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간호법 무산되면 PA 시범사업 보이콧” [오늘의 정책 이슈]

정재영 2024. 5. 23.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집단이탈한 지 3개월이 넘어선 가운데 이번에는 간호사들이 “국회가 약속한 간호법 제정에 나서지 않으면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나섰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나선 정부를 향해 집단이탈로 항의하고 있다면, 간호사들은 간호법 제정을 등한시한 국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A간호사들이 전공의 공백을 메워왔다는 점에서 간호사들이 이를 보이콧하면 의료 공백은 더욱 커질수밖에 없다.

대한간호협회 간호사들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5.23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간호법 제정않으면 시범사업 ‘보이콧’”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3일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간호사 2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정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간협은 이날 ‘국회와 정부의 간호법 제정 약속 미이행 시 강력 투쟁’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24일과 27일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고 간호법 통과가 무산될 경우, 정부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고 모든 협조를 중단하는 한편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모든 의료 관련 조치를 즉시 멈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즉시 만나서 일정을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전공의 공백 메운 ‘PA간호사 제도’ 흔들리나

간협이 보이콧을 예고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은 의대 증원에 따른 전공의 집단이탈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부터 실시 중인 사업을 말한다.

PA 간호사들이 검사와 치료·처치, 수술, 마취, 중환자 관리 등 실질적으로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도록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를 겪으면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는 PA 간호사를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지난 1일 국회 복지위 여야 간사단에 간호법 수정안도 제출했다.

정부의 간호법안은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 상임위 개최가 미뤄지면서 제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가 29일까지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5.23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간호법안 반대’ 의협, 양심불량 아닌지 성찰해야”

탁영란 간협 회장은 “간호법안은 21세기와 2024년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임을 명명백백하게 천명한다”면서 “더 나아가 간호법안을 반대하는 자와 지연시키려는 세력은 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그리고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되리라고 굳게굳게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 한 간호법안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면서 “약속한 시간은 이제 일주밖에 남지 않았고, 간호사들은 오늘도 위기의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호소했다. 탁 회장은 “간호 관련 법이 없어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과중한 업무와 불법에 내몰리고 있다”며 “22대 국회가 열리고 의대 증원이 부른 의료 상황이 해소되면 간호사들은 또다시 범법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는 “의정 갈등이라는 황당한 국면을 만들어놓고, 고통 속에 신음하는 환자를 나 몰라라 팽개치고, 병원을 뛰쳐나간 스스로의 과오에 대해 왜 반성하지 않고는 국민들 건강을 더 잘 보살피고, ‘노인돌봄·간호사 처우개선’을 지향하는 간호법안에는 왜 무조건 반대한다”면서 “반대하기에 앞서 스스로 기억상실, 양심불량이 아닌지 성찰부터 하길 권한다”고 꼬집었다.

손혜숙 간협 부회장도 “의료법이 간호사 업무 중 ‘진료의 보조’와 관련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업무를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아 간호사는 의료기관장으로부터 불명확한 업무를 무분별하게 지시받고 수행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협은 24일과 27일 용산 대통령실 앞과 국회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국회와 정부의 간호법 제정 약속 미이행 시 강력 투쟁 선언
 
대한민국 간호인들은 5월 24일과 27일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고 간호법 통과가 무산될 경우 강력한 투쟁을 선언합니다.
 
지난 2018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국민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의사들마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환자들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간호사들은 자원해서 현장을 위해 달려갔습니다. 무더운 여름, 숨조차 쉴 수 없는 밀폐된 방호복 안에서 ‘내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현장을 지켰습니다.
 
2024년에도 전공의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또 다시 의료현장을 떠났을 때, 우리 간호인들은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나이팅게일의 다짐처럼, ‘간호가 필요한 곳에는 언제나 우리가 있다’는 헌신적인 마음가짐으로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몸이 아픈 국민들은 간호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법적 안전망조차 없는 위험 속에서도 우리 간호인들은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 왔습니다. 내 자신의 이익과 국민의 건강이 충돌할 때, 우리는 늘 국민들 편에 서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매년 수만 명의 간호인들이 현장을 떠나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처우 개선은 공염불이었고, 정치인들의 간호법 제정 약속은 또다시 거짓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야당에서는 2023년 11월 22일 간호법안을 재발의했습니다. 그러나 야당 단독으로는 간호법이 처리될 수 없기에 협회는 여당의 간호법 발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드디어 여당에서도 당정 협의를 통해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올해 3월 28일 간호사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정부도 태도를 바꾸어 이제는 간호법 제정을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최근까지 여야정이 합의한 간호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보건복지위원회가 열리기만 하면 의결될 수 있는 여건이 모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회는 끝도 없는 여야 대치 정국의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제21대 국회는 정쟁만 하다가 끝나버린 역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국회는 항상 총선이 끝나면 선거로 미뤄두었던 민생법안을 처리해왔습니다. 지난 19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117건의 법안을 처리했고, 20대 국회에서는 141건의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제21대 국회는 단 한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고 수천 건의 민생법안이 폐기될 상황입니다. 이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것이 아닙니까? 이는 역사와 국민 앞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간호법은 지금 당장 심각한 문제인 의료현장의 혼란과 의료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민생법안입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통과를 위한 준비도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간호법 통과를 위한 시간은 단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5월 24일과 27일 양일간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정치는 또다시 간호인들을, 국민들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당과 야당은 앞다투어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상대방 당의 탓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간호 관련법 통과를 위한 물리적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총선 후 5월 내내 외유성 해외 연수를 다닌 국회의원들이 하는 말입니다. 핑계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다음에 제정해 주겠다는 감언이설에도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지금의 의료현장이 유지되도록 버티고 있는, 우리 간호사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계속된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제 간호법 통과를 위한 마지막 기회인 5월 24일과 27일에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우리 간호사들의 강력한 대 정부 투쟁을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강력히 경고합니다.
 
이번에 간호사들이 투쟁을 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의사 파업 등으로 인한 의료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물결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 53만 간호사들은 국민을 향한 헌신을 교묘히 이용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마주하며,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하나. 우리 간호사들은 간호법 없는 정부 시범사업을 전면 보이콧하고 모든 협조를 중단한다.
 
둘. 우리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폐기될 경우, 법적 보호장치가 없는 모든 의료 관련 조치를 즉시 중단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즉시 만나서 일정을 협의하십시오. 미이행 시,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양당 원내대표와 정부에 있음을 명백히 밝힙니다.
 
2024년 5월 23일
 
대한민국 간호사 일동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