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96] 대도시 유랑객
덧없는 인생을 표현하는 한자어 하나가 부생(浮生)이다. 앞 글자 부(浮)는 물에 있는 아이를 누군가 손으로 잡아주는 모습의 초기 꼴을 지니고 있다. 그로써 ‘헤엄치다’는 뜻과 ‘물에 뜨다’는 새김을 얻은 글자다.
어딘가 한 군데 자리를 잡고 있는 일이 더 그럴 듯해 보인다. 따라서 안정(安定), 정주(定住)란 말이 듬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에 떠다니는 부평초(浮萍草)는 겉이 멋지게 비칠지 모르지만 사람 삶으로 볼 때는 고달픈 이미지다. 이리저리 떠돌고 헤매니 ‘덧없음’과 동의어인 까닭이다. 그런 경우를 가리키는 단어가 유민(流民)이다. 물 흐름에 실려 떠내려가듯이 정처(定處)를 잃고 떠도는 사람들이다. 유랑(流浪), 유리(流離), 유전(流轉) 등이 그런 흐름의 단어들이다.
물에 떠다니는 상황을 일컫는 다른 대표적 글자 하나는 표(漂)다. 떠다니다 가끔 멈추는 일이 표박(漂泊)이다. 그저 흘러 떠돈다면 표류(漂流)다. 뚜렷한 지향 없이 헤매면 표랑(漂浪)이다. 그런 이들을 표객(漂客)이라 적는다.
통일 왕조가 들어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경우보다 전란과 재난이 발생해 분열의 상황을 맞았던 일이 훨씬 더 흔했던 중국의 역사다. 그로써 거처를 잃고 헤매는 사람인 ‘유민’이 대단한 세력을 형성해 왕조 체제를 위협한 사례가 많았다.
수도 베이징(北京)에 머물면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을 요즘은 북표(北漂)라고 적는다. 상하이(上海)에서 떠도는 이들은 상표(上漂), 또는 그곳의 별칭을 붙여 호표(滬漂)라고 한다. 광저우(廣州)의 그런 사람들은 광표(廣漂)라고 표기하는 식이다.
대도시를 표류하는 일종의 유민 그룹이다. 중국의 경기가 가라앉는 흐름이 구조화하면서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통일 왕조의 견고한 통치 기반도 이 유민들에 의해 무너진 적이 퍽 잦았다. 집권 공산당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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