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실천하라던 그 목소리, 아직도 그립습니다”
전국에서 5000명 봉하마을 찾아
“돌아가신 해에 태어난 아들 동행
이제야 마음의 빚 조금 내려놔”
생전 육성 흘러나오자 환호·박수
“돌아가신 지 15년이 지나서야 다시 찾아뵙게 됐다…참 많이 그리웠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아침부터 서울·대구·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새벽부터 드문드문 모여들더니 오전 9시부터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추모객들이 늘어나며 봉하마을 곳곳에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경찰과 소방당국 인력이 배치됐다. 대통령 경호처, 경찰특공대 폭발물처리팀도 탐지견을 동원해 묘역 주변과 행사장인 생태문화공원 무대를 점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묘역 입구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들로 채워진 시벽이 세워져 있었다. 추모객들은 시벽을 지나 생가 옆 노 전 대통령 사진 패널 옆에 서서 사진을 찍거나 노 전 대통령의 생가를 둘러봤다.
묘역 앞 한 나무에는 “지지 않는 시대정신 노무현” “아직도 많이 그립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노란 종이들이 곳곳에 매달려 있었다.
추모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묘역을 찾아 하얀 국화를 들고 참배에 나섰다. 오전 5시쯤 부산에서 출발했다는 권모씨(60대) 부부는 “그동안 먹고사느라 못 왔는데, 장사를 접고 늦게나마 남편과 같이 오게 됐다”며 “묘역에서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많은 흔적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묘역 입구에는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여야 대표, 정치권 인사들의 조화가 늘어섰다.
시민들이 다녀간 헌화대에는 금세 참배객들이 놓아둔 국화가 수북하게 쌓였다.
김성화씨(48·충북)는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해에 아들이 태어나서 못 왔다”며 “이번에 아들하고 같이 추모하게 돼 마음의 빚을 내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박모씨(70대·경남 밀양) 부부는 “자주 남편과 함께 묘역을 찾는다”면서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라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되새기며 대한민국이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추모객들을 위한 물품도 마련했다. 묘역 입구 부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은 15주기 추모 구호인 “지금의 실천이 내일의 역사입니다”라는 글자를 새긴 종이모자를, 노사모는 떡 3000개와 음료수를 나눠줬다.
15주기 추모 구호는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12월6일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에 초청받았을 때 했던 연설의 한 구절이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민주 시민 모두에게 필요한 실천적 가치가 담겨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초청 연설에서 “역사는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가?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15주기 추도식에서 상영된 주제 영상에서도 “지금 여러분의 생각과 실천이 내일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흘러왔다. 추모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응답했다.
추도식은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추모객들은 행사장에 설치된 2500개 의자를 가득 채웠다. 노무현재단은 추모객 규모를 5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추도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 명의의 추모 화환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봉하마을에 대거 집결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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