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역대 최저 지지율에…조기 선거 승부수 꺼낸 ‘이 남자’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5.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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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4일 선거 깜짝발표
노동당에 지지율 2배差 밀려
14년 집권 보수당 참패 위기
경제 반등 기미 보이자 베팅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수낵 총리는 총선이 7월 4일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영국이 오는 7월 4일 차기 정부를 결정하는 조기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여러 정황상 14년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0%대 역대 최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리시 수낵 총리가 경제성과를 앞세워 ‘정치적 도박’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낵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깜짝 연설을 하면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라며 “7월 4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수낵 총리는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차기 총선을 위한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

영국의 다음 총선은 내년 1월 28일까지만 치뤄지면 되며, 총리가 조기총선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영국 정가에서는 보수당의 낮은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면서 10월 이후 연말에나 선거가 치뤄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2019년 12월 치뤄진 지난 총선에서는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끌었던 여권 보수당이 하원 총 650석 중 365석의 과반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혼란 속에 국민들이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보수당은 2010년부터 데이비드 캐머런(2010∼2016), 테리사 메이(2016∼2019), 보리스 존슨(2019∼2022), 리즈 트러스(2022) 총리, 수낵 총리(2022~2024)까지 14년을 집권해 왔다.

수낵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건 내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뿐”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를 여러분께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해낸 성취, 대담한 행동이 자랑스럽고 장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자신감이 있다”며 “이제 문제는 여러분이 가족과 나라에 안전한 미래를 위해 누굴 믿느냐”라고 강조했다. 코로나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경제와 안보 위기가 차츰 회복세를 보이면서 보수당 정부의 성과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영국은 지난해 3-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 GDP(국가총생산) 반등에 성공했고, 10%가 넘었던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2%대 초반까지 잡는 데 성공했다. 올여름 금리인하도 기대되고 있다. 수낵 총리는 7월 불법이민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첫 항공편도 띄우며 보수적 색채로 강조할 계획이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정권교체에 자신감을 보였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소셜미디어에 “이 나라가 기다려온 순간”이라며 “더 나은 미래와 공동체, 나라를 위한 변화의 기회”라고 썼다. 그는 이어 “보수당 집권 14년을 거쳐 이제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혼란을 멈추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 재건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보수당 정부는 코로나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던 물가상승률 둔화와 경기침체 탈출 성과를 이뤘으나, 난민정책 대응 혼란, 국민보건서비스(NHS) 질 악화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첫 인도계이자 흰두교도, 210년만에 최연소 등 다양한 기록을 세운 수낵 총리가 비호감도 약 70%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요외신들은 이번 총선으로 영국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9일 기준 보수당의 지지율은 23%로 제1야당은 노동당(45%)의 절반수준이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수낵 총리가 도박을 택했다”고 보도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도 “수낵 총리가 가을 경제호전의 기대를 멈추고 도박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특히 FT는 수낵총리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선거 전문가 존 커티스는 현 추세대로면 보수당이 하원 650석 중 165석을 얻는 데 그쳤던 1997년 총선보다 더 적은 의석을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이끌었던 노동당은 418석을 확보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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