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파리에 얽힌 속담이 많은 까닭은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2024. 5. 2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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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파리(fly)에 얽힌 속담, 관용어가 엄청나게 많은 것은 옛 사람들이 파리와 가까이 지내면서 오랫동안 생태를 샅샅이 살펴본 탓이리라. 그 속담이나 관용어는 과학성이 있을뿐더러 시대상과 그 시대의 문화를 품고 있다.

일례로 '파리 목숨 같다'는 허무하고 덧없는 초로인생임을, '파리가 발 드린다'는 두 손을 싹싹 비비며 애걸복걸하거나 윗사람에게 아부할 때를, '파리 날리다'는 무료하거나 손님이 없을 때를 빗댄 말들이다.

그리고 '안다니 똥파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저기 끼어들어 아는 체하는 사람을, '오뉴월 똥파리 끓듯'은 멀리서도 먹을 것이 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달려오는 사람을, '쉬파리(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는 어느 정도 방해물이 있다 하더라도 마땅히 할 일은 해야 함을 비꼰 말이다.

우리가 집에서 흔히 보는 '집파리'(house fly)는 집파릿과에 드는 곤충으로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세계 어디나 널려 있고 전체 파리무리의 91%를 차지한다. 집파리는 커다랗고 빨간, 아리따운 겹눈 2개를 양 머리에 얹었고 정수리에는 3개의 홑눈이 있다. 몸길이 5~8㎜로 온몸이 검정 털로 덥혔고 곤충이 다 그렇듯 암컷이 수컷보다 좀 크다. 그리고 파리무리에는 집파리 외에 똥오줌에 모여드는 똥파리, 시체나 생선에 쉬를 스는 쉬파리(금파리), 마소의 피를 빠는 쇠파리가 있다.

그리고 집파리는 두 발을 꼬아 비비면서 발바닥으로 음식의 맛과 냄새를 맡고 음식을 입에 넣었다 뱉었다 하면서 침을 바른 다음 소화된 자리를 넓적한 혓바닥으로 핥는다. 이러면서 100여가지의 병균을 퍼트린다.

또 파리가 싸댄 똥은 하얀 벽지를 온통 가뭇가뭇 물들인다. 그래서 얼굴에 낀 거뭇거뭇한 기미를 '파리똥'이라고 한다. 그런데 파리는 반반한 천장이나 매끈한 유리창에 찰싹 붙는다. 이는 파리 발바닥에 점액(粘液)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됐다. 그런데 그보다는 종이나 유리를 고배율 현미경으로 보면 꺼칠꺼칠하게 짜개진 틈새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 틈새기에다 발바닥의 털을 끼어 찰싹 달라붙고 슬쩍 뽑으면서 날아오른다. 즉, 파리의 다리 끝엔 '며느리발톱'이라는 예리하고 넓적한 발톱 돌기가 붙어 있는데 현미경으로 보면 거기에는 수많은 센털(강모, 剛毛, setae)이 나 있어 그 털을 천장의 종이나 유리 틈새에 끼어 꽉 붙잡는다.

그리고 집파리는 알(쉬), 유충(구더기), 번데기, 성충의 과정을 거치는 완전변태(갖춘탈바꿈)를 하고 수명은 15~25일이다. 음경을 암컷의 질에 꽂은 채로 암컷이 수컷을 등에 업고 날아다니면서 2~15분간 짝짓기를 한다. 길쭉한 바나나 모양을 한 500여개의 알을 3~4일 동안 낳고 20시간 안에 부화하며 부화한 구더기는 서너 번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는 1주일 뒤 우화(羽化, 날개돋이)하고 성체가 되고 36시간 뒤에 딱 한 번 짝짓기를 한다.

집파리, 초파리, 모기, 등에들은 날개가 한 쌍인 쌍시류(雙翅類, diptera)다. 녀석들은 다른 곤충처럼 날개가 2쌍(4장)이었으나 뒷날개 2장이 퇴화해 흔적만 남고 말았다. 집파리의 앞날개를 떼고 보면 희고 얇되 얇고 작은 살점 조각이 양 옆구리에 붙어 있으니 곤봉(棍棒)을 닮았다 해 평형곤(平衡棍, balancer), 또 막대 꼴이라 해 평형간(平衡桿)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공중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방향도 정하는 방향타 역할을 하며 그것이 떨면서 "앵!" 소리를 낸다. 두 날개는 그대로 둔 채 평형곤들을 바늘로 찔러버리면 파리가 날 수 있을까.

주검(시체)에 가장 먼저 날아드는 놈이 파리다. 시체는 자연 상태에서 최소한 8차례에 걸쳐 잇따라 곤충들의 침입을 받는다고 한다. 첫 번째는 '금파리'고 마지막은 '딱정벌레' 무리다. 그래서 범죄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파리들이다.

우리 사회생활에서 파리와 관련된 속담은 상당수 부정적이다. 파리 속담과 엮이는 사람은 '밉상'이라 할 수 있다.(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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