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처방 ‘2군 보약’ 김택연 체질을 바꿨다

배재흥 기자 2024. 5. 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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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이 지난 22일 잠실 SSG전에 구원 등판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개막 첫 3G ERA 7.71
쓴맛 데뷔 신고식
복귀 후 환골탈태
ERA 1.90 특급불펜으로


자신없는 투구로 2군행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반성
‘신인다운 패기’ 깊이 새겨
신인왕 욕심? 그때 다 비워


지난 22일 SSG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 1-1 동점이던 7회초 1사 3루, 실점 위기에 빠진 두산이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야구장엔 포트 마이너의 ‘리멤버 더 네임’이란 노래가 흘러나왔고, 2005년생 고졸 신인 김택연(19·두산)이 등장했다. 두산 홈팬들은 마운드로 향하는 김택연의 발걸음에 환호성을 보냈다. 그 함성엔 팀을 구원해 줄 것이란 강한 믿음이 담겼다.

김택연에겐 실점 없이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야 하는 극한의 임무가 주어졌다. 상대는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 최정. 그 뒤엔 득점권 타율이 0.471에 달하는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택연은 가장 자신 있는 빠른 공 위주의 투구로 최정과 정면 대결했다. 풀카운트에서 던진 시속 151㎞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꽂혔고, 최정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한고비 넘긴 김택연은 에레디아를 상대론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치는 초구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졌다. 에레디아의 방망이에 걸린 타구는 우익수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다.

이후 김택연은 8회초까지 1.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두산은 8회말 2점을 추가해 SSG를 3-1로 꺾었고, 김택연은 승리 투수가 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경기 뒤 “1사 3루 위기에서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모습이 대단했다”고 감탄했다.

김택연은 이날 상대가 누구인지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최정 선배님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타자라서 저도 긴장을 더 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면서도 “마운드에서만큼은 타자 이름을 보지 않고 승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제 공을 100% 던지는 것에만 신경 썼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프로 첫해부터 팀의 핵심 계투 요원으로 활약 중인 김택연은 이날처럼 빡빡한 상황에 자주 투입된다. 앞서 21일 잠실 SSG전에선 8-6으로 앞선 9회초 1사 1·2루 위기에 등판해 김민식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데뷔 첫 세이브도 수확했다.

김택연은 “타이트한 상황에선 진짜 책임감을 느끼고 마운드에 올라간다”며 “저를 믿어주신 만큼, 그 믿음에 보답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물론 처음부터 중책을 맡았던 것은 아니다. 2024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택연은 첫 3경기에서 평균자책 7.71을 기록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무조건 막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그런 마음으로 경기를 하다 보니까 투구 내용이 많이 안 좋았다”고 되짚었다.

김택연은 지난 3월30일부터 4월8일까지 열흘간 2군에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했다. 그는 “2군에 처음 갔을 땐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자신 없는 투구를 많이 했고,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 힘들었다”며 “2군에선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 신인답게,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김택연은 마음을 다잡고 복귀한 1군에서 다시 자신의 공을 던지고 있다. 22일 현재 22경기(23.2이닝) 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 1.90을 기록 중이다. 그는 “시즌 초반엔 어려운 과정도 있었고, 힘든 부분도 많았는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면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택연은 ‘신인왕’ 욕심은 없느냐는 물음에 “그런 욕심은 이미 2군에 내려갔을 때 덜어냈다”고 답했다. 마음을 비우고 더 단단해진 열아홉 살 신인 선수가 또 한 번 성장하고 있다.



잠실|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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