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 “전세계 온실가스 추적 시스템 구축 가능해져…각국 탈탄소 감시 역할”

박상현 기자 2024. 5. 2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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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기후테크: 그린 빅뱅이 다가온다’ 세션에선 기상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손바닥 크기의 온실가스 측정 장비 기술이 소개됐다.

기존 장비는 원룸 크기인 24㎡(약 7평) 정도 면적이 필요했지만, 기상청은 이를 손바닥 정도로 작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상청은 햇빛을 이용해 대기 중 온실가스 총량을 산출하는 원천 기술도 개발해 미국·유럽연합(EU)에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기후테크: '그린 빅뱅'이 다가온다' 세션에서 주상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날 세션에 참여한 주상원(59)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상과학원을 필두로 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하버드대·전남대·이화여대 등 국내외 대학들이 이 기술을 적용한 센서와 시제품 제작에 참여했다”면서 “기존 장비는 ‘측정소 주변 온실가스’만 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새로운 장비는 측정값을 구하는데 공간적 제약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 기술은 2013년 2월 당시 안면도에 있는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소에서 군 대체 복무를 한 오영석(40)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사가 온실가스를 측정하던 기존 장비의 문제점을 발견해 자비로 보완 장비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기존 장비는 태양광에 반응하는 시간이 5초 정도 걸려 실제 정보와 입력 정보 사이에 시차가 발생했다. 이에 빛에 대해 0.1초 내외로 반응하는 신소재를 직접 개발해 장비에 부착했다. 2017년엔 신소재를 특허 출원도 했다.

‘빛에 빠르게 반응하는 신소재’ 특허를 보고 연락이 온 건 하버드 의대였다. 2020년 2월 하버드 의대 측은 “이 기술을 활용해 빛을 쏘였을 때 빠르게 반응하는 특정 암세포를 찾아내는데 응용하고 싶다”면서 오 연구사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했고, 그해 3월 기상과학원과 하버드대는 MOU를 맺었다. 오 연구사의 대학 선배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일하던 이창기(48) 수석연구원도 동참 뜻을 밝혔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이 연구 모임이 ‘손바닥 크기 온실가스 센서’를 발명하는 데까지 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기후테크: '그린 빅뱅'이 다가온다' 세션에서 주상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2021년 8월 이 수석연구원은 오 연구사가 만든 신소재의 디자인을 원통형에서 두루마리 휴지 같은 형태로 얇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원통형으로 제작하는 것보다 값도 저렴했고, 종이접기하듯 형태를 자유자제로 바꿀 수 있어 활용 폭이 넓어졌다. 당시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맡고 있던 주상원 전 원장이 이 소재를 온실가스 센서를 만드는 데 이용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김수민 기상과학원 지구대기감시팀장의 도움으로 이 프로젝트는 재작년 4월 기상청 자유업무 과제에 채택될 수 있었다. 그렇게 1억 7500만원의 연구비로 제품 개발에 착수해 올 4월 드디어 시제품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 장비가 주목받는 건 기존 장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공간 제약 없이 온실가스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장비는 1대에 10억을 호가하고 우리나라에는 인천 안면도에서만 운용 중이다. 고가의 장비라 기계를 잘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안면도에 상주해야하고, 유지·관리 비용도 만만찮다. 그러나 새로 개발한 장비는 가격이 1대당 30만원 내외로 싸고, 사용법도 쉽다.

또 기존 장비는 대형 컨테이너 위에 반구(半球) 모양의 센서를 달고, 이 센서에 직접 닿은 온실가스 양을 측정하는 방식이라 측정 장소가 도시인지, 외곽인지 등에 따라 온실가스 양이 다르게 나타났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장소별로 측정값을 세분화해야 하는데 기존 장비는 ‘측정소 주변 온실가스’만 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주 전 원장은 “군 단위로 봤을 때 온실가스를 정확하게 산출하려면 못해도 장비가 1000대는 있어야 한다”며 “새 장비는 무게도 3㎏로 가볍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며 설치가 가능해 한반도 모든 지역의 온실가스 양을 앞으로는 정확하게 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세계 최초 '손바닥 크기 온실가스 측정 센서'를 개발한 주역들. 왼쪽부터 주상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이창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오영석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사, 김수민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 /박상현 기자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포집, 다른 하나는 위성이다. 두 방법 모두 관측값에서 온실가스 정보만 추출해 분석하는데 최소 3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반면 이 장비는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다. 주 전 원장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변했을 때 그 원인을 빠르게 밝혀내는 온실가스 추적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각국이 온실가스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감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앞으로 각국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고 줄였는지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기술이 온실가스 감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상청의 손바닥 크기 온실가스 측정 센서 개발 프로젝트 과제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현재 7명이 함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주 전 원장은 “자유과제에서 이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이제는 이 프로젝트가 국가 지정과제로 채택돼 연구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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