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매와 북적북적… 공원에 놀러가면 ‘小운동회’ 열립니다

김윤주 기자 2024. 5.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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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돌봄 교사 류성원·문혜신 부부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편 류성원(45)씨, 딸 다은(13), 단미(16), 단아(8), 아내 문혜신(43)씨, 딸 다혜(13). 지난해 7월 16일 검은 모래가 있는 제주 서귀포시 광치기 해변에서 첫째 단미의 제안으로 모래 구덩이 안에 카메라를 넣고 찍었다. 가족은 이 사진으로 올해 서울시가 연 ‘서울 엄마아빠 행복한 순간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출품 제목은 ‘인스타 감성 하트 뿅뿅’이었다. /류성원씨 가족 제공

서울 성동구에 사는 류성원(45)·문혜신(43)씨 부부는 낮에도 밤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돌봄 교사 부부다. 둘 다 낮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키움센터에서 돌봄 교사로 일하고, 저녁에 퇴근해선 단미(16)·다은·다혜(13)·단아(8) 네 딸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학원 강사,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아내 문씨는 첫째 단미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뒀다가 3년 전 돌봄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남편 류씨도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이 무렵 키움센터로 직장을 옮겼다. 문씨는 지난 20일 본지 인터뷰에서 “주변에선 ‘집에도 아이가 많은데 직장에서까지 아이를 돌보는 거냐’고 묻지만 집이든 직장이든 아이는 주변에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올해 서울시가 연 ‘서울 엄마아빠 행복한 순간 공모전’에 가족 사진을 출품해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제주 서귀포 해변에 가족 여행을 갔다가 첫딸 단미의 제안으로 둥근 모래 구덩이에 카메라를 넣고 그 위로 가족들이 빙 둘러 손하트를 그린 사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부부는 2006년 만나 1년 7개월 연애 끝에 2007년 결혼했다. 류씨가 대학 여자 후배에게 “소개팅할 생각 없냐”는 제안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알고 보니 소개팅 자리에 나온 사람은 소개팅을 주선한 후배의 친언니였다.

딸 넷 중 부부가 임신 계획을 세워서 낳은 아이는 막내 단아뿐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째 단미가 생겼고, 둘째와 셋째는 일란성 쌍둥이로 함께 부부에게 왔다.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었던 두 사람이 넷째를 갖게 된 계기는 유산이었다. 쌍둥이가 태어나고 난 뒤 아이가 생겼지만 유산을 하고 말았다. 류씨는 “우리 집에 와야 할 아이가 못 왔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씻어내기가 어려웠다”며 “한 명 더 낳으라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임신 계획을 세웠고 지금의 막둥이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류씨 가족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다 있다. 맏이와 쌍둥이는 올해 각각 고교와 중학교에 입학했고, 막내는 초교 2학년이다. 친구처럼 또는 선후배처럼 서로 챙기고 의지할 때가 많다. 문씨는 “아이가 한 명이면 부모가 붙어서 계속 돌보게 된다. 우리도 첫째만 있을 때는 그랬다”며 “쌍둥이가 태어나고 막내가 태어나면서 오히려 부부의 육아 부담은 점점 줄었다”고 말했다.

모두 6명인 류씨 가족은 공원에만 놀러가도 ‘소(小)운동회’가 된다. 둘, 셋이선 재미가 없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도 북적북적 즐겁게 할 수 있다. 시소 양쪽에 셋씩 나눠 타기만 해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가족들의 생일과 부부의 결혼기념일은 가족들에게 그냥 넘길 수 없는 축제다. 생일 때마다 가족들은 생일을 맞은 사람을 위해 집 베란다 큰 유리문을 꾸민다. 하고 싶었던 말을 담은 편지를 쓰기도 하고, 갖가지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한다. 가족이 많으니 선물도 많이 받는다. 막내 단아는 언니들이 많아서 좋은 점을 묻자 “생일 선물 5개 받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류씨 부부는 지난 8일 어버이날에 딸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와 편지를 받았다. 케이크 상자 4면에는 딸 4명이 쓴 편지가 빼곡히 적혔다. 빵 만들기가 취미인 맏딸이 ‘행사 기획’의 지휘봉을 잡고 케이크를 구웠다. 쌍둥이들은 케이크 재료와 꽃을 사왔다. 막내는 각종 장식에 참여했다. 류씨는 “가족 행사 기획도 형제가 많으니 가능한 것 아니겠냐”며 “가족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축하해줄 사람이 늘어나니 아이들이 받는 사랑도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물론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아이 셋이 중·고교에 진학하면서 늘어난 사교육비가 요즘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아내가 버는 돈은 전부 아이들 사교육비로 들어간다. 그런데도 감당이 어려워 결국 3개월에 12만원인 막내의 방과 후 수업을 줄였다. 엄마는 “수강 신청에 실패했다”는 착한 거짓말을 해야 했다.

류씨는 최근 정부는 물론 기업, 지자체에서 앞다퉈 늘리는 출산 장려금과 다자녀 주택 지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는 “물론 새로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사람들도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에 다자녀 가구 금리 우대가 있어 알아보니 웬만한 맞벌이 부부 소득이면 지원 기준을 넘기더라. 그렇다고 아내가 일을 그만두면 생활이 아예 안 된다”고 말했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다둥이 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류씨 가족은 여행을 자주 다닌다. 1년에 2박 3일짜리 여행을 최소 두 번은 가려고 한다. 하지만 숙박 시설을 찾을 때마다 난관에 부딪힌다. 대부분 숙박 시설이 2인실 또는 4인실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어린아이도 있어 4인실에서도 충분히 잘 수 있다”고 했지만, 시설에선 “규정상 안 된다”거나 숙박료가 훨씬 비싼 6인실을 예약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류씨는 “아이가 주는 행복을 온전히 느끼려면 다자녀 가구에 대한 사회의 배려가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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