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워런 버핏뿐?"…업계 3위 KB자산운용, 자리보전 '위태'

윤정원 2024. 5.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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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위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 ETF 경쟁 치열
KB자산운용 "ETF 사업 확대 모색…보수 인하 검토 가능성도"

김영성 대표이사가 이끄는 KB자산운용은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분야 업계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40조원으로 불어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 간 경쟁이 거세다. 국내 ETF 시장 점유율 톱2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보수 인하와 함께 글로벌 시장 내 입지 다지기에도 한창이다. 반면 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의 행보는 다소 아쉬운 수준으로, 자리보전이 위태롭다는 평가도 나온다.

◆ 삼성 내리면 미래에셋도 동참…'최저 보수' 타이틀 경쟁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9일부터 환오픈형이자 배당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토탈리턴(TR)형 2종(KODEX 미국S&P500TR‧KODEX 미국나스닥100TR)과 배당을 지급하는 환헤지형 2종(KODEX 미국S&P500(H)‧KODEX 미국나스닥100(H)) 등 총 4종의 보수를 연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1억 원 투자 시 만원이 채 안 되는 보수를 부담하는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최저 수준의 보수 인하로 개인 투자자들의 연금계좌 내 장기 적립식 투자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분배금을 지급하는 PR형(Price Return)보다 장기 성과가 우수한 분배금 자동 재투자 방식의 TR에 최저 보수를 적용한 것도 개인 투자자들의 장기 수익률을 더 높인다는 의도가 담겼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삼성자산운용 KODEX ETF를 통해 연금자산을 활용한 성공 투자 경험을 꾸준히 쌓아 원리금보장형 중심인 지금의 연금 포트폴리오를 투자형 상품 중심으로 변경하실 수 있도록 연금특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에 질세라 맞불을 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9일 금리형 ETF 상품인 TIGER 1년 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액티브(합성) 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낮췄다. 이를 통해 삼성자산운용이 가졌던 '국내 최저 ETF 보수'라는 타이틀을 뺏어오게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리형 ETF에 대한 관심이 크다. 보수 인하로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1년물 CD ETF는 대형사 2곳만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의 보수 인하를 견제한 바 있다. 지난 3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 ETF를 상장하면서 보수를 0.09%로 책정하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 보수를 0.29%에서 0.08%로 하향 조정했다.

◆ 美·中으로 '훨훨'…자산운용사, 해외로 날개 펼친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진출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4월 파트너사이자 미국 ETF 운용사인 앰플리파이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며 협업을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7월 홍콩 시장에 아시아 처음으로 삼성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ETF를 상장했으며, 9월에는 삼성 KODEX 미국 배당프리미엄 액티브 ETF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작년 11월에는 전략적 제휴사인 미국 ETF 전문운용사 앰플리파이를 통해 앰플리파이 삼성 SOFR ETF(SOF)를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했다.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 ETF의 운용 전략을 현지화한 상품이다. 이 상품의 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이 전담한다. 무위험지표금리(SOFR) 지수를 추종하는 토종 ETF가 미국에 수출된 최초의 사례다.

이달 초에는 크리스티안 마군 앰플리파이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앰플리파이와 삼성자산운용의 협업 전략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마군 CEO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간담회를 열고 "삼성자산운용과 지속적인 협업으로 한국과 아시아는 물론 ETF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혁신적인 ETF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앰플리파이와 삼성자산운용은 글로벌 선진 운용사로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적극적인 해외 운용사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 2003년 홍콩법인을 설립해 국내 운용사 최초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 뒤 2011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2018년), 호주(2022년) 등의 현지 운용사를 인수해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장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Global X Hang Seng TECH ETF를 교차 상장시키며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중국 본토 ETF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이달 6일(현지시간)에는 홍콩 Global X Hang Seng High Dividend Yield(글로벌엑스 항생 고배당) ETF를 중국 본토에 교차 상장했다. 홍콩 고배당 ETF(상장지수펀드)의 중국 진출은 글로벌 운용사 중 처음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월 27일 'KBSTAR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했다. /AP.뉴시스

◆ KB자산운용, 1·2위와 격차 5배…수익률도 '글쎄'

다만, 업계 3위의 KB자산운용은 ETF와 관련해 공격적인 행보가 두드러지지 않는 분위기다. 차별화된 상품 부재 등으로 수익률 상위권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다. 상장 종목수 대비 순자산가치총액은 월등히 높으나 수익률 또한 낮은 축에 속한다.

금융투자협회의 ETF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상장 종목수와 순자산가치총액은 각각 185개, 55조4100억원 수준이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23%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 종목수는 185개이나 순자산가치총액과 비중은 각각 51억6082억원, 36.54%로 삼성자산운용보다 미미하게 적다.

반면 KB자산운용의 상장종목수는 120개, 순자산가치총액과 비중은 각각 10조8475억원, 7.68%에 그친다. 1, 2위와 견주면 5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4위와의 격차도 크지 않다. 지난달 기준 ETF 업권 4위에 오르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상장 종목수 및 순자산가치총액은 각각 87개, 8조4956억원이다. 비중은 6.02%로, KB자산운용과의 격차는 1%대 수준이다.

KB자산운용이 다루는 ETF 수익률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KBSTAR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 ETF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긴 했으나, 해당 상품은 출시된 지 3개월이 되지 않은 시점으로 흥행과 수익률 여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KB자산운용이 지난달 27일부터 선보인 KBSTAR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 ETF는 '투자의 귀재'로 일컬어지는 버핏이 이끄는 투자전문회사 버크셔해서웨이와 이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집중 투자하는 게 골자다. 대표 편입종목은 애플(24.9%), 뱅크오브아메리카(11%), 아메리칸 익스프레스(9.6%), 코카콜라(7.7%) 등이다.

KB자산운용은 업권 선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ETF 확대에 꾸준히 힘쓴다는 방침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사는 지난해 말 미국에 MAST 라는 브랜드의 글로벌배터리리사이클링 ETF를 상장한 바 있고, 향후에도 미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ETF 사업 확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최근에는 'KBSTAR 200 위클리커버드콜'과 같이 분배금에 대한 과세가 제한되는 상품을 출시했다"며 "기존의 시장에 소개되지 않았던 차별화된 상품 또한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해당 상품의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수와 관련해서는 "현재 인하 예정은 없지만, 향후에 연금 투자 관련 상품 등 투자자 장기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경우 보수 인하를 고려할 확률도 있다"고 부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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