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삼성 ‘마하’ 샅바싸움, 갈 길 바쁜데…

이해인 기자 2024. 5. 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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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톡]
/조선일보DB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마하’<그래픽>의 주도권을 두고 삼성전자와 네이버 간에 미묘한 갈등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IT 기업이 손을 잡고 엔비디아를 따라잡겠다며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약 1년 반 만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입니다.

지난 22일 마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클라우드 이동수 이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마하를) 먼저 만들자고 제안한 것도, 이렇게 만들어보자고 기획한 것도 네이버”라며 “(그런데) 네이버 이름도 빠지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필요 없는 AI 반도체입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와 비교하면 가격이 싸고 전력 효율도 좋아, 빅테크 이외에 AI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등에 적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기업 관계가 표면적으로 틀어진 계기는 지난 3월 말입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에서 마하1의 차기 프로젝트인 마하2 개발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네이버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마하2 개발을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것처럼 비친 것이지요. 네이버 관계자들은 애초에 마하의 기획을 네이버가 했는데, 삼성전자가 그 공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해한다고 합니다. 애초에 이 프로젝트 기획 자체를 네이버가 했고 칩 개발의 핵심 아이디어도 자신들이 냈다는 게 네이버의 주장입니다. 삼성전자는 “서로 잘 협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이사가 올린 글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마하2를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공동 개발한다는 뉴스에 대해 삼성 측이 언짢아했다는 이야기도 돕니다.

AI 반도체 ‘마하’는 아직 첫 제품도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갈 길이 먼데도, 두 회사가 주도권 싸움만 벌이는 모양새가 되고 있습니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모처럼 국내 대표 기업이 손을 맞잡고 협력하고 있는 만큼 소모전 대신 기술 개발에 집중해 세상을 놀라게 할 반도체를 내놓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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