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세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것”

김지섭 기자 2024. 5. 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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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닥터 둠’ 루비니 교수 진단
22~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누리엘 루비니(오른쪽)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앞으로 세계 경제가 경제적·비경제적 위협 속에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상훈 기자

“앞으로 세계 경제는 성장률은 낮은데 물가는 잡히지 않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세계적 석학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는 22~23일 열린 조선일보 주최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다양한 경제적이고 비(非)경제적 위협이 결합하면서 세계는 ‘초거대 위협(Mega threats)’에 직면한 상태”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루비니 교수는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많이 해 ‘닥터 둠(Doom·파멸)’ 소리를 듣는다. 금융 위기 당시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이날 루비니 교수와 대담하면서 “금융위원장이었을 때 루비니 교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초거대 위협으로 스태그플레이션 고착화

루비니 교수는 세계 경제가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이전과 차원이 다른 ‘다중 위기’와 ‘영구적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인 경제·금융 위기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와 저출생·고령화 문제, 정치적 갈등, 기후 위기, 전염병 확산, 기술 혁명 등 비경제적 위협이 상호작용하면서 ‘퍼펙트 스톰’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금리에 따라 각국 정부의 부채 위험이 커지고, 탈세계화 속에서 경제 파편화 현상이 나타나고, 국제 거래에서 달러 결제를 위안화 등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점도 큰 변화”라고 짚었다.

루비니 교수는 이런 위협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미·중 갈등과 탈세계화 등으로 성장은 위축되고, 인구 고령화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투입이 늘어나 물가를 자극하는 데다 친노조 정책 등으로 임금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하기에 적절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경제에 대해선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착륙까지는 아니겠지만, 5%대 성장률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울퉁불퉁한’ 성장 경로를 보일 것으로 봤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에 대해선 “세계 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과 통합도가 낮은 편이어서 중국 자리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의 올해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선 “오는 9월에 한 번, 11월이나 12월에 한 번, 총 두 번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저출생, AI 일자리 위기에 오히려 도움 될 수도”

루비니 교수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에 대해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며 역발상적인 얘기를 했다. 그는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인구가 늘어나는 나라는 잠재력이 올라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발달로 이러한 상식이 더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AI가 고도화할수록 지금보다 적은 인력으로도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인구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시대에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했다. 그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 의존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 대해 “반도체 안에서도 고급 반도체 등 여러 분야가 있고, 한국은 이에 잘 대응하고 있다”며 “반도체 외에도 자동차 등 다양한 첨단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의 혁명을 이끌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한국이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의 일부로 편입돼 있고, 미·중 갈등 속 피해를 볼 수 있는 점을 한국 경제의 주된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에 대해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고 수익성과 주가를 높이는 것 외에도 기업이 해야 할 일에 더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작년 11월부터 불법 공매도를 문제 삼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에 것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다만 아무 규제 없이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시장에 왜곡 상황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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