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러스+] “헐값에 땅 넘겼더니 수백억 시세차익”…주민들 뿔났다

박주석 2024. 5.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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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대, 동우대 부지 매각 논란
1980년 시유지 1억원대 매입
시, 대학 유치 차원 혜택 제공
대학 통합 후 속초캠퍼스 방치
주변 상권 직격탄 공동화 현상
학교법인 토지·건물 입찰 공고
매각 예정가 855억2600만원
지역 사회단체 반대 성명 발표
“시민에 부동산 환원해야” 촉구
집회 등 대규모 단체행동 예고

학교법인 경동대가 속초시 노학동에 위치한 법인 소유의 옛 동우대 토지와 건물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설립 당시 시유지를 헐값에 매입해 조성한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바꿔 매각에 나서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우대는 개교 이후 경동대와의 통합, 학과 이전 및 입학정원 감축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주민들과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으로 이번 매각 추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 장기 방치로 폐허가 된 옛 동우대 부지

■ 폐허 전락 동우대 인근 학사촌

현재 동우대를 비롯한 인근 학사촌은 그야말로 폐허다.

지난 2012년 동우대와 경동대가 통합한 뒤 3년 만에 모든 학과가 이전했기 때문이다.

1981년 3월 속초경상전문대학으로 개교한 동우대는 2012년 경동대에 통합됐다. 2·3 년제 단기 교육기관으로 호텔조리 등 15개 학과가 개설돼 한때 재학생 수가 5000여명에 이르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역으로 부상했지만 통합 이후 매년 정원이 축소돼 현재는 모든 학과가 이전했다. 이후 동우대 캠퍼스는 거의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

대학 건물 외벽은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건물은 대부분 굳게 잠겨있다. 학생이 사라짐에 따라 동우대 주변 지역 상가는 직격탄을 맞으며 폐업이 속출하는 등 공동화 현상이 발생, 폐허 수준까지 전락했다.

일부 원룸은 그나마 공사 현장 근로자들의 숙소 등으로 버티고 있다.

▲ 옛 동우대 정문

■ 학교법인 30만2390㎡ 규모 매각 추진…예정가격 781억원

학교법인은 지난 8일 학교 홈페이지에 동우대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기 위한 교육부의 처분 허가를 받았다며 입찰 공고를 냈다.

매각 대상 부동산은 학교용지 20만5977㎡, 노학온천지구 지정부지 9만6413㎡ 등 65필지에 30만2390㎡ 등으로 예정가격은 781억8300만여원이다.

건물은 교사시설 등 14개 동 4만8574㎡, 예정가격은 73억4300만여원이다. 이에 따라 토지와 건물 전체 매각 예정가는 총 855억2600만여원에 달한다.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입찰 참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입찰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 7월 4일 낙찰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학교법인 측은 입찰 공고를 통해 부지 인접지역에 오는 2027년 KTX 2개 노선(동서·동해북부) 속초역사가 들어설 예정이며 국토교통부의 ‘거점육성형 투자 선도지구’에 선정된 속초 역세권에는 2030년까지 연간 2500만 명의 관광객을 수용할 각종 인프라가 갖춰진 미니 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법인 측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유휴재산을 매각해 발생한 수익을 학교에 재투자하는 등 지방대 여건 개선을 위한 자구책으로 동우대 토지와 건물 매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방치된 대학 건물

■ 지역사회 학교용지가 부동산 투기로 전락 반발

지역사회에서는 학교법인이 학교 설립 당시 헐값에 매입한 시유지 등을 동서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개발 붐이 예상되는 현시점에 제3자에게 매각해 차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상황은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설립 당시 학교 부지의 절반 이상이 ‘교육 목적’으로 속초시로부터 ‘헐값’에 넘겨받은 시유지이기 때문이다. 동우대 설립 당시인 1980년 속초시는 노학동 일대 시유지 18만1597㎡를 학교법인에 1억3050만3559원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1㎡ 당 718원, 그야말로 헐값이었다.

학교 측의 계획대로 해당 부지가 매각된다면 40여년 전 매각가 대비 500배, 총 금액 대비 800배 넘는 시세차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해당 부지와 인접지역엔 2027년 동서고속철 KTX 속초역사가 들어서고 역세권 개발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새 부지 매입자가 용도 변경을 추진 할 경우 시세차익은 수천 배에 달할 것으로 보여 장기 미사용 학교용지 해제가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동우대 부지 매각에 대한 주민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동우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우대가 원주 문막캠퍼스로의 일부 학과 이전을 추진한 2009년 주민들은 지역공동화가 우려된다며 ‘동우대 이전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었으며 이에 앞서 2006년에는 온천원보호지구로 지정받기 위해 학교 부지 일부를 제척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경동대와의 통합 후 모든 학과가 이전한 후에는 동우대 부지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었다. 특히 지난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동우대부지환원 시민추진위원회’가 발족, 동우대 설립 당시 시가 매각한 시유지 환수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서명운동 전개와 함께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에게 동우대 환수를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키도 했다.

▲ 방치되고 있는 동우대

■ 매각 결정 막을 방법 없어

문제는 학교법인의 매각 결정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해당 부지가 도시계획법상 학교용지여서 학교시설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는 만큼 속초시의 도시계획시설 변경 없이는 매각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적으로 장기 미사용 학교용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고 있는 만큼 언제까지 학교용지로 묶어둘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민간차원에서의 반발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역의 사회단체들은 동우대 부지 매각 소식이 지역에 전해지자 일제히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분개하고 있다.

속초상공회의소는 21일 성명을 통해 “학교법인 경동대는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바꿔 매각함에 속초시와 속초시민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동우대 부지와 건물 매각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교육용지로서 목적을 다한 부동산을 시민의 품으로 환원하고 일체 과정을 속초시와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모든 시민사회단체를 아우르는 대대적인 반대 운동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덕용 속초시번영회장은 “매각을 강행할 경우 생업을 뒤로하고 경동대 3개 캠퍼스와 교육부 등을 상대로 강력한 반대 집회를 전개할 계획”이라며 “속초시번영회, 대한노인회 속초시지회, 속초시여성단체협의회, 속초시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 속초시통장연합회, 속초시새마을회, 속초시바르기살기협의회, 속초청년회의소 등 지역 내 많은 단체들이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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