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을 더욱 분명하게 구분하는 이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024. 5.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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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각은 다양한 색을 인지하는 데 뛰어나지만 색이 없는 흑백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도 능숙하다.

뇌가 흑백 이미지를 잘 식별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생후 초기에 시각 능력이 부족해서 색이 아닌 빛의 강도에 따라 사물을 구별하는 데 먼저 익숙해지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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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태어난 직후에 색을 감지하는 망막 원추세포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색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지만 생후 몇 년 동안 원추세포가 발달하면서 시력과 색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시각은 다양한 색을 인지하는 데 뛰어나지만 색이 없는 흑백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도 능숙하다. 뇌가 흑백 이미지를 잘 식별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생후 초기에 시각 능력이 부족해서 색이 아닌 빛의 강도에 따라 사물을 구별하는 데 먼저 익숙해지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루카스 보겔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뇌 및 인지과학과 연구원팀이 인간의 흑백 이미지 식별 능력이 신생아 시기에 색 정보가 제한된 덕분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아기는 태어난 직후에 색을 감지하는 망막 원추세포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색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어둡고 밝은 정도인 휘도만 인지할 수 있다. '흑백' 세상을 보는 셈이다. 생후 몇 년 동안 원추세포가 발달하면서 시력과 색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선행 연구에서 정상 시력으로 태어난 어린이는 컬러 이미지를 보여주고 이를 흑백으로 바꿔 보여줘도 물체를 인식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선천성 백내장으로 시력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가 이후 시력을 회복한 어린이는 컬러 이미지를 보여주고 같은 이미지를 흑백으로 바꿔 보여주면 흑백 사진을 잘 식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 결과에 주목해 시각 시스템이 미성숙한 시기에 아기가 색에 대한 제한적인 시각 때문에 아기의 뇌가 흑백 이미지를 인식하는 데 능숙해진다는 가설을 세웠다. 선청성 백내장을 앓았다가 치료된 어린이들은 신생아 시기 흑백 이미지에 대한 경험 없이 컬러 이미지부터 접했고 색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어 흑백 이미지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시각을 묘사한 인공 신경망 모델인 알렉스넷(AlexNet)을 활용해 사람의 시각 인식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을 모방했다. 한 모델은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이 자라는 과정과 비슷하게 학습 초반 흑백 이미지만 보여준 다음 나중에 컬러 이미지를 학습시켰다. 또 다른 모델은 처음부터 컬러 이미지로 학습을 시작했다. 이는 선천적 백내장을 앓다가 시력을 회복한 어린이의 경험과 유사하다.

흑백 이미지를 먼저 학습하고 이후 컬러 이미지를 학습한 모델은 컬러와 흑백 이미지를 모두 잘 식별했다. 컬러 이미지만 학습한 모델은 나중에 흑백 이미지를 잘 식별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컬러와 흑백 이미지 모두에 대해 훈련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지를 학습한 순서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모델의 내부를 분석해 흑백 이미지를 먼저 접한 모델은 사물을 식별할 때 휘도에 의존하는 방법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컬러 이미지를 보여줘도 모델이 잘 작동했기 때문에 접근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컬러 이미지로 학습을 시작한 모델은 흑백 이미지를 학습시키기 시작하자 접근 방식을 바꾸긴 했지만 흑백 이미지를 먼저 접한 모델의 인식 수준까지 충분히 변화하지 못했다.

비슷한 현상이 인간의 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생후 초기에는 색 정보가 거의 없어 휘도만으로 사물을 식별하는 법을 배우는데 이때 색 정보가 부족한 것이 오히려 발달 중인 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22년 수행한 연구에서 아기가 자궁에서 듣는 것과 유사한 저주파 소리에 일찍 노출되면 청각 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연구팀은 "신생아 시기에 겪은 제한적인 감각이 언어 등 다른 측면으로도 발달에 영향을 주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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