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법정서 “뉴스타파 기자, 신학림에 ‘이것만 딱 읽어줘’ 요청”

이민준 기자 2024. 5. 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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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대선 직전 이른바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가 기사에 넣을 신학림(전 언론노조위원장)씨의 인터뷰를 촬영하며 특정 부분을 읽어달라고 요구한 정황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뉴스타파 촬영팀장 정모씨./뉴스1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1부장)은 23일 오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공판 전 증인신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성남지원에선 신학림씨 인터뷰를 촬영한 촬영팀장 정모씨가 출석했는데, 그가 검찰의 참고인 소환에 불응하자 법원에서 증인신문의 형태로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정씨에게 “신씨의 인터뷰 영상을 촬영할 당시 보고 읽을 수 있도록 한 프롬프터(자막을 띄워주는 장치)가 있었는지” 물었다. 정씨는 “프롬프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문자로 된 것이 있었다”고 했다. 정씨는 “인터뷰를 진행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와 신학림씨의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아 자막을 제공했다”고 했다. 신학림씨의 답변이 길어지는 등 보도에 사용하기 어려워 자막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한 기자가 신씨에게 “이것만 딱 읽어주세요”라고 요청하지 않았냐고 정씨에게 물었다. 정씨는 “맞는다”고 했다. 검찰은 “당시 편집 전 영상 원본에서 한 기자는 ‘선배, 장황하게 설명하면 틀이 깨지니까 고민해서 이렇게(자막) 만들었어요. 이거 보시면서 읽어주세요 그냥’ 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정씨는 이에 “처음엔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신학림씨가 말을 너무 길게 하고, (말을)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

2022년 3월 뉴스타파 인터뷰에 등장한 신학림씨./뉴스타파 갈무리

신학림씨는 인터뷰 녹화 당시 “김만배씨를 만나서 대화를 녹음하게 된 경위를 회사에 ‘보고’했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기자는 이때 “적절하지 않다”며 신학림씨의 말을 끊고, ‘보고했다’ 대신 ‘공개를 결심했다’는 표현을 써달라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은 “신학림씨를 객관적인 제보자의 위치에 있도록 외관을 꾸미려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영상 원본에 “조작된 인터뷰 같은 느낌”이라는 정씨의 음성이 녹음돼 있다는 점도 밝혔다. 하지만 정씨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씨는 촬영 업무를 주로 하고, 취재‧편집 등의 업무에 관여하진 않는다고 한다.

한편 정씨는 인터뷰 보도를 앞두고 신학림씨가 개인 페이스북의 게시글을 비공개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했다. 정씨는 “신학림씨가 게시글을 비공개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연락해왔다”며 이를 알려줬다고 했다. 다만 그는 “신씨가 게시글을 비공개한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했다.

뉴스타파 직원들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검찰은 내달 5일 김용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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