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긴 이, 장일순의 삶과 사상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5. 2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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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단 한 번 보고 홀딱 반했다는 사람, 목사 이현주가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이라 했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이 어디를 가든 함께 가고 싶다 한 사람, '아침 이슬'의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기고, 판화가 이철수가 진정한 뜻에서 이 시대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 꼽았던 사람. 무위당 장일순(1928~1994)이다.

한상봉의 '장일순 평전 -걸어 다니는 동학, 장일순의 삶과 사상'은 교육자, 사회운동가, 서예가,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한살림운동의 숨은 주역, 무엇보다 우리나라 생명운동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장일순에 대한 새로운 평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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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 평전- 한상봉 지음/삼인/3만원

- 걸어다니는 동학으로 불리며
- 사회·민주화·생명운동의 주역
- 서거 30주기 맞아 새 평전 나와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이 단 한 번 보고 홀딱 반했다는 사람, 목사 이현주가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이라 했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이 어디를 가든 함께 가고 싶다 한 사람, ‘아침 이슬’의 김민기가 아버지로 여기고, 판화가 이철수가 진정한 뜻에서 이 시대 단 한 분의 선생님이라 꼽았던 사람…. 무위당 장일순(1928~1994)이다.

1970년대 원주 가톨릭센터에서 찍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 삼인 제공


한상봉의 ‘장일순 평전 -걸어 다니는 동학, 장일순의 삶과 사상’은 교육자, 사회운동가, 서예가, 반독재 민주화운동과 한살림운동의 숨은 주역, 무엇보다 우리나라 생명운동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장일순에 대한 새로운 평전이다. 서거 30주기에 즈음하여 그간에 발굴된 새로운 자료와 시각으로 쓴 책이다.

저자 한상봉은 “장일순 선생님의 그릇이 너무 크고 가늠하기 어려워” 이 책을 쓰기까지 십여 년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장일순 선생님과 호흡을 나누었던 많은 분들이 함께 지어낸 공동 저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장일순은 일제강점기 원주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장경호 밑에서 한학을 익혔고 우국지사 박기정에게서 서화를 배웠다. 1946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했으나 6·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줄곧 원주에서 살았다. 1954년 지인들과 원주에서 대성중·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교육운동에 힘썼다. 1960~70년대에는 지학순 주교, 김지하 시인 등과 함께 경기 충북 일대 농민과 노동자를 위한 교육과 협동조합운동을 펼쳤다. 반독재 투쟁을 지원하면서 사상적 지주 역할을 했다. 1980년대에는 산업문명 탓에 파괴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살림’의 문화를 만드는 생명사상(운동)을 펼쳤다. 가톨릭 신자이면서 불교와 유학 사상 및 노장 사상에도 조예가 깊었다. 해월 최시형의 사상과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받아 ‘걷는 동학’으로도 불렸다.

장일순의 큰 생각을 따라가다 만난 서예가로서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글씨는 곧 그 사람이며, 글은 삶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던 장일순은 원주여고 학생들에게 이 생각을 솔직하게 설명한 적이 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난 음식점에 써 붙여 놓은 곰탕 얼마, 칼국수 얼마란 글씨가 더 좋아. 뒷골목에 가면 말이야. 작은 판자에다 조그맣게 써놓은 글씨 있잖아? 초라하지만 단정하게 쓴 글씨 말이야. 그런 글씨가 난 한없이 좋아. 겨울 길거리에 군고구마 장수가 작은 판자때기에다 ‘군고구마’라고 쓴 글씨 있잖아? 그 글씨를 볼 때마다 ‘난 언제 저렇게 써 보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글씨가 생활에 쓰이지 않으면 그 글씨는 이미 생명력을 잃고 마는 거지. ‘군고구마’라고 쓴 그 글 속에는 살려는 진한 생명력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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