 반영하는 대안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린다. 워크숍에서 진행된 분임 토의에서도 당원권 강화 주제는 뜨거운 감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민주주의로서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당내 선거에서조차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지 못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는 주장과 민심을 등에 업고 선출된 만큼 '정치적 효능감'을 주기 위해선 당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내 선거 나아가 시도당위원장 선출은 그동안 의원 내부에서 결정하거나 추천하는 흐름이었지만, 당원 주권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원이 선택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냥 당원도 아니고 당비를 매월 내는 적극적 의사 표현을 하시는 분들인데, 이들의 의견도 일부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당선자는 "당원 민주주의 강화 측면에서 당원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의 정치라는 입장에서 우리의 선택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갈등이기보단, 신념의 충돌이고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도 23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을 참여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갖고 있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며 "당직은 당원이 뽑고, 선출직 공직자를 뽑을 때는 민심을 반영하고, 원내직은 국회의원이 뽑는 것이 오랫동안 정착해 온 선출 과정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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